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5G 가입자가 약 2750만명을 넘고 이동통신 가입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은 5G 요금제와 단말기가 고가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프리미엄 모델과 저가형 모델로 양분화된 단말기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월30일 토론회를 진행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출시된 고가형 단말기는 77.8% 저가형 단말기는 22.2%를 차지하는 등 5G 단말기 시장이 양분화 되어있고, 고가형 단말기 평균 출시 가격은 약 133만원으로 저가형 단말기 평균 출시 가격(약 53만원)의 2.5배에 달한다.
5G 단말기 평균 출시 가격은 115만원으로 단말기 고가화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은 더욱 심화됐다. 특히 소비자 58%가 최신폰이 5G로만 나와서 5G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만큼 시장 공급에 맞춰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됐다는 지적이다.
단말기와 요금제를 분리하고 자급제폰 및 중고폰 활성화, 알뜰폰 확대 등 경쟁 활성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좌장을 맡은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가계통신비 증가의 주된 원인이 단말기 가격이다. 상품의 가격에 대해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독과점인 단말기 시장에서 단말기 가격이 계속 높아진다면 통신 요금을 낮춰도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쉽지 않은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고가와 저가로 양분화된 단말기 시장 실태와 5G 단말기 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 등에 관해 ‘5G 단말기 가격 조사 및 소비자 인식도 조사 결과’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았고, 곽정호 호서대학교 교수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단말기 가격 실태에 대한 ‘5G 단말기 가격 해외 사례 조사 결과’를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저가 요금제 출시 요구 활동을 했고, 올해는 단말기 부분을 집중해서 소비자들의 가계 통신비 인하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5G 관련 소비자피해는 2021년 1466건으로, 계약불이행, 계약 조건 설명 미흡/상이 등 계약 관련 불만은 전체 49.8%(730건)로 가장 많았다. 5G 가입자가 늘면서 5G 관련 소비자 불만이 기존 이동통신 관련 소비자 불만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고, 이동통신사별로는 KT 39.8%(584건), SKT 25.1%(368건), LGU+ 21.7% (318건)으로 이동통신사가 86.4%(1,270건)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삼성전자, 애플, SKT, KT, LGU+ 등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 공식몰 5개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5G 단말기 162개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22년 5월), 평균 115만5421원으로 나타났다. 단말기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 99개로 전체 61.1%를 차지했고, 200만원 이상도 7개(4.3%)로 조사되어 단말기 고가화가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5G 단말기 유형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고가형 단말기인 플래그십 단말기가 70% 이상을 차지했는데, 삼성전자는 74.6%(53개), 애플은 85.9%(73개)로 나타났다.(동일 단말기라도 이동통신사별·용량별로 별도의 단말기로 조사함)
한국소비자연맹이 5G 이용 소비자 1000명 설문한 결과(22년 8월), 소비자들의 5G 단말기 구입 가격은 평균 79만4880원로, 100만원 이상 고가 단말기를 구매한 경우는 41%로 나타났고, 구입가격 만족도는 26.8%로 낮은 편이고 65.9% 소비자는 단말기 비싸다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G 서비스 이용 이유는 ‘최신폰이 5G로만 나와서’ 58.3%, ‘공시지원금 및 보조금이 많이 나와서’ 14.1%로 나타났다. 자급제폰 구매경험은 25%로 낮았지만 구입 경험에 대한 만족도는 72.9%로 높게 나타났고, 통신사 약정에서 자유로워 만족도가 높았으나 단말기 할부 기간이 짧아 가격 부담이 커서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중고폰은 저렴하기 때문에 구매하지만 품질 불량, 사기구매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고가 단말기 시장의 대안으로 자급제폰과 중고폰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곽정호 호서대학교 교수 두 번째 발제에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한국에 출시된 아이폰13(128GB)과 갤럭시 S22(128GB)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해외에 비해 한국의 단말기 출시가격이 낮은 편이나 통신사들의 할인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고가 단말기 시장에는 삼성과 애플 외에 소니, 구글 등이 출시한 단말기가 있고, 중저가 단말기 시장도 모토로라, TCL, 노키아, 오포, 샤오미, 샤프 등 다양한 제조사들의 단말기가 다양하게 출시된 반면 국내 소비자들은 삼성과 애플의 고가 단말기 위주의 시장에서 다양한 가격대 및 제조사에 대한 단말기 선택권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자급제단말기 이용률은 독일(30%)>영국(23.8%)>미국(19.3%)>한국(15.9%)>일본(6.3%) 순으로 나타났고, 한국은 통신 3사의 요금제 종류 한계로 자급제를 통한 알뜰폰 요금제 이용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 플래그십 단말기의 기술 정체 및 물가상승 등으로 중고폰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품질 불량 등으로 인한 중고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는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이 좌장을 맡고, 김민철 박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 나종연 교수(서울대학교), 박성우 기자(조선비즈), 이경원 교수(동국대학교), 이성엽 교수(고려대학교), 최경진 교수(가천대학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민철 박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국내 5G 단말기는 플래그십이 70% 이상이고 단말기 가격 평균은 115만원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애플과 삼성의 시장점유율이 대부분인 반면 중국과 인도, EU는 삼성과 애플 외 다른 제조사들의 비중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고폰 시장 활성화가 중요한데 제조사의 전·현 세대간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e심 도입에 따른 홍보 활성화, 온라인 요금제 도입 등 비대면, 자급제 시장 확대, 단말기와 요금제 분리로 나아가 단말기는 단말기 간 경쟁하고 요금제는 요금제 간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종연 교수(서울대학교)는 “소비자가 5G에 가입하는 이유는 5G가 제공하는 가치가 아니라 최신폰이 5G이기 때문이거나 보조금을 더 많이 줘서 등으로 나타나는데, 단말기가 5G 서비스 수요를 견인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실질 니즈가 아니라 시장의 제한된 선택 때문에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의 관점에서 단말기 고가화에 따른 소비자 수리권 논의가 필요하고, 자급제폰 활성화를 위한 거래 안정성 관련 정보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성우 기자(조선비즈)는 “5G 고가화와 더불어 5G 품질, 계약 관련 불만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5G 마케팅이 초고속에만 집중되면서 실제 빠른 속도를 체감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된 상황이다. 제조사들은 책임감을 갖고 중저가 제품군에 대한 라인업을 유지하고 소비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통신사는 품질확보 및 건전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교수(동국대학교)는 “가격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힘에 의해 결정되는데, 소비자연맹을 비롯한 소비자단체, 정부 등의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이제는 소비자가 통신이용료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본다. 많은 소비자들이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삼성 애플 외 제조사들이 모두 철수했더나 영향력이 매우 약한데, 기존 제조사 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나오기 쉽지 않으므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소비자단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교수(고려대학교)는 “그동안 5G는 품질과 고가 요금제에만 논의가 집중됐는데 고가 단말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중고폰 활성화를 위해 중고차처럼 인증제가 실시되면 개인정보 유출이나 품질 우려가 줄 것 같고, 자급제폰 활성화를 위해서 유통 관련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진 교수(가천대학교)는 “현재 시장 공급이 이용자 수요에 맞춘 것인지 시장 공급에 맞춰 소비자의 수요가 제한된 것인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5G 단말기 고가화에 따른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는 고가 5G 단말기 중고시장 활성화, 이용자 수요에 맞는 단말기 및 5G 서비스 세분화, 단말기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스마트폰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5G 중간요금제 출시 등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보되고 소비자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NSP통신 이복현 기자 bhlee201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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