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정윤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한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로 동결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 간 금리역전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로 유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1.6%로 내렸다.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보유한 증권사 4곳에 대해 과징금 34억원을 부과했다. 또 이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본인 실명으로 전환하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3조7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연 20% 이하 대출에 대해서만 중금리대출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주열 2기 첫 금통위...기준금리 연 1.5%로 ‘동결’= 이 총재는 금통위 본회의를 12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관 17층 금통위 회의실에서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다섯달 연속 연 1.5% 금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 점쳤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9%가 ‘4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1.5%)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oA와 HSBC, 노무라,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지난 6일 이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잇따라 이달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낮은 물가, 원화 강세, 6월 지방선거 등 대내외적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상존한 탓에 금리를 인상하기엔 부담이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 정책금리가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미국은 내년까지 최대 8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는 빨라지고 한은은 금리 동결을 지속한다면 외국인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한은, 올 성장률 3% 전망 유지...물가상승률 1.6%로 하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직전 전망 때인 1월과 같이 3%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2.9%에서 3.%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와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며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당초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로 전망했다가 10월 1.8%, 올해 1월 1.7%에 이어 3회 연속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축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석유류 가격의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며 “일부 공공요금이 동결되거나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내수 회복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이후 1%대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 ‘이건희 차명계좌’ 증권사 4곳에 과징금 34억 부과= 금융위원회는 임시 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보유한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에 33억9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과징금 부과대상인 1993년 8월 12일 긴급재정경제명령 시행 전 개설된 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인 27개 차명계좌의 당시 금융자산 가액은 61억8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별로 보면 신한금융투자 13개 계좌에 26억4000만원, 한국투자증권 7개 계좌 22억원, 미래에셋대우 3개 계좌 7억원, 삼성증권 4개 계좌 6억4000만원이 있었다.
금융위는 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에 따라 당시 금융자산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미납과징금의 10%를 가산금으로 4개사에 총 33억9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증권사별 과징금 부과금액은 신한금융투자 14억5100만원, 한국투자증권 12억1300만원, 미래에셋대우 3억8500만원, 삼성증권 3억5000만원이다.
증권사는 먼저 국세청에 과징금을 납부하고 이 회장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금융위는 이 회장에게 4개 증권사에 개설된 27개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도 통보했다.
◆지난해 중금리 대출 3.7조...최고금리 연 20%로 제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중금리대출 실적 및 제도 개선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민간 2조7812억원, 사잇돌대출 9568억원 등 총 3조7380억원으로 나타났다. 당초 예상 목표액인 3조5000억원을 초과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등급이 4∼10등급인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되고 가중평균금리가 연 18% 이하인 가계신용대출 상품을 말한다.
금융업권별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을 보면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회사가 1조3330억원, 저축은행 8906억원, 은행 3969억원, 상호금융 1608억원 순이었다.
잔액은 2016년말 9809억원에서 2017년 6월 1조7917억원, 2017년말 2조3683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평균 대출금리는 은행 7.65%, 상호금융 7.3%, 저축은행 15%, 여전사 16.15% 등으로 집계됐다. 대출액을 기준으로 신용등급 4∼7등급 차주의 비중을 보면 상호금융이 80.6%로 가장 높았고 여신전문회사가 79.4%, 저축은행 78.4%, 은행 68.9% 순이었다.
사잇돌대출은 지난해 중 9만1000건에 대해 9568억원이 공급됐다. 저축은행이 4697억원, 은행이 3974억원, 상호금융이 897억원을 각각 공급했다. 평균 대출금리는 은행 7.12%, 상호금융 8.27%, 저축은행 16.83%였다.
한편 정부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민간 금융사가 중금리대출로 취급할 수 있는 최고금리를 20%미만으로 제한하고 중금리대출 가중평균금리를 18%에서 16.5%로 낮출 예정이다.
또 금융회사가 민간 중금리대출로 사전에 공시한 상품만 중금리대출에 포함키로 했다.
전 분기에 이 같은 중금리대출 요건을 충족한 상품만 중금리대출로 광고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관련 시행령·규정 개정 등을 통해 하반기부터 적용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NSP통신/NSP TV 이정윤 기자, nana1011@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