(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이사의 충실 의무는 주주의 이익 보호이다, 이 문장은 ‘글로벌’ 기준인 OECD Principle(원칙)에 명확히 나와 있다”며 “충실 의무 규정을 21세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지 않으면 한국 시장은 외면당할 것”
최근 국내 주식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박유경 APG자산운용 EM주식부문 대표는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박 대표는 NSP통신과 서면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손을 대지 못한 채 마치 암환자에게 반창고를 줘 상처를 가리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속한 APG자산운용은 네덜란드 연기금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연금투자기관으로 총 자산규모가 6500억유로(약 980조)다. 그중 30%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투자하며 여기에는 한국, 대만,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주식도 포함된다.
최근 독립 거버넌스 기관인 ACGA에서 집계한 ‘CG Watch -Market Rankings & Scores(기업 재배구조 시장 순위 및 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8위다. 우리나라 앞엔 2위의 일본, 3위의 대만이 있고 우리나라 뒤엔 9위의 태국, 10위의 중국이 있다.
이같은 순위에 대해 박 대표는 “전반적으로 한국의 상장기업이 주주에 이로운 결정을 내리지 않고 특정 주주 또는 경영진의 이해만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라며 “회사와 그 주인인 주주들을 대신해 충실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 감시해야 함에도 잘 작동하지 않는 데다가 소수주주들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심대한 잘못을 하더라도 이에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전무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IT산업 비중이 큰 EM(이머징 마켓, 신흥 시장) 국가로서 EM시장 내 투자 비중을 두고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대만이 한국보다 EM시장 내 투자비중이 높아졌다. 이머징 마켓에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월 기준 13%인데 대만은 19%다. 20년 전 우리나라가 17%, 대만이 12%였으나 역전된 것이다.
박 대표는 “1%p는 우리나라 돈으로 100조인데 우리나라 13%, 대만 19%이면 6%p 차이라 약 600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 이머징마켓 인덱스 안에 우리나라 회사가 대만 회사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IT산업 외 자동차, 2차전지, 조선 등 다양한 제조 산업이 있어 한국이 더 유리해 보이지만 ‘기본기’가 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산업의 다양성 측면에서 규모의 측면에서 대만에 비해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전혀 살리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지난 5년 사이에 역전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대만의 대기업들은 최소한 기본에는 충실하다. 한국에서처럼 지배주주와 이사회가 기존 소수주주를 완전히 짓누르면서 본인들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혹시 그런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시장의 엄청난 저항을 맞고 소송에 직면한다”며 “상장사들은 모든 주주와 잉여이익 배분을 당연히 생각해 저희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60~80% 이상 배당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사실 매크로 이슈를 제외하고는 크게 주주환원 문제 때문에 주주와 회사간 분쟁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및 기업 밸류업을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일반 경영 사전에는 ‘경영권’이라는 말이 없는데 한국 재계는 경영권이라는 말을 만들어 재벌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도 모자라 보호해주고 있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는 회사의 주주 이익 보호이다’라는 말이 ‘글로벌’ 기준인 OECD 원칙에 명확히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의 근원인 충실의 의무 규정을 21세기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춰 고치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이는 곧 글로벌 기관들에게 한국 시장이 외면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현재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에는 손 대지 못 한 채 마치 암환자에게 반창고를 주어 상처를 가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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