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정치풍자 개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tvN SNL코리아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vs 진보의 구도로 SNS에서 한창 설전을 벌이던 변희재 대표와 팝아티스트 낸시랭의 다툼을 웃음의 소재로 비화했다는 이유에서다.
명예훼손의 관점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풍자개그의 한계선을 긋는다는 점에서 적잖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 문제만이 아니다. 이러한 도발적 선언은 정치세력 간의 골을 깊게 파는 데 한 몫 한다.
대상에 대한 적대는 반발과 복수심을 불러온다. 그것이 집단 대 집단의 양상이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나의 동지를 욕하는 것이 곧 내 욕이라 직접적 비난이 아니어도 참아 넘기지 못한다. 때문에 소속집단에 대한 동질감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그에 소속된 개인도 자신의 입장과 반응을 결정한다.
정치적 문제의 경우 대체로 보수 혹은 진보로 나뉘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이 어느 한 편에 서서 사안을 판단하게된다. 이로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각 진영은 더욱 강하게 결집하며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를 키워간다.
편을 들기는 쉬워도 버리기는 어렵다. 결국 시민들은 합리적 분별 없이 정치권의 논박에 끌려다니기만 할 것이 분명하다. 자기의 판단을 여론 또는 대결구도에만 맡기다 보면 정치는 결국 시민을 위한 정치가아니라 정치 당략을 위한 것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민주의 ‘민’이 정치인이라는 일부 집단으로 한정되는 한, 말이 민주주의 국가지 전근대의 위정자들이 통치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과 진배없다. 시민들은자신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만 믿을 뿐 사실은 팬덤처럼 끌려다니고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나꼼수나 썰전 등의 미디어 콘텐츠들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바른 정치 풍토를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양 진영의 인물들이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을 뿐, 실제로는 갈등 조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머리로 해야 할 정치를 가슴으로 하는 풍토가 이어진다면 나중에는 대중 선동이 어엿한 정치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를 묵과하는 시민들은 정치 주체성을 포기하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괴벨스 등 대다수의 정치선동가는 자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의 적을 만드는 전략을 이용했다. 국가가 결집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치인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대중을 동원하는 것에 불과했다.
최근의 우리나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이 논거를 들어 가며 정책을 설득하는 합리적 방법이 아니라 감정적 동조를 유발해 쉬운 길로 가려는 ‘꼼수’를 쓰는데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순진하거나 무지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누구도 우리의 판단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상대에게 이용당하고 있을지, 반대로 이용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시민 각자의 몫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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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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