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NSP통신) 염공료 기자 = 전라남도 화순의 운주사는 천개의 불탑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바위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이곳은 아마도 석불을 만들기에 적합한 장소였던 것 같다. 구름이 머물다 간다는 운주사는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까지 가는 길가에는 석불석탑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 저기 줄지어 서 있는 석탑과 석불은 이곳을 찾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

고려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운주사는 [동국여지승람]에 절의 좌우 산마루에 석불과 석탑이 천개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100여분의 돌부처와 21기 석탑만이 남아 있다. 무엇을 기원하는 간절한 석탑과 석불이었을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깎이고 다듬어진 모습이다. 몇 걸음 옮기고 탑에 기원하고 다시 몇 걸음을 옮겨 석불에 절을 하며 걷는 동안 저절로 마음이 정화 될 것 같다.

길가에 비스듬히 세워진 석불들은 아이들의 그림 솜씨 같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보이는 모습 그대로 표현해 놓은 듯 정겹다. 우리나라 불교사에 한 절에 천개의 석불과 석탑이 있었던 곳은 운주사 이외에는 없었다. 풍화작용에 의해 얼굴의 형태가 희미해졌지만 불심만은 그대로 있는 듯하다. 석탑은 5층, 7층, 9층 석탑이 주를 이루고 형태는 사각형의 석탑과 원형의 석탑도 있다.

석탑과 석불을 지나 운주사 대웅전 앞에 섰다. 그리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포근한 느낌이다. 대웅전 뒤쪽 자그마한 산은 암반으로 되어 있어 큰 나무가 없다. 대웅전 옆으로 길을 잡아 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암벽에 마애여래좌상의 모습이 보인다. 희미해져가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고 다시 산 정상으로 오르면 불사바위가 있다. 그곳에 올라 운주사를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이곳을 찾은 날은 마침 눈이 내려 그 모습은 더욱 몽환적이었다. 구름인 듯 산인 듯 펼쳐진 골짜기를 따라 석탑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마치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은 느낌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민초들의 불심이 느껴지는 광경이다.

불사바위를 내려와 올라갔던 계단 옆으로 나있는 산길을 내려오면 또 만나게 되는 석불이 또 있다. 경내를 나와 운주사의 왼쪽 산을 오르면 다정부처가 있다. 암반을 다듬어 만든 와불은 전망대에 올라야 자세히 볼 수 있다. 남성미 넘치는 커다란 와불과 아담하고 순종적인 와불이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은 마치 다정한 부부가 누워 있는 듯하다. 당시 어지러웠던 시대에 평안함을 기원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와불을 보고 내려오는 길, 커다란 바위아래에 석불이 만나게 된다. 영귀산(靈龜山) 기슭에서 석불을 찾는 놀이를 하는 느낌이다. 바람에 날리는 눈을 맞으며 내려오는 길에 칠성바위와 7층 석탑을 만나게 된다. 둥근 바위 일곱 개가 북두칠성 모양으로 놓여 있다. 저 커다란 둥근 바위를 어떻게 옮겼을까 신기하다. 소나무 사이로 자그마하게 보이는 7층 석탑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오니 하얀 눈 사이로 보이는 운주사가 마치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NSP통신/NSP TV 염공료 기자, ygr63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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