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통신) 송협 기자 = 현대건설 노조가 투쟁 만능주의로 변질되는 민주노총에 반발하며 탈퇴를 공식 선언한 것과 관련 건설산업연맹은 1년6개월 전 탈퇴를 요청하고 제명당한 현대건설 노조가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전국 건설산업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민주노총으로부터 선언강령위반, 위무금 납부 위반, 조합질서 문란 등의 행위로 제명된 현대건설 노조 등 4개 노조가 제명 사실을 숨긴 채 마치 민주노총과 이견 문제로 탈퇴를 선언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 노조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건설, 한신공영, 진흥기업, 현대산업개발 등 4개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 소속으로 조합원들의 정서, 요구를 무시한 상급단체에 반발,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찬성 끝에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독립 노조로 운영키로 했다”고 전했다.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현장이 상급단체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낀다”며“투쟁 만능주의로 변해가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소중한 건설현장을 우리의 힘으로 지켜 신명나는 직장생활터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뜩이나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선과 일부 기업노조들이 하나 둘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건설 노조가 1년6개월만에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는 것은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민주노총 흠집내기를 위한 기막힌 ‘꼼수’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견건설업체 노조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건설 노조 등은 지난 2007년 12월 말 민주노총 탈퇴서를 제출했고 이후 이들 노조가 민주노총이 아닌 다른 조합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그동안 민주노총과 상관없던 이들 노조가 이제와서 민주노총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대건설 노조의 보도자료에 언급된 3개 노조는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 노조는 현대건설 노조와 더불어 지난해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된 이후 자체 설립한 ‘한국 건설기업노동조합’으로 활동했을 뿐 현대건설측이 밝힌 동반탈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A건설 노조 관계자는 “이번 현대건설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발표와 관련 나머지 업체 노조들과 사전에 조율조차 하지 않았으며 전혀 몰랐다”며“이미 오래전 민주노총을 탈퇴했는데 갑작스런 탈퇴 발표에 당황스럽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대건설 노조는 2007년 12월5일 건설산업연맹에 민주노총 탈퇴서를 제출하고도 상급단체의 민주노총 탈퇴 이유에 대한 명확한 요청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한편 조합활동 당시 노조 의무의 기본인 조합비 납부를 교묘하게 축소하는 행위까지 일삼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건설사무노조 안중언 사무차장은 “현대건설 노조는 예산에는 연맹의무금을 800명으로 책정해 놓고 실제 200명분만 납부 했다”며“노동조합의 기본 의무인 조합비 축소, 조합비 납부 거부 등의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개최 해명을 요구했지만 노조가 불참하면서 지난해 1월31일 건설산업연맹 대의원대회를 통해 공식 제명 처리됐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정서, 투쟁 일변도 등을 운운하며 공식 탈퇴를 선언한 현대건설 노동조합은 군부독재 철권통치가 극에 달했던 지난 87년 뜨거운 용광로 속을 담금질 하던 조선소 노동자들, ‘넥타이 부대’로 불리던 화이트칼라와 더불어 민주노조운동을 위해 거리로 뛰쳐 나왔고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 사장으로 재임했던 현대건설 노조는 상급단체의 ‘투쟁 만능주위, 조합원들의 정서와 요구 무시’ 등 애매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민주노총 탈퇴를 떳떳하게 선언하고 나섰다.

DIP통신, backie@dip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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