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우리금융그룹)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2022년 700억원, 지난달 1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우리은행에서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이를 두고 ‘사후 조병규 우리은행장이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책임 행보가 명확하지 않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미흡해 ‘사후 약방문’ 조처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박구진 준법감시인이 자진 사임했다. 100억원 횡령 사고 발생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 자리는 전재화 우리금융 준법감시인이 대신한다. 비어있는 우리금융 준법감시인엔 정규황 우리금융 감사무분장이, 감사부문장에는 정찬호 우리금융 부사장이 선임됐다.

이와 함께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을 비롯해 소관 영업본부장과 내부통제지점장을 후선 배치했다.

우리은행은 이를 두고 “인적 쇄신”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따져보면 사고 발생시 모회사 준법감시인으로 자리했던 인물이 그대로 은행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이번 인사가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부사장에서 준법감시인으로 이동한 것이라 ‘내부통제’ 전문성 강화에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고 같은 해 7월엔 내부통제 관련해 기지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전담인력 1선 배치’를 내걸며 지점장급 내부통제 전담인력 33명을 영업 최일선인 영업본부에 신규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영업현장에 밀착해 업무충실도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올해 발생한 100억원 횡령 사건의 경우 영업점 대리급 직원이 올해 초부터 대출문서를 위조해 대출금을 횡령한 사건으로 명백히 내부통제 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였다. 대리급 직원은 통상 대출에 대한 승인권한이 없는데 대출 심사 과정의 초기단계에서부터 구멍이 난 것이다. 대출 승인 체계 자체가 부실하거나 타 직원들과의 공모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700억원대 횡령사건 이후 새로운 수장을 맡아 임기 핵심 과제로 ‘내부통제 혁신’을 내세웠다. 장기근무자 대상 인사관리 강화, 위험직무에 대한 직무 분리 등 인사이동 조치를 병행하기도 했다. 특히 조 행장의 경우 과거 우리은행에서 준법감시인으로 역할을 하며 준법감시체제의 개편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러나 조 행장 취임 이후 지난해 7월 영업점 직원이 7만달러(9649만 5000원)에 달하는 금액을 빼돌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100억원대 횡령 사고도 조 행장의 임기 내에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과 조 행장의 ‘내부통제’는 사실상 실패했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약 또 다른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이번에도 CEO의 전격 책임 없이 ‘담당자 교체’로 대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준법감시인이 물러나거나 교체되는 것은 문제를 그대로 두는 것”이라며 “시스템적으로 잘못한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인력을 개편한다고 금융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며 “특히 임기동안 내부통제를 지휘한 수장들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해당 금융사고들은 현재 조사 중인 상황이고 이번 준법감시인 자진 사임은 정기인사 전에 의사를 밝혀서 반영된 것”이라며 “현재 금융감독원에서도 특별감사팀이 파견돼 검사 중에 있고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또 내부통제 강화 방안과 보완점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적으로 막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이번 인사가)사후약방문이라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새롭게 준법감시인으로 선임된 전재화 우리금융 준법감시인은 이번 금융사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 보완할 점과 강화할 점을 파악하는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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