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최근 두산밥캣 합병과 한화에너지의 한화 공개매수 등과 관련해 기업 밸류업을 위해선 주주의 충실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목격되고 있어 밸류업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국내 상장회사 상위 50개사 중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경우가 상당해 이사의 충실의무가 반영되지 않고서는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밸류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김포을)과 강준현, 강훈식, 김남근, 이정문, 유동수, 민병덕, 오기형 의원의 공동 주최로 개최됐다.
박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정부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한국판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다”며 “감세를 통해 배당에 대한 회사와 지배주주의 유인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밸류업 세제에 따른 혜택이 과연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말헀다.
이어 “주주들에 대한 권리와 이익보호 강화 전제 없는 밸류업이 진짜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세제 인센티브만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계를 비롯한 시장참여자들과 소통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진짜 밸류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회장은 환영사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상장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지 거의 반년이 지났지만 밸류업의 핵심인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 이사의 충실 의무 상법 개정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자본시장 발전과 1400만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 관련 상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밸류업을 강조하지만 정작 일반 주주들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엔 소극적”이라며 “이사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활동의 이익이 주주들에게 고루 돌아가고 그 결과 기업가치도 높이는 진짜 밸류업으로 논의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제 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 상장기업 ROE와 자본비용’에 대해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발표했다.
김 교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는 일반주주 보호정책과 세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경영권 보호 수단’을 추가하는 것은 자본비용 및 주가 인식을 축소시킴으로 오히려 밸류업에 역행할 우려가 있어 자신들의 ROE(자기자본수익률)과 요구수익률(자본비용)을 비교해 적절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 주제인 ‘밸류업과 이사충실의무’에 대해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했다. 이 교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발생 원인에 대해 “기업가치가 주식가치로 전달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와 이 이슈가 다시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되먹임 현상”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과 한화에너지의 한화 공개매수 등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이 교수는 두 사례에 대해 “성격상 주주간의 부의 이전이 쟁점이라 회사차원에선 손익을 논하기 어렵다”며 “이는 회사충실로는 견제할 수 없고 주주충실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가를 띄우겠다, ROE와 PBR을 높이겠다는 발상보다 주식시장 발전 저해의 구조적 불공정인 ‘기울어진 운동장’에 집중해 주식가치 할인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재부의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 증분에 대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 최대주주 할증 등 밸류업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배당 저율 분리과세는 배당을 늘릴 의향이 있는 경우에만 실효성이 있다”며 “그러나 총수는 배당, 증여에 의하지 않을 다양한 비과세 우회 승계 방안을 보유하고 있어 충실 의무 도입을 보류한다는 것은 ‘총수 떡 하나 더 주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적분할 상장과 자사주 처분·맞교환, 공개매수 등 전면적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토론자로 손창완 연세대 교수,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박유경 APG자산운용 EM주식부문 대표,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이 나섰다.
손창완 연세대 교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와의 이해관계의 충돌이 기업집단을 전제로 한 우리나라 회사지배구조체제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이로 인한 문제제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실의무에 대한 상법 개정안은 의무의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라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문제 되는 사안을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으로 한정될 필요가 있고 자기주식 취득, 분할의 문제는 상법의 개별 규정의 개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충실의무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현실에서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M&A에서 회사의 손해와 주주의 손해는 다를 수 있는데 특히 지배주주와 소수주주간 이해상충으로 소수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현행법상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될 경우 주주의 손해에 대해서도 업무상 배임죄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경제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의무가 있다고 해도 모두 지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주주들이 제대로 보호받게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사의 책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경 APG자산운용 EM주식부문 대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장은 아직도 1997년에 머물러있다”며 “상장회사 1등부터 50등까지 회사들 중에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이 많았다. 이런 회사가 우리나라 전체 시장의 62%인데 어떻게 투자하나”라고 비판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본부장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시 이사 책임 가중, 경영 보수화 및 모험적 신규투자 위축, 신속한 경영 판단 곤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최치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과장은 “그간 상법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대규모 기업집단 그리고 기업의 지배주주 경영진 견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지속적으로 강화돼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낮은 이사회 독립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될 경우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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