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
압도적 다수로 의회 권력을 장악한 대한민국 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정국을 일파만파 뒤흔들고 있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좀 멀어지는 시점에 터진 초대형 사건이다. 특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2004년 3월 24일 국민의힘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이 고승덕 변호사의 폭로로 한나라당 간판을 떼고도 모자라 허허벌판에 천막당사를 치게 된 박희태 대표의 300만원 사건, 한마디로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사건과 판박이라는 데 있다.
그로부터 20년이나 지난 오늘날에 그런 사건을 다시 접하게 된 국민들에게는 그나마 남아있던 정당에 대한 신뢰가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연이어 터진 국민의힘 소속 한 당협위원장의 지방의원 공천을 미끼로 한 돈봉투 의혹사건은 야당 대표가 기자 질문에 이름을 거명하면서 물타기를 의식한 국민의힘이 당무감사로 신속 처리할 모양새다.
여야의 최고의결기관이 한쪽은 산업화 세대들에게 한국 근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당의 정체성 즉, 당파성 논란으로, 다른 한쪽은 민주화 세대 즉 86세대들의 권력형 비리와 내로남불에 관한 당의 입장을 묻는 당의 도덕성, 윤리성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양당 모두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권위는 거의 형해화되고 있다.
여당에 있어 최고위원들의 설화에 대한 당의 미온적인 태도는 소위 말하는 당파성의 문제라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제주 4.3과 광주 5.18 그리고 전광훈 목사 문제에 대해 당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그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번 야당의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심지어 야당의 정치적 기준으로 당내 문제를 재단하는 어이없는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여당의 일각에서, 특히 비주류에 속하는 정치인들이 다가오는 총선의 필살기로 ‘중도 확장’에 관한 것이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이 총선승리를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내뱉는 말에 관한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중도’란 대체 무엇인가? 한상진 교수는 정치권에서 사용되는 ‘중도’라고 단어는 ‘중간’과 ‘사이’란 개념을 혼용해 사용하면서 야기된 혼란스러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사이’란 개념은 ‘좌’의 길과 ‘우’의 길이 아닌 새로운 길, 즉 ‘제3의 길’을 뜻한다. ‘사이’란 말은 ‘관계지향’을 의미한다. 유연하게 펼쳐지는 관계의 망이란 것이다. 따라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보성(相補性)과 다원성을 말한다. ‘좌’나 ‘우’ 또는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양 진영을 벗어난 새로운 정치적 진영, 제3의 진영을 추구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중간’은 ‘좌’와 ‘우’의 한가운데를 의미한다. 즉 ‘중간’은 ‘중심지향적’이기 때문에 ‘중심’에 선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론적 우위를 점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딘가에 모든 현존하는 궁극적인 해답이자 열쇠가 질서의 중심이 있다는 가정이다. 인식론적으로 이것은 가변적 현상의 배후에 있는 본질이자 진리이고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중도’란 ‘좌’와 ‘우’와의 위치 중심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중심인 ‘국민’을 뜻하고 ‘주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도’는 국민을 호명하고 대표하면서 국민을 통합하는 길이라는 확고한 가치적 정당성의 기반 아래서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적어도 ‘중도’를 주장하려면 이러한 정치적 꿈과 야망이 담겨 있어야 타당한 것이 된다.
86세대 정치 집단은 빠른 속도로 부패했고 진영 간 헤게모니 전쟁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 그들이 보유했던 다양성의 가치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국가권력의 유지와 향유 외에 어떤 정치적 비전이나 사회통합의 길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의 모습이다. 이제 국민에게 정말 절실한 것은 평상의 시민이 공유하는 상식적 가치가 통용되는 삶과 일상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중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중도 지향’이란 것은 ‘보수’나 ‘진보’의 이념과 가치를 지닌 두 개의 이념 지형 밖의 사람들이 아니고, ‘보수’도 ‘진보’도 아닌 이념도 가치도 사라진 무념무상(無‘理念’ 無‘想’)의 양대 정당을 버리고 제각기 길 떠난 국민을 되찾아 오는 과정을 통칭하는 것이다. 즉 국가권력이나 그 권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당이 당원과 국민으로부터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고 새롭게 넓혀가는 방법론 중의 하나이자 권력의 정당성과 정책의 신뢰성까지 획득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작금의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설화?와 지역 당협위원장의 공천비리 의혹에 대응하는 당의 대처 기준과 방향, 해법이 모두 잘못된 것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설화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본질은 야당의 정치적 프레임을 당파성 재정립을 통한 당적 여과 과정 없이 야다의 프레임에 갖혀 그들이 제공하는 기준으로 최고위원들을 징계하겠다는 것에 있다. 정치적 주도권을 야당에게 빼앗긴 것도 모자라 정치적 프레임마저 야당으로부터 되치기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당을 쥐락펴락하는 몇몇 일부 권력 실체들과 대통령실, 국무위원들의 정치적 무능 그리고 정치적 물욕에 휩싸인 헛발질로 인해 곤두박질치는 대통령과 정당의 지지율에 대한 책임을 몇몇 최고위원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도 모자라 또다시 막장 공천의 악몽을 재현하려는 데 있다.
결국 총선에 즈음한 공천의 문제인 것이다.
여든 야든 당의 공천 실권이 실질적으로 당 대표 또는 당 실세에 주어져 있기 때문에 현역이건 원외건 공천권자에 대한 과도한 충성경쟁이 공히 양 정당을 파국으로 내몰아가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공천외압(국민의힘)’과 ‘옥중공천(더불어민주당)’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것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2024년 총선에서 막장 공천이 이루어질 경우, 2026년도 지방선거 역시 막장 공천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당 구조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는 것이다. 총선 공천 권한이 실질적으로 당 지도부에 있듯이, 지방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 역시 지역의 당협위원장에게 막대한 영향력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더불어민주당의 전 당 대표에 의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의 지방의원 공천을 미끼로 한 돈 봉투 의혹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은 국민 모두에게 어이없는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있듯이, 국민의힘 지역당협위원장 돈 봉투 의혹사건도 당협위원장의 개인적인 일탈이 아닌 대부분 지역의 일상적인 관례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 국민적 상식이다. 어떤 놈 하나가 이런 때 재수 없이 걸렸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런 부조리한 일탈들을 일소해야 한다고 당내에서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내부 총질이니 배신이니 하며 판 바꿀 생각 없이 안으로만 감싸고 도는 당의 모습에 실망을 넘어 당을 이탈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당이 지역을 책임질 총선 주자들을 제대로 공천해야 지역에 있는 국민과 당의 내실 있는 연결자로서의 지방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을 국민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러한 당 구조만으로는 국민에 대한 정치적 설득이 불가하다. 시민사회라고 하는 또 다른 완충장치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당적 구조만으로 대통령과 당원 및 국민을 잇는 역할 수행이 어렵기 때문에 보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시민사회에게 그 역할을 덧붙여야 한다. 이것이 당에게 시민사회와 결합된 공천혁신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당이 일부 현역(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정치적 기강 해이와 도덕적, 윤리적 타락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냉혹한 단절을 표방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들의 재발과 당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양 정당 공히 전당대회와 지역당협의 공천 과정에서 비롯된 돈 봉투 의혹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강력히 대응함으로써 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번 사건으로 여야 모두가 공히 국민적 신뢰를 다시 얻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86의 시대는 지나간 지 이미 오래다. 다가올 세기를 이끌어갈 당사자들은 당연히 MZ세대다. 당의 미래 역시 그들의 것이다. 노동의 문제도 그렇고 교육과 연금의 문제나 특히 우리의 외교안보와 통상의 문제를 풀 주체 역시 그들이다. 그러한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방도에 귀 기울이고 함께 풀어나가려고 하는 의지와 실행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게 된다면 기성세대들에 대한 MZ세대의 답변은 ‘그냥 조용히 사라지세요’일 것이다.
따라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믿음직한 무게감을 주고, 대체 뭣이 중헌 지를 아는 그런 인재를 과감하게 등용하는 제대로 된 공천이 당 시스템에 자리매김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때만이 비로소 당이 중도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중도에 있던 국민이 당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당원들을 껴안고 총선승리와 대통령의 성공 나아가 정권의 재창출을 함께 만끽하려 할 것이다.
NSP인사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