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코로나19 대응 차원의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미중통상 전쟁의 영향으로 2019년 역대 최고 수준의 리쇼어링 성과를 얻은 반면 한국은 눈에 뛰는 성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美 컨설팅업체 AT Kearney가 제조업의 총산출 대비 아시아 역외수입 비중으로 측정한 바에 따르면, 2011년부터 계속 마이너스에 머물던 미국 리쇼어링 지수가 2019년 반등, 지난 10년을 통틀어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18년 -32 → ’19년 +98, (+)리쇼어링 확대, (-)14개국 역외생산 의존도 증가 표시, 절대값이 클수록 정도 심화).

전경련이 동일방법으로 한국의 리쇼어링 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역외생산 의존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T Kearney가 분석한 미국의 2019년 리쇼어링 확대 내용을 살펴보면, 제조업 총산출(Gross Output, 최종 소비재뿐 아니라 최초 원자재부터 중간재의 가격도 포함시키는 개념)은 변화가 없는 가운데,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 대상 제조업 수입이 전년대비 7%(590억$) 감소했다. 특히 뚜렷한 탈중국화(對중국 제조업 수입 전년대비 17%, 900억$ 감소) 현상이 나타났으며, 對중국 수입 감소 중 일부는 아시아 다른 국가(310억$) 및 멕시코(130억$)로부터의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또 아시아 타국 수입 증가분의 절반(46%, 140억$)이 베트남으로 흡수된 반면, 한국으로의 이전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그간 일각의 對중국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 완화 필요성 제기에도 불구 실제로는 對중국 제조업 수입의존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다만 증가율은 점점 둔화되는 추세이며, 이를 베트남이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19년 對베트남 제조업 수입 전년대비 9.6%, 17억$ 증가). 한국의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에 대한 수입 중 중국이 60%, 베트남 12%, 대만 9%, 나머지 국가들이 각각 5%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美생산자연합회(CPA CPA(Coalition for Prosperous America)가 측정한 미국 CPA 리쇼어링 지수 역시 2019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18년 -18 → ’19년 59, (+)리쇼어링 확대).

특히 19개 제조업 분야 중 컴퓨터·전자제품의 리쇼어링 성과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는 미국 내 동 시장의 4% 회복에 해당한다. 분야별 리쇼어링 성과는 컴퓨터·전자제품>목재>가구제품>전기제품·부품>기초금속 순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 정책과 관련, 미국은 반도체, 의약품 등 핵심분야를 대상으로 대규모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美 국제개발금융공사(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는 개인보호장비(PPE), 복제의약품, 제약원료 등 의료품 리쇼어링에 1억 달러를 투입(‘20년 6월 발표)한다. 해외의존도가 지속 상승하던 주요 의료품의 미국 내 생산을 2010년 수준으로 되돌릴 경우, 302,000명 고용창출 및 540억 달러의 GDP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 또 美상원은 반도체 국내 생산을 위해 공장 건설 및 R&D 지원, 세액공재 등 22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는 CHIPS for America Act를 추진(‘20년 6월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GVC 의존도를 줄여 독자적인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250억 달러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 조성 계획도 알려졌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전략산업 전면·전격적인 원샷 지원 ▲법인세 및 수입원자재 관세 인하 등 장기적인 자국 생산비용 절감 지원 ▲신규제도의 비연속성·불확실성 제거(영구적인 R&D 세액공제제도 도입 등)을 특징으로 한다.

EU는 최근 5년간(‘14년~’18년) 253개 기업이 유턴했으며 이 중 제조업이 85%(218개)를 차지했다. 이 중 고용 정보가 공개된 99개 기업만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도 창출된 일자리가 1만2840개에 달해, 유턴기업 당 130여명의 고용효과를 나타냈다. 동일기간(‘14년~’18년) 한국은 52개 사가 유턴했으며 총 975명의 일자리가 늘어나 1개사당 19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EU집행위원회의는 지난 3월 전체 EU 차원의 새로운 산업전략(A New Industrial Strategy for Europe)을 발표하고,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핵심기술, 핵심소재, 인프라, 안보 등 전략 분야의 대외의존도를 축소하겠다는 내용으로, 향후 국가별로 적극적 리쇼어링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EU집행위는 전략자산의 해외 매각을 방지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전 EU 차원 조치인 ‘FDI 투자 사전심사 규정(EU FDI Screening Regulation)’을 적용(‘20년 10월)한다.

한국은 ’13년 유턴기업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복귀한 기업이 74개에 불과해 리쇼어링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또 최근 리쇼어링 관련 여러 의향 조사결과, 대기업 3%(전경련, 매출 1000대 기업 대상), 중견·중소 제조기업 5.6%(대한상의, 해외공장 보유 제조기업 대상), 중소기업은 8%(중기중, 중국·베트남 법인 보유 중소기업 대상)가 긍정적으로 응답해 향후에도 대규모 기업 유턴은 실현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예상된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인건비, 법인세, 각종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몇 가지 인센티브 제공만으로 막대한 자금과 수십년의 청사진이 들어간 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회귀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미국 등과 같이 유턴을 현실화 시키는 과감한 지원과 함께 ▲세금을 투입한 보조금 형식의 단기지원만이 아닌 인건비· 법인세 등 근본적인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책 ▲해외공장의 국내 이전뿐만 아니라, 미국·EU처럼 중간재 수입의 국내 대체 등도 유턴으로 인정하는 등 유턴의 범위를 확대해 더 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SP통신 이복현 기자 bhlee201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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