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회회관에서 열린 통신-방송간 M&A에 관한 토론회 모습

(서울=NSP통신) 박정섭 기자 = SK텔레콤(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해외 방송통신 인수합병(M&A) 사례가 주목 받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이통사가 연관된 인수합병 사례는 총 21건으로 미국은 합병 불허 사례가 많았으며, 유럽의 경우 사안에 따라 합병불허, 승인, 철회 등 다양한 심사결과가 나타났다.

미국은 혁신 위축, 사업자 축소 등 경쟁제한을 이유로 후발사업자간 결합도 매우 까다롭게 심사하는 등 방송통신 시장 내 합병을 불허한 사례가 많았다.

실제로 점유율이 15%내외에 불과한 3, 4위 사업자 (스프린트 17%, T-모바일 13%) 합병과 이동통신 2위 AT&T와 4위 T-모바일간 합병을 모두 불허했다. 미 법무부(DOJ)는 T-모바일이 재무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통신료 인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점과 합병에 의한 경쟁자수 축소를 매우 심각하게 평가했다.

또한 우리나라 케이블 방송권역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진 미국 케이블 시장의 1, 3위 사업자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합병 역시 사업권역이 겹치지 않아 수평적인 경쟁제한성은 없지만, 합병 후 점유율 50%를 초과하는 등 2배로 증가해 시장 독점력이 커져 PP나 CP를 배제하거나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등 유료방송 및 방송콘텐츠 시장까지 수직적으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유럽에서는 사안마다 불허, 조건부 승인 등 다양한 심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텔레노아와 텔리아소네라 합병의 경우 사업자가 40% 무선 네트워크 자산매각을 제안했으나 규제기관이 경쟁제한 문제를 해소하는데 불충분하다고 보고 불허했다.

반면 아일랜드 허치슨(4위, 9.9%)과 O2(2위, 26.2%)간의 인수합병과 독일의 텔레포니카(4위, 17%)와 E-플러스(3위, 21%)간의 합병은 이동통신망 용량 30% 및 보유 주파수 일부를 MVNO에게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프랑스는 이동통신 2위 SFR과 초고속인터넷 1위 뉴메리케이블(Numericable)의 합병은 사업자수 축소, 일부지역 독점화 등 경쟁제한 요소를 우려하여 자회사 매각 등 강력한 조건을 부과하여 승인했다.

포르투갈 알티세(Altice)의 PT 포르투갈 인수합병 역시 알티세 자회사의 유선전화 및 초고속 시장점유율이 5~6%에 불과하나 자회사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주요 IPTV 사업자의 M&A의 대상은 위성방송 사업자로 커버리지가 취약한 사업자와 양방향 서비스가 불가한 사업자 등 상호 약점을 보완하는 관계인 경우 합병을 승인했다.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AT&T와 위성사업자 디렉TV(DIRECTV), 스페인 이동통신 텔레포니카와 위성 채널플러스(Canal+)가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나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관계와 같은 독일 보다폰-카벨(Kabel), 포르투갈 ZON-옵티머스(Optimus), 스페인 보다폰-ONO 등 이동통신사와 케이블 사업자간 합병의 경우 이통사가 아예 유료방송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케이블 방송사와 결합을 통해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합병이 허용됐다.

이처럼 해외 나라마다 방송통신 사업자간 합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지만, ‘경쟁제한적인 M&A는 불허를 원칙 ’으로 하고 있으며, 방송통신 시장에서 한 시장의 압도적 1위 사업자(점유율 50% 내외)가 인수합병을 통해 점유율 50% 이상의 지배력을 형성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기업결합 외 방법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와 피합병 법인이 회생 불가능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동일 시장 내 M&A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 때 산업이나 경제의 침체 상황은 고려요소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한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사례의 경우 SK텔레콤이 이동통신시장에서 50% 점유율을 가진 압도적 1위 사업자인데다 CJ헬로비전도 전국 23개 케이블 방송권역 중 14개 지역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합병 후에는 CJ헬로비전 방송권역에서 SK의 유료방송 점유율은 평균 59%로 상승하고 8개 지역에서 60%~69%, 6개 지역에서 70% 이상까지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흡수로 SK계열 알뜰폰이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되며, CJ E&M과의 배타적 협력관계를 통해 콘텐츠와 플랫폼의 수직적 통합으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어느 때보다 정부의 신중한 심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NSP통신/NSP TV 박정섭 기자, des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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