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15일은 카카오뱅크의 ‘운수 좋은 날’이었다.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날 카카오뱅크에서도 앱(App) 지연과 간편 이체, 비상금대출 신규·연장, 카카오톡 상담 등 일부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가 긴급상황에 대한 준비를 간과했다”며 “은행업을 할 준비가 안 됐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 주말이라 카카오뱅크에겐 대형 사고를 피해갈 수 있었던 ‘운수 좋은 날’이었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 15일 카카오뱅크에서는 약 1시간가량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또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시스템 점검을 이유로 ▲카카오계정으로 회원가입 ▲간편이체 ▲모임통장 친구 초대 ▲비상금 대출 신규·연장 ▲앱(App) 푸시 및 알림톡 수신 ▲카카오톡 상담 ▲기타 카카오톡 API를 활용 중인 기능 등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이틀 뒤인 17일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연동 서비스 정상화가 완료됐다”며 “다만 카카오의 서비스 점검 기간 동안 발송되지 못한 일부 앱푸시와 알림톡은 재발송되지 않는다는 점 양해해 달라”는 공지를 내놨다.

이어 “카카오뱅크의 데이터센터는 판교센터와 별도의 공간에 있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앱의 경우 10분 이상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금융당국에 보고된다”며 “잔금 처리 등 금융소비자들에게는 10분간의 에러도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뱅킹 장애는 대형 사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예금 이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내 돈을 내가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장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카카오뱅크가 고객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마케팅은 잘 하지만 은행업의 기본인 보안과 데이터 보호 등에 안일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준비를 간과한 것 같아 은행업을 할 준비가 제대로 안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행에서 약 7분간 은행 앱 지연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금융소비자들의 민원이 빗발쳤다”며 “카카오뱅크는 운이 좋아 주말 동안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대형 사고를 피해간 것이지 만약 주중에 이같은 사고가 발생해 금융서비스가 중단됐다면 피해가 매우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와는 별도로 서울 상암동 LG CNS 데이터센터를 주전산센터로 활용하고 있고 분당과 부산에 비상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비상금대출 신규·연장, 간편이체(계좌번호 없이 카카오톡 친구에게 프로필·실명확인 후 이체)가 중단된 것은 카카오뱅크가 해당 서비스에 카카오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해당 화재 사고가 비상금 대출에 영향을 준 이유는 카카오 데이터 수신이 불가했기 때문”이라며 “직업·소득에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한 비상금대출 상품 특성상 신용평가 변별력을 높이고자 카카오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 점수를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와 관련된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점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 없이는 대출 심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간편이체도 카카오톡이 멈추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만약 해당 사고가 발생한 것이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었다면 1~2시간이라도 은행 앱이 멈출 경우 대출이 연체되는 등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상 비대면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앱이 먹통이 되면 고객들이 찾아갈 수 있는 별도의 창구가 없어 고객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들의 경우 잠깐이라도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 고객들이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도 카카오뱅크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별도로 데이터센터를 마련하고 있는데도 중단되는 금융서비스가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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