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사랑합니다”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따뜻한 눈빛, 목소리, 배려가 묻어난 행동을 돌이켜 보면 “사랑이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상대의 모든 행동이 그냥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는 것,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말해요’를 제작한 이광영 감독은 이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작품 내내 “사랑합니다”라는 대사를 생략했다.
25일 NSP통신과 삼청동 한 작은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사랑이라말해요’ 주인공 한동진과 심우주의 관계에 대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우주는 동진을 만나 과거로부터 얽매였던 모습을 벗어버리고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동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동진의 어머니는 우주 아버지의 불륜녀다. 우주와 동진은 피가 섞인 사이는 아니지만 우주가 복수를 결심할 만큼 분노할만한 대상이었다. 그러나 복수를 향한 과정에서 우주는 동진의 쓸쓸함과 아픔을 보게 되고 이내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
이 감독은 “어떤 분들은 동진과 우주의 사랑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냐고 묻지만 이들에게 그런 것은 없다”며 “우주와 동진 모두 사랑할 여유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고 사랑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 적 없는, 마음이 닫혀 있던 사람들인데 조금 느리게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 서로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사랑은 행동과 말들이 쌓여가며 스며든 것”이라며 “사랑이라는게 한순간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스며들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주가 동진에게 가진 연민, 안쓰러움 모두 다양한 사랑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랑을 보여주고자 이 감독은 감정의 표현을 1순위에 두고 촬영을 진행했다. 아버지의 불륜녀의 아들, 동진을 사랑하는 우주의 복잡한 감정에 대해 이 감독은 “그냥 느껴지는 대로 가자”고 말했다.
이 감독은 “‘사랑이라말해요’ 배우들이 이미 각자의 캐릭터에 거의 ‘빙의’가 돼서 제가 따로 디렉팅을 주지 않았다”며 “이성경씨가 ‘우주는 더 웃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그럼 웃지 맙시다’라는 식으로 촬영을 진행했고 그만큼 본인들이 얼마나 몰입해있는가가 느껴져 공감이 가는 장면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성경씨와 동진 역할을 맡은 배우 김영광씨 모두 체격이 남달라 이들이 평범해 보일 수 있도록 세트 천장도 높게 짓고 보조 출연자들도 키 165cm 이상으로 섭외를 했을 정도로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움에 포인트를 두다 보니 혹자는 배우들의 가끔 뭉게지는 발음, 무뚝뚝한 리딩 등을 단점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발음이 뭉게졌다고 해서, 배경에 지나가는 행인이 찍혔다고 해서 NG를 내지 않았다”며 “그 어떤때보다도 감정 연기를 선택했다. 일상생활에서 또박또박 발음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 사람들은 흘려 발음해도 감정은 정확히 알아챈다. 감정이 잘 잡혔다면 다른 것들이 마음에 안들어도 그 테이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장면은 1화에서 앞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주가 사실은 행인들과 반대로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주가 과거에 얽매여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 그러나 16화에선 우주는 비로소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이 장면은 사실 행인들이 앞으로 걷고 우주 역할을 맡은 배우 이성경씨가 뒤로 걷는 장면을 촬영한 뒤 거꾸로 돌린 것이다.
이 감독은 “그 장면을 촬영할 때 CG팀에서 눈을 깜빡이거나 손을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하지 말아야 편집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성경씨가 이것을 완벽하게 연기해 CG팀에서도 놀랐다”며 “완벽하게 눈을 깜빡이지도, 어깨를 흔들지도 않으면서 걸었고 감정도 마지막 감정으로 시작해서 점점 처음부분으로 올려가야 하는데 이를 완벽히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상당히 섬세한 연기를 해낸 것.
두 사람이 다시 만남에서 끝나는 엔딩에 대해서 이 감독은 “사랑의 시작이 어찌됐던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하고 있다”며 “만지는 것, 안고 싶은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서로 힘이 되는 존재인 것도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엔딩이 서로 만나기만 하는 데서 끝나지만 일단 서로의 존재로 인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갔으며 이것이 이미 해피엔딩”이라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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