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효현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

[서울=NSP통신] NSP인사 기자 = 추효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제7대 노조위원장은 최근 가시화 되고 있는 금융감독 시스템 개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금융관료(모피아)의 지배력으로부터 금감원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NSP통신은 이번 주부터 매주 1회씩 총 3회에 걸처 추 노조위원장의 기고문을 소개하며 이번 주는 ‘한국 축구와 금융 감독’이라는 부제목 하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조명해 본다.

1, 한국 축구와 금융 감독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차이점

금융행정을 축구에 비유하면 금융정책은 공격수의 역할을, 금융 감독은 수비수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재정경제원에서 공격수와 수비수 역할을 모두 담당했다. 말하자면 동네 축구처럼 수비수, 공격수 구분 없이 우르르 물려 다니면서 시합을 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국제적인 금융회사와 경쟁하게 되면서 상황은 변했다. 더 이상 중앙집권적인 관치금융으로는 세계적인 금융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IMF 외환위기 이후 국회는 금융관료(모피아)의 저항을 극복하고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나라도 공격수와 수비수를 구분해 금융행정을 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재정경제부는 금융정책을 담당하며 공격수 역할을 하고, 금융감독원은 금융 감독을 담당하며 수비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 한국 금융의 문제는 수비 불안

하지만 개혁은 오래가지 못했다.

금융관료들은 1999년 편법적인 법 개정으로 금융감독원을 다시 장악하기 시작했고 또 다시 공격수와 수비수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원장과 수석부원장 자리는 항상 금융관료(모피아)들이 차지했고 게다가 금융위원회 산하에 사무국이 신설되면서 공격수 출신의 금융관료들이 대거 영입됐다.

금융산업 발전을 주창하는 금융정책이 금융산업 안정을 추구하는 금융감독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사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다.

세 가지 사건 모두 수비수와 공격수가 뒤섞이면서 발생한 어이없는 자책골이다.

경기부양 정책에 희생된 신용불량자, 밀실행정이 초래한 혼란, 규제완화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인한 저축은행 피해자. 수비수는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

규제완화 등으로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팽창할 때,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이제 멈추라고 해야 하며 공격수들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생긴 빈틈을 차분히 메워야 하는 것이다.

◆ 공격수가 되고 싶은 수비수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수비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금융위원회 사무국과 금융감독원 상층부를 장악한 금융관료(모피아)들은 공격수 흉내를 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비를 지휘하는 금융감독원장은 인사이동 때마다 공격수 역할을 하는 기재부장관이나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희망하고 있고 언론도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하마평을 쓴다.

공격수를 꿈꾸는 금융관료가 금융감독원을 장악하는 한 안정된 수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금융선진국에서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금융 감독기구를 장악하는 사례는 없다.

또한 금융 감독기구 수장이 아무 거리낌 없이 재무부 장관으로 옷을 바꿔 입는 경우는 더 더욱 없다.

그만큼 수비수 역할을 하는 금융 감독기구의 역할이 소중하다는 것을 역사적 체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인식을 할 때가 왔다. 언제까지나 수비수, 공격수 구분 없는 동네축구를 계속 할 수야 없지 않은가!

◆ 홍명보 같은 수비수가 나와야

2002년 한일 월드컵. 국민들은 안정된 수비를 지휘하던 홍명보 선수를 기억한다.

당시 수비 조직력은 빗장 수비를 자랑하던 이탈리아를 뛰어 넘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수비가 불안하지 않으니 공격도 잘 됐고, 무엇보다 국민들은 든든한 수비를 보며 즐거웠다.

우리나라 금융감독 분야에는 언제쯤 홍명보 같은 수비수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모두들 화려한 공격수를 희망하지만, 수비수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금융감독의 본분을 다하는 그런 사람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명확한 역할 분담. 이것이 금융 감독시스템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다.

추효현 금감원 노조위원장의 본 기고/칼럼은 뉴스통신사 NSP통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모든 책임은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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