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여야 국회의원 12명, 지역감정 조장 등 막말과 폭언 등에 과태료 부과 법안 발의. ‘입버릇 고약한’ 국회의원은 가중 처벌하는 규정도 넣어주세요-국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막말’을 써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한 SNS에 등장한 문구다.
최근 들어 ‘공갈’, ‘세작 논란’ 등 계속되는 ‘막말’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당 윤리심판원은 “막말에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새로 임명된 서화숙 윤리심판위원이 과거 자신의 SNS에 전현직 대통령을 향해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거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이가 막말을 가려내야 할 심판(審判)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 공갈(恐喝)과 세작(細作)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속되게 하는 말’이다.
‘공갈(恐喝)’은 ‘상대가 두려움을 가질 정도로 을러대는 것’을 말한다.
주로 ‘타인의 재산이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서 하는 협박을 가리키는 말’이며 ‘거짓말’을 가리키는 속어로도 쓰이고 있다.
전자의 의미라면 말할 것도 없거니와 후자의 뜻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품위 있는 표현은 분명 아니다.
기사제목에 나타난 공갈은 범죄행위를 가리키고 있다.
‘상습 공갈 동네조폭 구속’, ‘자해공갈·보험사기 잡는 블랙박스’, ‘警-병원 과실 檢-공갈 협박 따로 수사’... 등이 그렇다.
한편 세작(細作)은 ‘간첩’이라는 표현이다.
‘한 국가나 단체의 비밀이나 상황을 몰래 알아내어 경쟁 또는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조직의 구성원에게서 간첩으로 지목당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보면 이 역시 막말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 막말이 유행하는 사회
그런데 이렇듯 ‘막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자 최근 우리 사회에는 ‘막말’이라는 표현이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에 대한 일종의 풍자로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막말을 하나의 유행어로 보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도구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TV프로그램에서는 연기자 A 씨가 “16년 뒤에 보자. 먼저 가는 데 기약 없어”라고 말하자 B 씨는 “이 형이 막말까지 하네”라고 맞받는 장면이 있다.
이 경우에 A 씨는 상대를 폄훼하려는 의도 없이 다소 살가운 표현으로 쓰이기는 했지만 시청자들은 최근 정치인들의 막말 파동과 겹쳐서 해석하게 된다.
또 상대를 공격하는 자극적인 도구로 막말 그 자체를 내뱉는 경우도 있다.
저녁 7시 시간대에 방영되는 ‘돌아온 황금복’이라는 가족드라마에는 김나운(오말자 역)이 심혜진(백리향 역)을 향해 “이 벼락 맞아 죽을X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비록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보는 이를 일순간 깜짝 놀라게 만들며 막말의 끝을 보여준다.
이처럼 대중의 언어사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의 막말과 무분별한 외계어(?) 사용 행태 역시 우리말 건강에 해롭다.
정치인에게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정치인은 지도자로서 국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책무를 지녔다는 점에서 행동도 그렇거니와 사용하는 언어도 올바르고 정제돼야 한다.
정치인이 공적인 활동에서 쓰는 말은 사회를 나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늘날 언어사용을 위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는 비단 정치인이나 공직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듯하다.
▲ 최인락 씨는 부산의 방송인으로서 부산MBC ‘별이 빛나는 밤에’, TBN 한국교통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 등을 진행했다. 현재는 한국방송언어연구원장으로 방송, SNS 등에 쓰이는 매체언어에 관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칼럼의 제목 ‘옴니암니’는 ‘다 같은 이(齒牙)인데 자질구레하게 어금니 앞니 따진다.’는 뜻으로, 아주 자질구레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일상과 늘 함께하는 매체들의 사소한 표현을 소재로 우리말을 보살피는 길을 고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NSP통신/NSP TV people@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