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당시 군마 아침해의 참전모습 (사진 = 한국마사회)

(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는 지난 17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6·25 참전용사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국보훈의 달 기념경주’가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들은 아흔에 가까운 고령에도 절도 있는 거수경례로 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들의 당당한 모습은 경마 방송을 통해 전국의 경마공원과 20개 실황 수출국에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한국마사회는 경마를 통해 보훈 문화를 확산하고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헌신에 존경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번 경주를 마련했다.

호국보훈과 경마는 예전부터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중국에서 별세한 백범 김구 선생 모친의 유골이 조국으로 돌아올 때, 경마장 기수들은 기마병대로 호송을 맡기도 했다.

해방 이후 경마장은 백범 선생을 포함해 정치, 군사, 경제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찾는 사교의 장이 됐다. 지금의 대상경주 격인 상전 경주가 당시 경마장을 찾은 명사들의 이름을 따서 ‘백범 김구 상’, ‘이승만 상’, ‘하지 상’ 등으로 열렸고 명사들이 직접 시상에 참여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경주로는 비행기 활주로로 활용됐으며 경주마들은 군수물자를 나르는데 동원됐다. 군마로 변신한 경주마 중 가장 유명한 명마로 ‘아침해’가 손꼽힌다.

아침해는 신설동 경마장 출신 경주마로 주인이었던 소년은 전쟁 중 다리를 잃은 동생의 의족을 마련하기 위해 미 해병에게 250달러를 받고 애마를 눈물로 떠나보냈다.

체고 140cm의 작은 암말이었던 ‘아침해’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산악 고지대에 탄약과 식량, 통신선 등 물자를 조달했다.

겁이 많고 소리에 민감한 말들이 포성이 빗발치는 전장을 누비는 일은 쉽지 않은데, ‘아침해’는 특출한 능력을 선보였다. 포성이 울릴 때면 몸을 숙여 충격을 피했고 철조망 등 장애물도 피해 다녔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사람 없이 단독으로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아침해’는 포탄과 물자를 몸에 올리고 고지대를 올랐고, 부상당한 병사들을 업은 채로 저지대로 내려오길 반복했다.

특히 연천에서 벌어졌던 악명 높은 ‘네바다 전투’에서 하루에 50여 차례나 후송업무를 수행하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미 해병은 ‘아침해’에게 무모하고 용감하다는 뜻인 ‘레클리스(reckless)’라는 새 이름과 함께 해군으로서 계급을 부여했다. ‘레클리스’가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나갈 땐 전우들이 자신의 방탄복을 대신 입혀주었고, 휴식할 땐 함께 막사에서 전투식량, 초콜릿, 스크램블 에그, 코카콜라, 맥주를 함께 즐겼다고 전해진다.

종전 후 미국으로 귀환한 레클리스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표창, 퍼플하트 훈장 등 수많은 훈장을 수여 받았다. 1960년 은퇴 후 미 해군기지에서 안락한 노후를 누리며 네 마리의 자손까지 세상에 남긴 ‘레클리스’는 1968년 노환으로 삶을 마감했다.

전쟁영웅 ‘레클리스’의 무용담은 이후에도 계속 전해진다. 미국의 월간지 ‘라이프’지는 1997년 미국의 100대 영웅에 ‘아브라함 링컨’, ‘마틴 루터 킹’ 등과 함께 ‘레클리스’를 선정했다.

2014년 미국 최고의 경마 대회인 ‘켄터키더비’에서는 ‘레클리스’의 추모행사가 열렸으며 2018년 미국의 전설적인 경주마들의 동상이 전시된 렉싱턴 호스파크에서는 ‘레클리스’의 여섯 번째 동상 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뮤지컬 레클리스의 마지막 장면 (사진 = 한국마사회)

한편 한국에서도 영웅 ‘아침해’를 기억하기 위해 크고 작은 활동들이 이어져왔다. ‘아침해’의 이름을 딴 경주마들이 용맹하게 경주로를 달리는가 하면 경기도 연천에서도 ‘아침해’의 동상을 건립됐다. 한국마사회는 2015년부터 ‘아침해’를 주인공으로 한 말 문화공연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그 용맹함을 전하고 있다.

NSP통신 강은태 기자(keepwatc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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