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지난 주 토요일 저녁 부산의 시국대회 현장 길거리에서는 ‘민주당해체, 김한길사퇴’를 써붙인 글자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시민이 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민주당원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서명을 받는 자리 앞에서였다. 속으로 어떤 생각들이었는지는 몰라도 아무도 그를 향해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민주당의 현재는 당원 스스로도 자조스러운 데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 추락의 충격은 야당 불모지 부산에서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대선 패배이후 제1야당 민주당이 계속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래 선거에서 진 정당에 대해서는 그 당의 지지자들 일부까지 함께 비판 대열에 합세하는 법이어서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지 벌써 7개월이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가 들어선 지 세 달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도 민주당은 여전히 내부적 단합도, 대여 전선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어 문제인 것이다. 더욱이 대여 투쟁이 한참 꼬이긴 했지만 그래도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당내 지도적 인사들 사이의 자중지란이 공개적으로 노정되어 뜻있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일각의 주장처럼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난 10년 새정당 실험의 교훈이다. 어차피 새 당도 기존 정치인들과 기존 정당에 몸담았던 당원들이 압도적 다수인 ‘현실정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도부를 교체하면 될 일인가? 그것도 글쎄요다. 열린우리당 시절 몇 년 동안, 평균 6개월마다 당대표를 바꿨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고 당이 간판을 내리고서야 그 비난의 정치는 일시 휴전을 할 뿐이었다. 지금 쉽게 당 대표 퇴진 요구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 때의 아픈 기억이 반추되기 때문일 것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지금은 민주당이 소수야당의 입장을 떠나서도 집권초반의 새누리당에 비해 수세, 비세인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당 지도부는 대여전선을 극히 단순화시켜놓고 당을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몰고가야 한다. 그 전략방향은 국정원 대선개입 책임추궁과 민생정치의 투트랙이다. 다른 차원의 문제들에까지 고개를 돌려서는 안된다. 좌충우돌, 갈짓자 행보가 가장 위험하다. 당지도부는 지난 몇 달 동안의 실수는 묻어버리고 당의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어야 한다. 여기에는 지도적 구성원들과 당원들에 대한 신뢰와 기강이 포함돼야 한다.
당원과 지지자들 역시 미우나 고우나 현재의 당지도부에 전권을 부여하고 그 뒤를 따라야 한다.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 한 단락을 모두 마치고나서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점에 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의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을 하는 자세이고, 같이 정당을 하는 동지적 연대감이다. 이런 정신적 토대가 있을 때 민주당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치선진국들인 서구 정당사 200년의 교훈이기도 하다.
NSP통신에 칼럼을 기고한 김영춘 민주당 부산진갑 지역위원장은 민주당 최고위원과 국회의원(16~17대)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인본사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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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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