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2023년 7월 27일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국제박물관협의회에 등록된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의 컴퓨터 박물관이다.
컴퓨터와 게임의 역사를 보존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사회교육기관으로 기능해오며 현재는 인지도와 전문성을 모두 갖춘 컴퓨터와 게임 분야 국내 대표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개관 당시 4000여 점으로 시작한 소장품은 1만6000여 점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누적 관람객은 135만 명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남긴 발자취를 통해 컴퓨터와 게임의 가치를 조망해온 과정을 되짚어본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총 1만6000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400여 점의 주요 하드웨어와 2000여 점의 소프트웨어·도서·영상 자료 등을 전시장에서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
주요 소장품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소하게 구동 가능한 상태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애플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애플 I(1976), IBM이 출시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PC 5150(1981), 최초의 가정용 콘솔 게임기 ▲마그나복스 오디세이(1972) 등이 있다.
초창기 컴퓨터 기기와 고전 아케이드 게임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장품들은 ‘컴퓨터와 게임의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박물관의 설립 취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단순히 소장품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서 그 가치를 보존하려는 시도를 함께하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바람의나라’를 출시 초기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프로젝트 ‘바람의나라 1996’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 복원 사례로 서버 내 소스를 복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초기 제작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을 모아 개발 당시의 소스를 바탕으로 역개발하는 과정을 거치며 관람객들의 추억을 성공적으로 보존할 수 있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과거의 기기들을 전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오픈 소스 개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일반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가까이에서 관람하고 직접 소장 제안까지 할 수 있도록 ‘오픈수장고’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치 게임 내에서 패치와 업데이트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역사적 가치와 관람객들의 추억을 함께 보존하기 위해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제주 지역의 대표적인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구성 덕분에 전체 누적 관람객의 약 50%가 청소년과 어린이일 정도로 전국 초·중·고에서 즐겨 찾는 수학여행 명소가 됐다.
박물관은 교육부가 주관한 제주 지역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으로 두 차례나 선정됐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진로특강 ▲꿈이IT니를 비롯해 어린이융합워크숍 ▲HAT, ▲오픈워크숍 등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기반으로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만지작, HAT 등 일부 교육 과정은 온라인으로 재편성되며 참여 대상이 제주에서 전국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박물관 규모 대비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 지역 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양질의 IT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교육 현장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디지털 교육 격차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코딩 교육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부터 6년간 무료로 진행된 ‘꿈이 IT니?’ 진로교육에는 전국 300여 개 학교에서 누적 3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는 ‘NCM 어린이자문단’을 운영하며 제주 지역 어린이들이 문화자원봉사자로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지역 밀착형 박물관’으로서 기능하며 미래의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지역 학생들에게 진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제주 지역 사회 문화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아 관장은 방문객 100만 명을 맞이해 진행한 2019년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 산업의 성장을 직접 경험하고 목격해 온 30~40대에게 동질감과 유대감을 전달할 수 있는 관람객 특정적 전시를 통해 박물관이 각자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관람객과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전시’를 지향하고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개최한 대표적인 참여형 전시로 지난 2019년 7월 종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 특별 기획 전시회가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 25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이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은 현실에 구현된 ‘마비노기‘ 속 캠프파이어에 앉아 모닥불과 풍등, 그리고 음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작품, ‘카트라이더’의 카트가 AR로 전시 공간을 누비는 작품 등 감각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20점의 전시 작품을 관람한 바 있다.
마치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관람객들은 참여를 기반으로 구성된 전시를 관람하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의 가장 큰 강점은 관람객의 시선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추억을 오래도록 향유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
지난 2021년부터 박물관 내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네포지토리(NEpository)’ 프로젝트 역시 그 일환이다. 넥슨(Nexon)과 저장소라는 의미의 리포지토리(repository)를 결합한 네포지토리 전시는 미출시되거나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의 아카이브를 통해 온라인게임의 경험적 가치를 면밀하게 보존한다.
최근까지도 지난 3월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카트라이더 아카이브 전시를 추가로 선보이며 오랜 팬들의 추억이 사라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들은 서비스 기간 동안 누적된 원화, BGM 등을 체험하고 추억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에게 가장 소중하고 즐거웠을 어린 시절의 기억 한 편이 오래도록 보관될 수 있도록 기록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한 덕분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게임 장르가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의 한 축으로 인정받기 이전부터 게임의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문화적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해왔다.
앞서 언급한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 전시와 ‘네포지토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중 ‘네포지토리’에서는 플레이 화면 뒤에 숨겨져 있었던 온라인 게임의 개발 과정과 도전을 조명하며 국내외 유례가 없던 시도를 선보였다.
박물관은 개관 이래로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교류하며 온라인게임의 문화 예술적인 가치를 탐구하고 조망해왔다.
미국의 ‘더 스트롱: 국립 놀이 박물관(ICHEG, The Strong National Museum of Play)’과 비디오게임 역사의 아카이브를 연구하는 스탠포드 도서관(Stanford Library), 독일의 ‘컴퓨터슈필레뮤지엄(Computerspielemuseum)’, 그리고 핀란드 게임 박물관(Suomen pelimuseo) 등 해외 유수의 박물관 및 관련 기관과 꾸준히 교류해 오고 있다.
넥슨의 지식 재산(IP)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려는 노력도 함께 했다. 지난 2017년 국립과천과학관 내에 개관한 넥슨 메이플스토리 연구소에서는 물리적으로 구현된 메이플월드 안에서 게임 개발 과정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Digital interactive multimedia) 공간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개관 10주년과 메이플스토리 20주년을 기념하여 대형 아트워크 전시 ‘Hello, REAL World!’를 기획했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게임 유저들에게 박물관이 새로운 경험의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벽인 포탈(portal)의 의미를 담아 건물 한 면을 대표 캐릭터로 장식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아 관장은 “지난 10년간 컴퓨터와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전시를 즐겨 주신 모든 관람객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며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NSP통신 이복현 기자(bhlee201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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