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특화은행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금융업계에선 “챌린저뱅크와 관련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당국에선 챌린저뱅크 얘기를 꺼내지도 말라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핀테크지원협회 실무자의 말을 들어보니 “SVB사태 전까지 금융당국에선 챌린저뱅크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이었지만 SVB사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SVB사태를 배제하고서도 우리나라엔 대형 금융지주가 차지하는 파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챌린저 뱅크가 도입돼도 영향력이 ‘물장구’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챌린저뱅크는 적은 자본으로 중소기업 대출, 환전, 송금 등 특화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을 가리킨다.
앞서 SVB는 챌린저뱅크 즉 소규모 특화은행으로 분류돼 챌린저뱅크의 좋은 선례로 언급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선 챌린저뱅크의 도입으로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고 비용 절감을 통한 금융 서비스 수수료 인하 등을 기대했다.
이번 SVB 파산에 이어 시그니처 은행까지 파산하는 등 중소은행들이 무너지자 금융당국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SVB사태 이후 챌린저뱅크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며 “아무래도 소규모 특화 은행은 기존 시중은행들보다 안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특화 은행의 특성상 특정 산업을 위해 존재하며 그 산업이 소상공인, 벤처기업, 중저신용자인 경우 건전성과 수익성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도 챌린저뱅크가 우리나라 시장에 제 역할을 하며 자리잡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핀테크지원협회 실무자는 “우리나라의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파이가 워낙 크다”며 “이른바 기득권이라 불리는 금융지주들 사이에서 챌린저뱅크가 업계의 경쟁 촉진에 미치는 영향력은 ‘물장구 수준’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예를 들어 토스가 처음엔 간편송금 앱(App)으로 시작해서 보험, 주식, 은행으로 서비스를 확장한 것처럼 챌린저뱅크도 처음엔 특정 산업만을 다루다가 점점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며 규모를 키워가게 될 것”이라며 “회사 자체의 의견이기보다 투자자들이 원해서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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