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농협은행에서 110억원대 배임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KB국민은행에서도 100억원대의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고 은행권 신뢰 회복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점조직 형태가 금융업의 가장 큰 맹점”이라며 “규제·메뉴얼로 100%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으로부터 이같은 보고를 받고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총 104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실제 분양가가 아닌 최초 분양가로 담보 가치를 선정해 대출을 내줬다. 해당 대출건은 수년간 미분양 상태였던 지식산업센터 내 모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CEO 제재’까지 내걸며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같은 ‘일탈’을 막기엔 당국의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은 금융사고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면서도 “개인의 일탈”이라는 문장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이는 내부적으로 내부통제 강화 등 절차를 마련하는 등 금융당국과 발걸음을 맞추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직원 개개인의 일탈을 막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도 공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보호와 감시가 중요한 직군이기 때문에 견물생심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걸어두고 있다”며 “‘책무구조만’으로가 아니라 개인이 일탈을 꿈꾸지 못하도록 할 촘촘한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고를 치고 싶어도 못 치도록 막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시중은행은 감정평가시 유착관계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감정평가 법인을 랜덤으로 선택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출을 더 많이 내달라는 요청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의 가장 큰 맹점은 중앙집권이 아닌 점조직인 것”이라며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교육, 감사, 내부감사를 하는데 1000개에 달하는 지점과 2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100%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KB국민은행의 과다대출 같은 사고는 아무리 내부통제를 정교화해도 아예 없애기는 쉽지 않다”며 “은행이라는 영업 형태의 특성상 자율성을 어느정도는 부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2일 금감원은 ‘2024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올해 검사의 초점을 ‘내부통제’와 ‘지배구조’에 맞췄다.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이행현황 점검을 위해 내부통제 관련 성과지표 설계 및 운영의 적정성을 살펴보고 본점 사고취약부서 및 영업점에 대한 명령휴가 등 내부통제 운영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2월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따라 은행권은 오는 7월 책무구조도를 도입해야 한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