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헌 WANNA 편집장.

[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소식이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윤씨는 칼럼에 썼던 “성추행하는 미친X, 최강수로 처벌하자”,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얼굴”이라는 말을 스스로 부정했다. 언행에 책임지긴커녕 대변인이던 본인이 앞장서 성추행을 하고 대통령 얼굴에 먹칠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해명이랍시고 꺼낸 변명도 가관이었으며 청와대 자체 조사 당시의 진술은 잊은 듯 말을 바꾼 일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윤씨의 공직 임명을 옹호했던 조중동조차도 그의 잘못을 일일이 파헤치며 비난 일색이니 사태의 심각성을 알 만하다.

윤창중 전 대변인 대신 김행 대변인이 대통령과 동행했다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 대변인은 착하고 윤 대변인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남성 권력이 여전히 여성 권력에 비해 위계상 상위에 있으니 하는 얘기다.

아직도 여성이 성을 논하면 ‘밝히는 여자’나 ‘더러운 여자’로 인식되듯, 여성은 성적이슈에서 능동적이거나 자발적일 수 없다. 반대로 남성은 성권력에서 항상 주도권을 쥐며, 성 담론이나 성적 행동을 함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롭다. 윤 대변인이 여성을, 그것도 자신보다 권력을 덜 가진 인턴을 아무 거리낌 없이 유린한 것이 윤씨 본인에게는 그리 중대하고 위험한 일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백년을 이어 온 가부장적 위계는 상하를 나누고 남녀를 갈랐다. 이 질서 아래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휘두르고 남성이 여성을 ‘통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직도 이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처럼 여성 하급자가 남성 상급자에게 반발하고 질서를 흔들기라도 하면 상위권력은 자신의 태도를 고치기보다도 자기가 사고칠 상황이 있었던 것 그 자체를 탓한다. 성폭행 범죄에 대해 “여성이 몸가짐을 정숙하게 하고 밤 늦게 다니지 말았어야지”라며 비판하듯이 말이다.

가부장적 위계에 대한 현실 직시가 수반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윤창중 사건은 반드시 일어난다. 이를 지금처럼 성적 윤리의식이 부족한 한 인간의 문제로, 또는 권력자와 일반인의 구도로만 바라본다면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을 막지 못할 뿐더러 평등사회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남성이 여성보다 상위에 있다는 의식, 성을 대하는 남성과 여성 간의 차이가 뿌리내려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더구나 앞장서서 사회 현상의 문제점을 짚고 자성의 태도를 이끌어내야 할 언론이 가부장적 위계의 문제를 간과한 채 가해자 개인의 잘못 파헤치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피해자(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나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 변화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최근 정홍원 국무총리가 태국 일정에서 남성인턴만을 대동한 것은 윤씨의 범죄가 사회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듯 ‘사고칠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임은 물론 여성 인력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또다른 폐해를 낳았다. 이 역시 남성 중심, 권력자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고 어찌 말할 수 있는가.

돌 던진 사람은 몰라도 맞은 사람은 평생 기억한다는 말처럼, 당해본 사람은 억울함과 아픔을 평생 간직한다. 그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던진 사람을 혼내는 것 뿐만 아니라 다시는 돌 던지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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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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