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정윤 기자 = 금융감독원이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조사한 결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채용비리 연루 사실을 확인했으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채용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하지만 하나금융 측은 금감원 특별검사단의 발표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흥식·함영주 채용비리 연루....김정태 회장은 추정

2일 금감원 특별검사단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 배경이 된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 비리 정황 32건을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사실을 확인한 것과 더불어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행장이 연루된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3년 하나은행 채용 당시 ‘최흥식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 기준에 1점 미달했는데도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최종 합격했다.

또 ‘함□□대표님(◇◇시장비서실장▽▽▽)’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됐다. 금감원은 함□□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이었던 함영주 행장이고 지원자는 ◇◇시의 시장 비서실장▽▽▽의 자녀로 판단했다.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추천내용 항목에 ‘최종합격’으로 표기돼 있던 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원자의 추천자는 ‘김○○(회)’로 적혀 있었는데 김○○은 2013년 다시 하나금융지주의 인사전략팀장으로 파악됐다. 해당 지원자는 서류전형은 물론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점수에 크게 미달한데다 합숙면접에서 태도불량으로 0점 처리됐는데도 최종 합격했다.

최성일 특별검사단장은 “하나은행 인사부장에게 물으니 ‘회장’이나 ‘회장실’에서 온 추천으로 추정된다고 답변했다”며 “이후 구체적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

◆하나금융, 금감원 검사 결과에 ‘전면 부인’

하나금융 측은 김 회장과 함 행장의 채용비리 연루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 지원자도 모르고 지원자 부모도 모른다”며 “추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김 회장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함 행장 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하나금융은 함 행장이 추천자로 기재된 ‘◇◇시장 비서실장 자녀’에 대해서도 “함 행장이 추천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해당 시청 입점 지점의 지점장이 추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실여부와 별개로 금융회사의 대표 수장들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만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을 비롯해 우리은행, DGB금융 등 채용비리에 연루된 금융 수장들은 모두 다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직을 내려놨다”며 “하나금융은 회장과 행장 모두 사건에 연루된 만큼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지 계속해서 버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기식 금감원장 취임...금융권 채용비리에 개혁 드라이브 가동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이날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최 전 원장의 사퇴 이후 3주 만에 취임했다. 김 원장은 ‘금융권의 저승사자’, ‘재벌 저격수’ 등 각종 수식어를 갖고 있는 만큼 채용비리를 비롯해 금융권 전체에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장은 취임식에서 “금융감독기구는 권위가 중요함에도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감독당국으로서의 영이 서야할 금융시장에서 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선 금융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란 요원하다”며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민이 금감원에 부여한 권한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만 사용하겠다”고 말해 ‘감독강화’에 초점을 맞춘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를 반영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모든 분야에서 적폐청산이 이뤄지고 있고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는데 여전히 금융권 개혁은 더디다”며 “금융당국 등 정부가 이번 하나금융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칼날을 들이대는지가 앞으로 전 금융권 개혁 드라이브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SP통신/NSP TV 이정윤 기자, nana1011@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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