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여전히 내 머리 안에 맴도는 영화는 단연코 ‘Don’t Look up’이라는 넷플릭스 영화다.

새롭게 발견한 혜성이 6개월 뒤에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천문학 교수와 혜성을 발견한 제자가 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그 사실을 반신반의 하면서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바빠 결국은 혜성이 예정대로 6개월 뒤에 지구와 충돌하여 모든 것이 끝나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전하진 이사장. (사진 = SDX재단 제공)

한 때 정치인이었던 필자로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오버랩되면서 더욱 실감 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에덤 메케이 감독은 기후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들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경고하는 상황은 영화와 너무 닮아있다. 최근에 UN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기준점을 넘을 확률이 66%라고 전망했다. 또한 98%의 확률로 2027년 안에 최고치가 경신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50년 전인 1972년 로마클럽에서는 MIT에 의뢰해 만든 ‘성장의 한계(The Limit to Growth)’라는 책을 통해 인구 급증, 급속한 공업화, 식량 부족,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 다섯 가지 문제로 인해 ‘지금(1972년)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의 경제 성장은 100년 이내에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책은 지난 수 십년간 수 천만 부가 팔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 추세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생존한 저자 데니스 메도스 전 MIT 시스템관리학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속도를 늦출 기회가 있었지만 지난 50년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이제 너무 늦었다. 에너지 소비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지구를 한계 이내로 되돌려놓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미 붕괴의 징후는 곳곳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그대로다.

자 이제 현실을 좀 더 차분하게 돌아보기로 하자. 기후위기의 데드라인이라고 정한 1.5도 상승 시기는 점점 빨라져 불과 10여년 남짓이면 돌파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국제사회는 이를 저지하겠다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Nationality Determined Contribution Targets)을 제시하며 감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떠들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전히 영화에서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 모두가 합심하여 금모으기 운동을 했다. 이것이 외환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국민들의 정신적 의지를 보여준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기후위기 상황을 해결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전 세계인 모두가 합심해서 금 모우기는 아니어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포스코와 같은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들에게만 탄소를 줄이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 아니 전 인류가 힘을 합쳐 이 문제에 대응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결국 탄소배출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수요를 줄이는 것뿐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상식이요 문제해결의 열쇠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여전히 일부 환경단체의 허무한 외침에 불과한 상황이다. 왜 국가가 나서 지금의 경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일까? 영화에서처럼 6개월 뒤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파멸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과 무엇이 다른가.

기후기술 개발 및 적용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보다는 디지털전환(DX)기반의 최적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13억대에 이르는 자동차를 10년 안에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따라서 엔진 효율을 높이고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을 더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상하고 데이터화하는데 DX는 아주 유효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의 상식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지금의 문명을 이루어 낸 것도 사실이며, 앞으로도 그럴진대 탄소배출 때문에 이를 방해받고 싶은 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행할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이 서둘러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도 아주 과감하게 말이다. 10년 안에 기후위기의 데드라인을 넘어서면 우리 아이들은 지금보다 2도가 높은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지 못하고 멸종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를 이렇게 무시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환경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고자 했지만 역설적으로 과거 굶주렸던 그 때 보다도 못한 미래를 떠 넘겨버린 무책임한 부모세대로 전락한 작금의 상황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받아들이고 무심하게 살아간다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이며 대체 무슨 희망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과감하게 그리고 급격하게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는 도전을 감행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처럼 황폐한 지구를 물려주게 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안타까워하고 그들이 앞장서서 우리가 잘못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 그것만이 우리 세대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은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 전 세계 시민이 해야 할 일에 대해 한 가지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재 정렬하는 것이다. 지구적 선이란 지구 생태계와 사회적 공정성을 보호하고 개선하여, 개별 국가나 지역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보다 광범위한 국제 협력과 연대를 통해 모두가 풍요로운 공존의 시대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자국우선주의, 개인주의 등 지구적 선에 반하는 상식을 이제는 지구적 선에 맞춰 새로운 상식을 창조해 내야 한다.

그것만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고집하는 한 기후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 어차피 지구라는 하나의 생태계에 존재하는 우리들에게 공기와 물 그리고 모든 자원은 공유재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사유화로 인해 기후위기가 촉진되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인을 제거 한다는 차원에서도 이같은 자원의 공유화가 하루 빨리 추진되어야한다.

사실 말이 쉽지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 안에 각인된 이 같은 상식을 파괴하는 것은 어쩌면 죽음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를 뛰어넘지 못하면 멸종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전해 볼 만 하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에게 멸종에 이르게 한 무책임한 부모세대로 낙인 찍혀 저 세상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사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에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법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ESG를 ESGG(Ethical Sustainable Global Good)로 개념을 바꿔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의 ESG는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기업이나 조직의 지구적 선을 추구하겠다는 비전 설정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ESG의 대표적인 기업인 파타고니아처럼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다’라는 비전이 모든 국가, 단체, 기업의 비전에 명시되고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기후위기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적 선을 추구하겠다고 한다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창조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널리 공유되어 모든 조직이 서둘러 GG를 지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관리 및 평가를 위한 방법론 까지 제시된 ESGG Statement를 만들어 공표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물론 국가나 지자체, 기업 등이 모두 이같은 ESGG Statement를 제시하고 이를 실천한다면 세상의 작동방식을 달리잘 것이고 따라서 기후위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리라 확신한다. 굳이 앞에 윤리적이고(Ethical), 지속가능한(Sustainable)을 붙인 이유는 이 점으로 더욱 더 강조하고자 함이다.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은 앞으로 엄청나게 똑똑해지고 디지털세계를 통해 우리의 지적확장이 가속화될텐데 이런 지적 성숙이 윤리적이지 않으면 우리를 파괴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따라서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게 GG를 추구하자는 뜻으로 ESGG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제사회를 비롯하여 전 세계가 ESGG 캠페인을 통해 모두가 한 마음으로 GG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정렬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나아간다면 오래지 않아 기후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전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과 함께 풍요로운 공존을 하는 새로운 문명세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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