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틸)

(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영화 ‘베놈’이 개봉됐다.

‘베놈’은 소니픽처스에 의해 만들어진 빌런 히어로물로 영화 속에서는 뛰어난 능력과 괴기스러운 모습의 외계생물체로 그려졌다.

긴 혀와 날카로운 이 등 한 눈에 봐도 악당에 가깝다. 하지만 숙주를 필요로 하고 불과 특정 음역대에 약한 특징도 있다. ‘심비오트’라고 불리지만 각각은 독립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이 베놈이 지구에서 오게 된 아주 짧은 배경과 주인공 열혈 방송기자인 에디브록(톰하디)이 거대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뒤를 깨는 이야기를 엮어놓았다.

핵심은 에디브록과 베놈의 관계다. 영화를 살릴 수도 있었고 죽일 수도 있었지만 이 관계에 초점을 두기보다 영화는 액션과 웃음으로 대신했다. 아니 대신했다는 말 보다는 ‘때웠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영화스틸)

영화가 액션과 웃음을 선택함으로써 관계는 모두 죽어버렸고 액션이 가져야 할 힘과 시원함을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상업성을 얻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도로 위의 오토바이 액션이나 베놈의 강력하고 살인적인 모습은 볼만 했다. 다만 눈에 띄기 위한 모습이었을 뿐 이 화려한 액션에는 긴장감 떨어져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베놈이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소위 ‘찌질이’였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고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유머 속에 감춰진 베놈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유추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측해보면 베놈과 한때는 잘 나갔지만 이제는 직장을 잃고 삼류인생으로 전락한 에디브록의 처지가 공통점이 되어 다른 사람과는 달리 ‘잘 맞는’ 어떤 요소가 됐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즉 이 각각의 외계생명체는 자신의 특성이 맞는, 공감이 되는 숙주여야 베놈으로 살고 있고 아니면 그 숙주를 죽이게 되는 어떤 특성을 말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영화는 에디브록과 외계생명체 베놈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설득력이 떨어진 작품이었다.

또 악당물이 가질 수 있는 시원한 액션 뒤에 감춰진 처절함 또는 어떤 불안 등과 같은 중첩적인 감정은 찾을 수 없었다.

(예고편 캡처 및 영화 스틸)

특히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가장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거대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창업자이자 과학자인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의 모습은 너무 평면적인 악당처럼 여겨졌다. 생체실험을 하는 데 있어서 거리낌없는 모습을 하게 된 배경이나 또는 멸망직적이라는 지구는 어디에 있는지 영화는 둔감하다.

그렇다보니 에디브록과 칼든 드레이크가 서로 베놈과 메인 빌런이 되어 싸우는 가장 치열한 격투에서도 이 둘의 싸움은 흥미롭지 못했다.

또 하나 여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에디브록의 애인이자 유명 로펌변호사인 앤웨잉(미셸 윌리엄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앤웨잉은 철저하게 장치로 쓰다 버린 인물로 에디브록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요술램프처럼 등장했다 사라지고 있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가장 버림받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도 영화는 충분한 볼거리와 유머가 있다. 시원한 액션과 편안한 웃음을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NSP통신/NSP TV 이복현 기자, bhlee201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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