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뷰티풀데이즈’는 안정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영화를 이끌고 있다.

카메라는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그 내면은 전반적 영화 흐름과는 반대로 충격적이다. ‘뷰티풀데이즈’는 이 지점에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현재 우리 사회 속 국내 입국 탈북자가 벌써 3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영화는 이 탈북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다. 영화 속 젠첸(장동윤 역)의 엄마(이나영 역)는 입국 탈북 여성으로 슬프고 충격적인 삶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는 섣부른 정치적 판단이 아닌 분단 속 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장동윤이 맡은 젠첸의 시선 속에서, 또 인간의 관계 속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나의 엄마’가 있다. 그러나 나의 엄마는 나를 버리고 외국(대한민국)으로 도망(?)친 엄마이고, 가난한 중국인 아버지를 버리고 떠난 여자다.

그런데 제길 첫 엄마의 모습은 술집의 마담쯤 되는 여자였다.

이 초기 정보와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고 잔잔하게 흘러간다. 실제 젠첸과 엄마의 만남도 그렇게 신파적이지 않다. 카메라는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고 있다. 아니 젠첸의 시선에 더 가깝다 보니 카메라에 담긴 엄마는 따뜻하지 않고 오히려 차갑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영화는 내내 묘한 긴장이 흐른다. 중반과 후반으로 갈수록 엄마가 왜 그렇게 됐는지, 그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관객은 저도 모르게 마음 한 켠이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탈북해 소위 중국의 한 마을 사내에게 팔려나가게 되고 거기서 또 브로커(이유준 역)에게 빚은 갚도록 강요되는 과정이 탈북여성에게 어떤 상처로 남게 되는지 영화는 담담하게 또는 특징적 장면들 속에 담아내고 있다.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인 젠첸 역의 장동윤의 연기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하다. 첫 엄마(이나영)을 보고 화를 내거나 엄마의 노트를 보고 괴로워하는 모습 등등 무척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극의 중심인 엄마, 이나영의 연기는 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져 있다. 파란만장한 20대까지의 과정과 특히 30대의 현재 모습 어느 모습이나 잘 어울린다. 이들을 뒷받침 해주는 오광록과 가장 악한 캐릭터이자 탈북 브로커 이유준의 연기도 영화를 살려내고 있다.

저예산 영화로 한계도 많았을 테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카메라의 담담한 시선과 그 안에 숨겨진 펼쳐보고 싶지 않은 슬픈 진실 간의 충돌이 이렇게 잘 다듬어 놓은 작품은 흔치 않아 보인다.

물론 약점도 있다. 영화의 속도와 긴밀도가 다소 약해 보인다. 최근 영화들이 빠른 속도와 전개, 수많은 볼거리를 담아 시선을 끌어당긴다는 점에서 ‘뷰티풀데이즈’의 담담한 카메라는 임팩트가 약한 영상일 수 있다.

탈북 여성을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어보게 하는 ‘뷰티풀데이즈’가 관람객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NSP통신/NSP TV 이복현 기자, bhlee201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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