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최근 해운법 일부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가 됐다.
개정안의 주 요지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에 속하는 물류사업자는 동일기업집단이 속한 계열사 이외의 사업자와 ‘해운법’에서 정하는 해운중개업, ‘물류정책기본법’에서 정하는 국제물류주선업 등의 계약체결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3자 물류를 금지하는 개정법률안으로서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모기업을 위시한 그룹사가 위탁한 물량을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업자의 물량까지 영업을 수행하여 3자물류 시장까지 크게 점유율을 잠식하려는 것이 물류시장의 질서, 특히 해운물류시장의 질서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므로, 이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최근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인한 해운업계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이러한 해운법의 개정 의도는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선사와의 거래에 있어서 대규모 물량을 무기로 운임인하 요구나 유리한 계약내용의 강요 등 횡포를 일삼고 있으므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3자물류 확대정책은 바람직한 방향
그런데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경우 계열사의 물량을 위탁 처리하여 계열사의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2자물류에만 그치지 않고 3자물류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하여 3자물류 비중을 높여서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에 대한 고품질의 글로벌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기업의 경영환경은 글로벌 생산과 유통에 대응한 글로벌 무역물류가 중요시되는 추세에 부응하여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관리의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게다가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문전수송에 따른 국제복합운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프레이트 포워더(국제물류주선인)가 국제물류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통합물류가 아닌 운송·하역·보관·포장 등 이른 바 기능적 역할 위주의 물류가 국내 물류산업을 이끌어 온 중견 물류기업들은 오너 중심의 경영방식과 소극적 투자 및 운송사업의 리스크 부담을 외부화하기 위한 위수탁차량이나 지입차량을 통한 화물운송주선사업 위주의 물류사업은 그간 물류기업의 대형화와 성장을 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이와 달리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경우 그룹사의 글로벌 경영과 글로벌 공급망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수직적 통합의 차원 및 그룹사가 확보한 규모의 물량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을 하면서,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경쟁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3자 물류시장에 진출하여, 글로벌 포워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최근 정부의 글로벌물류기업육성을 위한 인증제를 보더라도 물류정책기본법의 개정(‘08.2월)을 통해 ’우수 종합물류서비스기업 인증제도‘의 인증 평가시 제3자 물류 매출비중, 해외 투자규모, 해외 매출액, 해외 거점수 등의 항목을 평가하여 이에 대한 중요도가 매우 높아졌다.
주요 5대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경우 해외 및 국내 투자액이 7조 4658억원, 국내외 거점수가 984개소, 국내외 근무인원이 2만5988명 등 글로벌 물류네트워크의 안정적인 확보를 통한 글로벌 물류경쟁력을 증가시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 물류산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글로벌 포워더를 키워야 하는데, 여기에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합당치 않다.
따라서 해운법 개정안은 정부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정책을 훼손함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대기업 물류회사로 하여금 글로벌 시장 진출의욕을 꺾는 꼴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물류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선택이 아닌 필수
해운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해운기업들은 이러한 물류자회사의 급격한 성장이 대규모 물량을 내세운 바게닝 파워(교섭력)에 자신들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S/C(우대운송운임계약)거래에 있어서 불리하기 때문에 결국 해운업계가 점점 운임인하 등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전 세계의 유수한 글로벌 포워더인 DP-DHL, DB-Schenker 등은 글로벌 화주기업 고객을 유치해 대규모 물동량을 무기로 해운, 철도, 항공, 도로 등 실제운송인과의 계약에서 바게닝 파워를 행사하여 경쟁력 있는 운임으로 3자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포워더이든 대기업 물류자회사이든 간에 물류회사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얼마나 좋은 물류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물류비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
세계 물류시장은 무한 경쟁이니 파멸적 경쟁이니 하는 치킨게임이 횡행하는 시기인데, 중국의 국영선사인 COSCO사가 차이나 쉬핑과 OOCL사를 인수합병하고 독일의 대표적인 선사인 Hapag Lloyd사는 지난 5월에 중동의 UASC 선사를 합병 완료하여 세계 5위의 선복량을 확보하였다.
또 일본은 해운 Big 3사인 NYK·MOL·K-Line의 컨테이너 부문을 통합해 ONE(Ocean Network Express)로 정하고 해운 대국의 꿈을 다시 실현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우리 물류기업과 해운기업들은 도무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이제 국내 물류기업들은 이제 국내물류시장에서 이전투구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와 M&A나 전략적 재휴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과감히 진출하여 글로벌 포워더나 해운기업들과 경쟁하여 우리나라의 수출입 무역을 지원하는 산업으로써 물류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선사들이 이용하는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의 경우에도 Maersk 등 글로벌 선사의 바게닝 파워 때문에 터미널운영사들은 소규모의 선석만으로는 협상능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이제는 선석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일부 국내외 해운사들이 컨테이너 터미널과의 계약에 있어서는 대규모 물량을 내세워 바게닝 파워를 행사해오고 있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바게닝 파워는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하고 합리적인 주장도 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소규모 물류기업간 혼돈경쟁은 이제 그만두어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화물운송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회귀하거나, 물류창고의 경우에도 등록제로 다시 전환하였는데, 이러한 법률개정은 해당 기업들의 단기수익성은 제고해 줄 수 있으나, 다수 영세한 물류기업의 존속과 과당경쟁으로 인해 글로벌 물류시장 진출을 저해하고 결국 글로벌 경쟁을 확보할 수없는 문제점을 야기할 뿐이다.
대기업이 입찰 등 공정한 경쟁 없이 물류자회사에게 일감을 주거나, 자회사와의 계약에서 지나치게 단가 등 혜택을 제공한다든지 등의 문제는 지도단속이나 처벌 등의 방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세계 해운시장이 흐름과 변동성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고 적정한 투자가 선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너 리스크에서 촉발된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인한 현재 해운업계의 경영 위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3자물류 시장진입 자체를 방지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며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에 맞지 않다.
따라서 해운법 일부 개정안이 과연 적절하고 합당한 것인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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