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고금리 수신상품이 제1금융권에선 사라진 반면 제2금융권에선 ‘특판’으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하고 은행채 금리도 3%대를 유지하고 있어 시중은행 수신상품 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을 붙잡기 위해 고금리 특판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7일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총 19개 제1금융권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연 4%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포함해도 최고 금리가 연 3%도 안되는 상품도 있었다.
최근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DGB대구은행(IM뱅크)의 ‘DGB함께예금’만 최고 연 4.15% 금리를 제공하는데 이는 지난 20일부터 판매한 특판으로 총 판매 한도는 1조원이다. 전월 총수신 평잔 30만원 이상 혹은 신규시 첫만남플러스통장 보유, 대구은행 주택청약상품 보유, ‘DGB함께적금’ 동시가입 후 만기일까지 보유 등의 조건을 채워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4% 밑으로 떨어진 이유는 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연말 혹은 내년으로 후퇴한데다 한국은행도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비치며 투자자들의 대기성 자금이 요구불예금에 머물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총수신은 2363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한 가운데 저원가성 수신은 48조원 늘었지만 정기예금은 13조원 감소했다.
또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AAA·5년물) 평균금리는 지난 24일 기준 3.768%로 전년 동월(4.046%) 대비 0.278%p 낮다. 은행채 금리는 정기예금 금리의 준거 지표다.
이처럼 주요 지표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당분간 예금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자금 조달이 비교적 수월해져 예금금리를 상향조정할 필요성이 더 약해졌다”며 “기준금리 인하도 시점이 미뤄지긴 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예금금리가 더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OK저축은행에선 최고 연 4.21% 금리의 ‘처음처럼OK청년정기예금’을, 인천저축은행과 조은저축은행에선 최고 연 4%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각각 내놨다.
이와 함께 연 10%가 넘는 적금 특판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OK저축은행은 청년을 대상으로 최고 연 1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처음처럼OK청년정기적금’을 판매한다.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특판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기예금이 아닌 적금에만 쏠린 이유는 업황의 부진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조달을 위한 특판이라기 보다는 수신잔액이 전반적으로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고객 수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적금으로 금리를 높여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103조 7449억원으로 100조원을 겨우 넘겼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해 9월 117조 8504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2월까지 감소세를 이어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에서 수신을 늘리고자 하는 수요는 없는 것 같다”며 “저축은행 업권에서 2분기 2000억원 적자를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라 정기예금으로 고금리 마케팅을 할 수는 없고 보통예금이나 파킹통장도 소액 위주로 운영을 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하락하기 전까지는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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