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의료법 제33조 8항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독소조항으로 의료계는 지금 과잉규제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의료단체에서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정부는 국회가 개정한 법의 취지에 부응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 보건복지부, 국세청 등 범 정부차원에서 철저한 법 집행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잘못된 부분은 고쳐나가야 할 사항이지만 이 때문에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론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1인1개소 법 시행 1년…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혼란
1인 1개소법 개정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이 공동 투자, 공동경영이 의료기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측면 등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법 개정을 앞두고 “의료산업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 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던 상태였다.
현재 네트워크 병원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개설자인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에게 자본을 투자 받는 것까지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영참여를 통해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등 의료기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고 병원 진료와 행정을 분리함으로써 진료의 질적 향상을 추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네트워크 병원 vs 의료단체들 과잉진료 논란
의료단체들은 네트워크 병원들의 과잉진료가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고 해서 1인 1개소 법을 개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네트워크 병원들의 주장과 네트워크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다르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사보고서 및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개정된 1인1개소 법은 일부 네트워크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위임진료 기타 불법진료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의되어 통과된 것이다.
그러나 과잉진료 및 위임진료 기타 불법진료행위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 수의 급격한 증가와 그로 인한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된 부작용으로, 일반 병원들의 공통된 문제이지 네트워크병의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네트워크 병원들의 주장과 네트워크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파산에까지 이르는 등 경제적으로 심각한 고충을 겪고 있는 일반 개설 의원들이 과잉진료 등 불법진료에 더 많은 유혹을 느끼게 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익명을 요구한 A 의료 기관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정상적인 진료만으로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의료인이 늘어남에 따라 불법진료를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 운영 혹은 공동 운영을 금지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벗어난 것 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네트워크 병원을 이용 중인 한 환자도 “우리는 최신식 설비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은 것이지 과잉진료, 위임진료 및 기타 불법진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이용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며 “네트워크 병원은 싸고 안전하며 환자를 만족하게 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4월 밝힌 '의원경영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의 36%가 평균 3억5000만원, 산부인과 5억2000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에 응한 의료기관 1031곳 중 70.5%가 “앞으로 경영상태가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일반 의료기관들이 자연스럽게 과잉진료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B 의료기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의료경영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수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거나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장점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피력했다.
◆ 환자 중심의 네트워크 병원 순기능은 살려야
자칫 의료기관의 영세화를 초래해 의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수의 공동투자 의료기관이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 소비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거주지 인근에서 제공받을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지역 병원 관계자는 “환자 진료에만 몰두하고 싶은데 혼자서 1인 다역을 하려면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고 의료 수준의 질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병원운영과 진료, 연구가 따로 세분화되는 운영방식이 의료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병원이 기업화될 경우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익명을 요구한 A 네트워크 관계자는 “의료는 특수한 분야이고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관리할 경우 허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1인 1개소 법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병원이 지나치게 기업화돼 이윤을 추구하게 되면 공공성이 훼손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A 네트워크 관계자는 “일부 병원의 불법진료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효율적인 관리, 처벌 등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조건적인 운영을 금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환자 중심의 모범적인 네트워크 병원의 순기능은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태 NSP통신 기자, keepwatc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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