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파킹통장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파킹통장은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업황 부진으로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한달새 24조 증가…시장 불안정에 뭉칫돈 몰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고 연 4.0%의 금리를 제공하는 ‘SC제일 하이(Hi)통장’을 선보였다. 이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파킹통장이다. 기본금리 0.1%에 우대금리를 최고 3.9%p까지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급여통장인 ‘달달 하나 통장’에 전월 급여 이체 실적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 최고 2.9%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IBK기업은행 역시 ‘머니박스’를 선보였다. 기본 이자율 연 1.0%에 급여이체 실적 보유, 연금수급 실적 보유시 연 1.0%p, 판매 한도 소진시까지 6개월간 연 1.0%p의 특별금리를 제공해 최대 연 3.0%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파킹통장에 힘을 주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이 주식·가상자산 대신 수익성을 챙길 수 있고 안정적인 자금 관리도 가능한 요구불예금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과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24조 7262억원 증가한 638조 8317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존에 주식과 같은 투자처로 갔던 여유자금들이 MMDA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고금리 파킹통장은 ‘생존 전략’
저축은행들 역시 최근 다양한 파킹통장들이 출시됐다.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은 파킹통장과 정기예금이 합쳐진 ‘위비파킹플러스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이는 1년 만기 정기예금상품이지만 중도 해지시에도 연 2.2%의 기본금리가 제공된다.
키움저축은행은 예치금액에 따라 금리를 차등으로 적용한 ‘더 키움 파킹통장’을 선보였다. 금리는 최고 연 2.0%다. 금리 구간은 ▲평균예치금액 3000만원 까지 2.0% ▲3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1.5% ▲5000만원 초과 1.0%가 제공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급여 이체, 자동납부 등 실적 충족시 최대 연 3.7%의 금리를 제공하는 ‘월급더하기’ 입출금상품을 선보였다. JT저축은행 역시 최고 연 3.7%의 금리를 제공하는 ‘JT점프업2 파킹통장’을 출시했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파킹통장 금리를 높이는 등 마케팅에 적극적인 이유는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손충당금에서 ‘고정여신’을 은행처럼 제외하는 방식이다. 즉 부실 채권은 자기자본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의 자본확충능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해져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저축은행들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파킹통장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정기예금은 금리를 변경할 수 없지만 파킹통장은 금리 조정이 가능하다.
또 수시입출금식 통장의 성격을 갖추고 있어 고객이 언제든 자금을 넣고 뺄 수 있기 때문에 정기예금 만기 이후에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을 붙잡아둘 수 있다. 은행간에도 금리 수준에 따라 이동이 적극적이라 단기간에 자금 조달이 수월한 편이다.
다만 업황 부진에 저축은행 수신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장기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어려워서 수신에 대한 니즈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정기예금 금리를 높일 수는 없고 짧은 형태로 특판이나 파킹통장이 나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잔액이 빠지고 있고 고객 수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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