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박정섭 기자 = ‘We make everything from A to Z(우리는 모든걸 다 만든다)’
불과 수년전 한 국내 대기업이 미국의 유력 경제일간지에 게재한 영문광고의 카피 문구다.
모든 걸 다 만든다는 게 자랑이었다고 여겼는지 이 광고를 대대적으로 했던 것.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광고문구는 사라졌다. 한국재벌의 무분별한 확장에 외국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계기로 한국 재벌들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바로 그 한 예다. 세계1위의 선박회사라는 유명세와는 달리 현재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지난해 3조 원대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 1조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조조정안엔 수천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틈만 나면 ‘강력한’이란 수식어을 붙어가며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현대중공업은 주장해 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따가운 시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크게 변한게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감원 공시사이트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은 2014년말 기준 총 27개(상장사 3개, 비상장사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같은 계열사수는 2015년말에도 변함없이 27개.
이들 27개 계열사엔 현대중공업의 주력업무인 선박제조와는 동떨어진 계열사들이 수두룩하다. 호텔사업을 하는 현대호텔, 여신금융사업을 하는 현대기업금융대부, 현대기술투자등도 포함돼 있다. 스포츠클럽운영업을 하는 현대중공업스포츠도 있다. 선박사업과는 전혀 딴판인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도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말로만 구조조정을 외칠게 아니라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고 주력사업인 선박제조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제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배만드는 회사가 증권이나 여신사업등 금융업에 왜 손을 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현대중공업은 선박제조업에 충실하고 그 외 불필요한 계열사는 당장 다 매각하라. 그것만이 진정한 구조조정이고 현재의 위기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내부의 실제적인 변화없이 겉으로 보여주기식의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개털’에 불과하다. (본지 편집부국장겸 산업부장)
NSP통신/NSP TV 박정섭 기자, des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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