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박사) (사진 = 강은태 기자)

(서울=NSP통신) = 지난 11월 9일 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Hapag Lloyd)의 롤프 하벤 얀센 하팍-로이드 AG 최고경영자(CEO)는 “낮은 운임, 약한 유럽 경제 그리고 확대되는 지정학적 혼란으로 인해 컨테이너 운송 산업은 몇 년 동안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하며 이어 “경기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24~36개월이 확실히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컨테이너 운임은 S/C 계약 즉 장기 우대 운송계약에 의한 계약운임이 거의 지난 2분기로 종료됨에 따라 현물 운임인 spot rate가 시장에 급격하게 반영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유럽 항로의 경우 급격한 운임하락을 보이며 동아시아~미 서안도 운임하락이 진행 중이다.

사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중 전 세계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와 격리 등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급증하다 보니 상품에 대한 구매자의 수요가 급증하여 소비재를 중심으로 상품의 해상운송이 증가했으나 미 서안 LA항과 LB항 등 주요 항구가 입항 지연과 화물의 하역 및 연계 운송의 지체가 만연하면서 선사들은 3~6배 이상의 엄청난 해상운임에 더하여 막대한 체화료와 지체료(DEM&DET)의 부과 징수로 횡재 이익을 가져왔었다.

이러한 글로벌 주요 선사들의 펜데믹 기간에 매출 급증과 영업이익의 폭등은 필자가 이미 코로나 초기에 럼과 방송을 통해 수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펜데믹 종료와 함께 사라질 것이며 엔데믹 이후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해운 시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3분기 컨테이너 현물 운임 시황지표인 SCFI(상하이컨테이너교역소운임지수)는 900선이 붕괴해 코로나 직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는 듯 보이다가, 최근 4분기에 들어와서 1000선을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이것은 선사들의 운항적자를 회피하기 이한 여러 가지 전략들 예를 들면 감속 운항(slow steaming), 임시결항(blank sailing), 계선, GRI 부과 등 온갖 전략을 사용하면서 운임하락을 방어하는 노력의 결과일 뿐이지 언제든지 운임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그 이유는 세계 2위 선사인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머스크는 지난주 약 2026년까지 약세를 보일 수 있는 장에서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최소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코리아쉬핑가제트에 따르면 머스크는 해상운송 부문의 2023년 3분기 매출액은 78억9700만 달러(약 10조3000억 원), 영업이익이 -27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동사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으며, 매출액도 전년 180억 1800만 달러와 비교해 56.2% 급감했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 CMA-CGM사의 지난 3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95% 급감했으며 매출액은 43% 감소, 영업이익은 78%나 감소했다.

머스크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초에 이미 약 6500명을 구조 조정했며 향후 몇 달간 최대 2500명, 2024년까지 3500명을 추가 감원할 계획으로 총 1만 명이 감원이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대표 국적선사인 HMM은 지난 3분기 영업실적 발표에 의하면 연결기준 적용 영업이익 758억 원, 순이익 954억 원을 각각 거두었는데 이는 작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은 97.1%, 순이익은 96.4% 감소한 실적으로 충격적이다. 매출액 역시 2022년 3분기 5조 1062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조 1266억 원으로 58.4% 감소, 영업이익은 97.1%, 급감한 실적이다.

주요 글로벌 Top 10 선사를 보면, 세계 2위 덴마크 머스크(MAERSK)는 3분기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10위 이스라엘 짐(ZIM)라인, 11위 대만 완하이라인(WANHAI)의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부터 적자로 전환됐으며 6위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8위인 한국의 HMM은 매출은 58.4% 감소, 영업이익은 97.1%, 급감한 실적이다. 따라서 이제 글로벌 선사들은 영업이익 적자로 전환되기 시작했으며 앞날은 안개 속을 항해하는 선박과도 예측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에 따르면, 위에 말한 해운 시황이 악화 추세에 추가적인 심각한 악재가 등장하였는바 지난 10월 10일 EU(유럽연합)는 내년 4월 25일부로 현재 얼라이언스(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운영 중인 주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CBER ▲가격 담합 금지 ▲시장점유율 30%를 초과 금지 ▲선복 교환(slot charter) 또는 판매 ▲운항 일정 결정 ▲수요공급 변동에 대응한 수송능력 조절(선박투입조절, 임시결항, 계선 등) ▲컨테이너 터미널과 관련 서비스 공동 운영 또는 사용 ▲선박과 항만시설(항만사무소 포함) 공동 운영 ▲컨테이너 박스 등의 장비 지원 등의 선사 간 협력(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 해운선사들이 시장점유율 30%를 초과하지 않고 담합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쟁법(독점금지법) 적용을 한시적으로 일괄적용을 면제하는 규정) 적용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이러한 조치의 이유는 2008년 10월 EU에서 해운동맹 즉 운임동맹(shipping conference)의 독점금지법 적용 면제를 폐지한 바 있는데 선사들의 반발로 인해 일정한 조건을 내세워 2010년 4월부터 CBER 규정을 시행하면서 그간 CBER 제도의 적용 기간 연장을 해왔다. 하지만 EU 위원회가 판단하기에 지난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선사들이 보여준 행동들이 애초 CBER제도의 도입 목적에 부합되지 않았고 CBER제도 적용이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화주(소비자)들의 편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컨테이너 해상운임의 폭등과 DEM&DET(체화료와 지체료)의 무리한 부과 징수로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과 붕괴의 원인이 됐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필자는 추측이 된다.

사실 지난 펜데믹 기간 중 선사들의 무리한 운임 인상과 DEM&DET(체화료와 지체료)의 부과 징수 및 공 컨테이너 수급의 문제 등으로 화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최대의 화주 국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선사들의 횡포에 대응하여 작년에 OSRA 2022: 외항해운개혁법)를 제정 시행해 주요 글로벌 선사에 대한 미 연방해사위원회 즉 FMC의 조사가 진행됐으며 몇몇 선사의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개별선사 별로 화주들과 손해배상 합의를 한 바 있으며 이러한 조치들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우리 국적선사인 HMM과 SM 라인도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선사의 경우 선제적으로 화주 사에 대해 일괄적으로 운임 인하 조치를 단행해 화주의 손해를 보상하는 태도를 보이는 예도 있었지만 대다수 선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 펜데믹이 지속할 거란 환상 속에서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의 실현을 꿈꾸고 있었다.

따라서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선사들에 대한 제재와 운임하락이 맞물려 몇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기존의 3대 글로벌 얼라이언스 ①2M : MSC, MAERSK, ②The Alliance : 한국 HMM,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Yang Ming, 독일 Hapag Lloyd ③Ocean Alliance: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홍콩 OOCL, 대만 EVERGREEN의 재편이다.

기존 3대 얼라이언스의 해체는 아니지만 EU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시장점유율의 조정, 얼라이언스 내의 회원사 간 이합집산, 새로운 얼라이언스의 출범 등의 전략을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글로벌 선사 중 선복량이 많은 선사의 경우 특정 항로를 단독 운항하는 노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향후 얼라이언스의 결집력 약화로 인하여 선사들 간의 화주 사에 대한 화물영업의 경쟁이 심화해 치킨게임을 넘어서 파멸적 경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예상의 대응을 보면 세계 1위 MSC사는 컨테이너 신조 발주량을 급격히 늘려서 선복량이 600만 TEU가 넘어서게 되는데 이는 과거 2010년 초 머스크가 말한 ‘ 우리는 얼라이언스 자체이다’라고 할 만큼 굳이 얼라이언스가 필요치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2M의 MSC와 MSK가 2025년부터 더 이상 2M 얼라이언스의 결별을 발표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11월 14일 현재 이들 양사의 선복량 합계는 34.5%로 압도적이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MSC의 경우 19.7%로 이미 발주된 선박까지 포함할 경우 697만5927TEU로서 2위 MSK의 453만2943TEU와는 244만2984TEU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되며 MSC 자체만으로도 얼라이언스가 가능한 수치다. 결국 더 이상 2M을 존속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만일 얼라이언스가 해체되거나 축소될 때 우리나라 국적선사인 HMM의 경우 컨테이너 1척을 통째로 화물을 채워야 하는 상황도 초래할 수 있으며 현재 발주 잔량 포함 104만8759TEU(현 선복량 78만3732TEU + 발주잔량 26만5027TEU)의 선복량으로 글로벌 해운시장을 커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에 선사들은 컨테이너 운임하락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임시결항이나 저속운항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CBER 제도 폐지 후 글로벌 선사들은 각자도생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고 선박을 운항 중인 빼버린다든지 경쟁이 치열한 항로의 운항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모든 사항 조치들이 여의치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단기적인 해운 시황과 컨테이너 선복량을 따져본다면 11월 14일 현재 알파라이너가 발표한 글로벌 Top 100 선사의 컨테이너 선복량 합계는 2815만 5839TEU이며, 2019년 12월 31일 기준 취항 선복량은 2269만TEU이므로 불과 4년 만에 약 550만 TEU가 증가해 약 24%나 급증한 상태다.

더욱이 현재 글로벌 상위 20위 내 선사들이 발주한 잔량만 보더라도 655만7737TEU로 현 선복량을 합친다면 3470만TEU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선복량은 글로벌 해상운송의 화물 운송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수치로써 향후 해상운임의 하락은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다. 결국 선사 간에 치열한 화주 유치의 싸움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해운 시황의 중단기적 침체 전망과 EU의 CBER 적용 폐지 그리고 미국의 ORSA 2022 시행에 이은 향후 글로벌 선사들에 대한 추가 조치가 유럽과 같은 취지로 진행이 된다면 선사들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생존전략을 수립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위 MSK사의 경우 이미 2M의 해체 소식을 전하며 해상운송 기업이 아닌 end-to-end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기업으로 성장전략을 수정했으며 컨테이너 선복량 역시 경쟁사들과 달리 MSC사에 비해 3분의1도 채 안 된 수준으로 발주 잔량을 보인다. 이는 해상운송에 집중하다가는 컨테이너 시황 침체 시 심각한 경영 적자가 예상된다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MSK의 경우 이미 항공 사업에 진출했으며 복합운송을 위한 철도운송, 트럭운송,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 계약 물류, 통관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함으로써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면서 시장 침체에 따른 경영 리스크의 분산을 꾀하고 있다.

1위인 MSC, 3위인 CMA-CGM, 4위인 COSCO, 5위인 Hapag Lloyd 등 글로벌 선사들은 이미 컨테이너 운송사업의 침체에 대비한 항공, 철도, 터미널, 창고 등 사업 다각화에 서두르고 있으며 해외의 선사나 물류회사의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런데 세계 8위 선복량의 대한민국 국적선사인 HMM은 구 현대상선 시절 파산 직전에 몰렸다가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에 의거, 산업은행이 넘겨받아 수조 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해 2만4000TEU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신조해 펜데믹 기간 중 천문학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시현한 바 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SCFI 운임지수의 급격한 하락과 시장 운임의 급락에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97.1%나 급감한 상태이다.

위에서 언급한 CBER 폐지와 얼라이언스의 재편, 글로벌 경제의 둔화와 침체 등 악재가 도사리는 현 상황에서 HMM의 경영진과 위탁운영 중인 해양진흥공사가 보여준 경영 혁신과 신규 사업 진출을 포함한 사업 다각화 등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뚜렷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위기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세계 선복량 8위의 HMM이 따라잡아야 할 7위 대만 선사 EVERGREEN의 선복량과 견주어 보라면 발주량 포함 시 에버그린사는 246만4173TEU(현 선복량 163만5955TEU + 발주잔량 82만5218TEU)인데 비해 HMM은 104만8759TEU(현 선복량 78만3732TEU + 발주잔량 26만5027TEU)에 불과해 42%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따라서 HMM이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성공적 추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Top 7위와는 2배 이상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HMM의 가야 할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불투명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산은이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위탁관리 중인 HMM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번 달 하순에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필자를 포함해 언론 인터뷰와 방송에서 수차례 언급했듯이 HMM의 매각은 매각의 자격이 충분히 검증된 업체가 적격 인수자로 선정돼야 하며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의 주식 전환 문제와 사내 유보된 막대한 현금의 처리 문제를 포함해 업계를 포함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의 기준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인수예정자의 재무적 능력과 투자 능력이며 과거 몇 사례처럼 인수 후 알맹이를 빼먹고 먹고 튀는 일은 재현돼서는 안 된다.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인수 희망 기업 중에서 족벌오너 경영과 세습을 위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의 경우 늘 무리하게 계열사나 자회사 등 관계사를 동원해 자금을 끌어들이고 나중에 동반 부실화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당수 한국 기업들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산은은 매각 시 현재 HMM 내에 유보 중인 천문학적인 현금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한정해 그룹사에 대여한다든지 다른 용도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인수조건에 포함해야 한다. 또 해운 시황의 특성상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해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가 탁월한 기업과 향후 지속적인 해운물류 등 사업에 투자 여력을 갖춘 우량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번 HMM의 매각은 해운 물류인은 물론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중차대한 일이므로 한 치의 의혹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을 당부한다.

이번 HMM의 매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든 유찰이 되든지 HMM의 성공적인 매각은 곧 2017년 2월 파산선고를 받고 공중분해 된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의 아픈 상처를 딛고 한국 해운산업의 재건이 성공적으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지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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