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고생한 만큼 인정받고 싶고, 누구보다 내가 제일 힘들고, 지나고 나면 인생의 가장 고귀한 시간으로 삼고 싶은 것이 군 복무 경험이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대다수 20대 남성들에게 ‘땡보’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대상이다. “나는 나라를 위해 그렇게 고생했는데 누구는 놀아가며 한다니?” 라고 생각하는 순간 느낄 분노와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며칠 전 ‘종합땡보선물세트’가 등장했다. SBS 현장21의 보도에 의하면, 연예사병들이 공연 후 술을 마시고 사복 차림으로 명품 장신구를 착용한 채 새벽에 무단 외출을 하며 안마방(이라 쓰고 성매매업소라 읽는 곳)에 갔단다. 어디 현역 군인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심지어 준수한 외모와 만인의 인기와 재력까지 갖춘 이들이 민간에서의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특권 신분으로 전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연예사병, 즉 군 홍보지원대원의 필요·불필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군 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는 정말 심각해 보인다. 연예인들은 직업적 태생이 만인의 관심과 눈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다. 국방부가 연예인 군입대를 적극 홍보하는 이유도 그들의 입대가 대중들의 시선을 끌 것임을 잘 알기 때문 아니었던가.
연예인의 인기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활용할 생각을 했다면 그들의 복무 현황이 내부에서나 대외적으로나 다수의 관심사가 될 것임도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 현재 드러난 상황을 보아서는 군대가 연예사병의 개별 행동에 대해 아는 것이나 감독한 정황이 전혀 없어 보인다.
군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 것은 사태를 숨기고 무마하려 했던 군 관계자의 발언이다. “몸이 안 좋아서 안마를 받으러 갔다”고 대신 해명한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무리수였다. 배불리 회식을 하고서는 숙소에 들어갔던 이들이 새벽 네시에 어디가 그렇게 아파서 안마방을 전전했다는 것인가.
그렇게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차라리 병원 응급실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어야지 않을까. “잘못한 것이 맞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며 엄단의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는 것이 볼썽사나워 보인다.
연예사병에 대한 문제 제기는 틈틈이 있어 왔다. 연예사병이 받는 지나친 휴가 일수나 복무 태도 문제, 외박·외출 시의 복장 문제 등이 대두된 것은 물론 ‘성매매 특별법’에 저촉될 만한 이번 사건까지. 누가 보더라도 연예사병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런 이슈들을 접하는 일반인들의 눈에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남성 모두에게 부여된 군역의 의무를 넘어서는 성역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 엄격하고 기강을 중시하는 군대조차도 봐 주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연예사병과 함께 복무하는 군인들의 기강 해이를 유발할 뿐 아니라 현역·예비역 군인 전체의 연예인 혐오, 군 당국 불신을 불러 일으킬 만하다.
무거운 군장을 메고 수십킬로미터를 행군하는 일반 사병들도 관리 감독 하에 휴식을 얻을 뿐이다. 군인신분의 연예사병이 민간인 수준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연예인 자신의 이미지에는 물론이거니와 군 당국에도 결코 좋지 않다. 그런 만큼 군 당국은 사병 개개인의 잘잘못만을 따지지 말고 연예사병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혹은 폐지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빠른 시일 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여태 그래왔던 것 처럼 쉬쉬하거나 구렁이 담 넘듯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지 말기를 바란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본 기고/칼럼은 뉴스통신사 NSP통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