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오금석 기자 = 여신금융협회(이하 여신협회)가 카드사들이 조성한 1000억원의 기금을 불필요한데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14년 정보유출사태 이후 여신협회는 한국스마트카드와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 금융결제원 등 3곳을 교체 사업자로 선정하고 카드사가 마련한 1000억원의 기금으로 영세가맹점 IC단말기 전환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IC단말기 전환율은 10%채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사전 조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성과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세가맹점 정보 없어…밴사 “공유 안 해”
당초 IC단말기 보급대상인 영세가맹점은 20만 곳으로 추산됐지만 밴(VAN)사들이 갖고 있는 구체적인 가맹점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
여신협회 측에서는 “MS단말기 보유중인 영세가맹점 명단을 밴사업자들이 영업권의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밴사들이 정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신협회가 선정한 사업자가 단말기를 설치하게 되면 그만큼 고객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럼 밴사 수수료와 단말기 관리비 수입도 없어지게 된다.
밴사의 구조를 살펴보자면 밴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단말기 시스템을 갖춘 뒤 가맹점을 모집해 단말기를 설치한다. 그럼 가맹점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수수료가 카드사로 넘어가고 카드사는 또 밴사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즉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해주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신용카드 결제 건수가 많은 가맹점에는 리베이트까지 지급하면서 설치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다만 결제 건수 가 적은 영세가맹점에는 단말기를 설치해주고 매월 정액의 관리비를 징수하고 있다.
즉 애초부터 업계 관행상 단말기 설치가 지극히 부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여신금융협회에선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 밴사 참여 15만원 지원…‘기금 낭비’
선정된 3개 사업자가 가맹점 정보 부족 등으로 교체 실적이 지지부진하자 여신협회는 밴사 모두가 IC단말기 전환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앞서 여신협회는 기존 사업자 성과를 재평가해 올해 초 사업자를 재선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사업자를 새롭게 선정하는 대신 IC단말기의 빠른 전환을 목표로 밴사 모두가 참여토록 기회를 열었다. 일반 밴사가 단말기를 교체하면 한 대당 최대 15만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더불어 기존 3개 사업자는 전체 영세가맹점의 30%를 배정하는 ‘쿼터제’를 도입한다.
하지만 쿼터제 도입점부터 일부 밴사들은 반발에 나섰다. 쿼터제를 도입하면 밴사가 보유한 가맹점 정보를 기존 사업자에게 넘겨줘야 하는데 이는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IC단말기 교체 시 대 당 15만원씩 지원하는 방안 또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 대형 밴사 측에서는 “여신협회에서 IC단말기 교체 시 15만원씩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받고 있는 수수료보다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굳이 참여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밝혔다.
더불어 가맹점 정보제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가맹점 정보는 밴사들의 수익구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밴사 측에선 가맹점 정보를 제공할리가 만무하다.
여신협회에서 교체 사업자로 선정된 한신네 역시 “밴사들이 참여하기엔 수수료 문제도 있고 결국 자기 살 깎아 먹는 것과 다름없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을 거 같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IC단말기 전환율에 대해선 “현재 얼마나 전환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전환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불분명하게 답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여신협회 역시 단말기 교체율은 물론 교체비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오는 2018년 7월까지 교체해야 할 단말기가 67만대나 되지만 교체한 단말기는 6만 7000대 수준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자 선정된 사업자 3곳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교체해야할 마그네틱 단말기가 아닌 멀쩡하게 쓸 수 있는 IC 구형 단말기를 무조건 바꾸라는 영업을 하면서 현재 사회적으로 손실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 소멸 포인트로 조성된 1000억원의 기금 손실도 거론된다. 상당 자금이 IC단말기 보급이 아닌 방송광고 등 홍보비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반 밴사가 단말기 전환 시 지원되는 금액 또한 결국 ‘기금 낭비’밖에 더 되겠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결론은 처음부터 여신협회는 영세가맹점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IC단말기 전환 성과를 내기 어려움에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은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NSP통신/NSP TV 오금석 기자, keum0818@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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