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러브라인은 물론 미묘한 애정 분위기 조차 없는 형사드라마가 나왔다.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를 연출한 한동화 감독은 “주인공이 살아온 삶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또 이와 엮인 인물들이 가진 고뇌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범죄 스릴러임에도 피해자로부터가 아니라 공권력측에서도 코 끝이 찡해지는 감정이 묻어나는 상당히 인간적인 작품이 탄생했다.
1일 NSP통신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한동화 감독은 ‘형사록 시즌2’에 대해 “‘장르물을 보며 왜 눈물을 흘리지?’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며 “피해자 때문이 아니라 공권력을 행하는 자의 책임감, 고뇌, 애환으로 인해 코 끝이 찡해지는 수사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주인공 김택록 형사(이성민 분)의 속과 겉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데 집중했다. 전화 협박범의 연락처를 ‘친구’라는 이름으로 저장해둔 것도, 달리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끝까지 뛰는 것도, 꼿꼿이 세운 머리카락도 어떠한 러브라인도 찾을 수 없는 것도 택록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다.
한 감독은 “처음에 택록이 협박범의 전화번호를 ‘끝까지 간다’라는 식으로 저장하려다 지우고 ‘친구’라고 저장한다. 이는 떡밥이 아닌 택록의 생각 변화를 담은 것”이라며 “결국 택록은 친구도 없이 혼자서 고시원에 사는 사람인데 유일한 친구가 생긴 것이 나를 가혹한 운명에 가두려 하지만 어쨌거나 그 옆에 파트너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성아(경수진 분)과 경찬(이학주 분)의 썸을 염두해 뒀다가 생각을 바꿨다”며 “내(수진)가 좋아하는 선배님이 아버지를 감옥에 잡아 넣었고 아버지의 빈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데 그러한 선배님이 누명을 써 무기징역을 당할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분위기를 저해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택록과의 관계와 그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어설픈 로맨스보다 중요하다는 것.
이는 택록의 꼿꼿한 스포츠헤어에도 담겼다. 택록은 흰 머리가 희끗희끗하지만 직모로 곧게 뻗어있는 스포츠헤어를 고집한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원래 이성민 배우는 머릿결이 부들부들한 사람인데 그 머리를 세우는데 정말 고생했다”며 “택록은 나라의 녹을 먹고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대쪽같은 사람인데 이를 머릿결에서부터 표현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택록에 대한 한동화 감독의 애정은 매우 컸다. 흔히 586세대라 칭하는 아버지세대, 무뚝뚝하지만 뒤에서 챙겨주는 ‘츤데레’ 캐릭터, 옛 수사반장의 최불암씨 같은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정성을 들였다.
한 감독은 “택록같은 가장 보통의 아버지들, 감정표현이 서툴지만 내심 챙겨주려 애쓰는 분들에게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잘 살 수 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며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한 늙은 형사가 표현을 잘 못하지만 꾸며서라도 표현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감정이 느껴지고 사람이 보이는 수사물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쁜녀석들 : 악의 도시’, ‘38사기동대’ 등을 연출해온 한 감독은 차기작으로 ‘장르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거대한 자연의 횡포 앞에 선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고민을 담아내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재난물에서도 인간이 보였으면 좋겠다”며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도, 권선징악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관계와 인간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정서, 사고를 드라마에서 표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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