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NSP통신)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서울역에 6시10분에 도착했다.

근처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6시 45분에 출발하는 팔도장터 투어열차를 타고 김제의 내소사로 갔다. 기차 여행하면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가 생각이 난다.

친구와 함께 영등포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그날 아침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부랴부랴 전철역에서 수학여행 기차를 타야 하는데 시간이 늦었다고 말하니 수원역에 가면 일행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줬다.

어떻게 수원역까지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와 함께 수원역에서 가까스로 친구들과 만났던 기억이 난다. 기차가 캄캄한 굴속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어둠을 틈타 서로 때리기도 하고 소리지르기도 하면서 여행을 했다. 기차에 대한 추억을 생각하면서 달린 약 3시간 30분의 시간은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전날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새 비가 내렸다. 김제역에 도착했을 때도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하늘은 금방 비가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주었다. 김제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40분 정도을 가야 내소사에 도착한다.

걱정했던 것처럼 굵은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보슬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다행이 점차 비가 잦아 들어 내소사 관람에 큰 지장이 없었다.

내소사 주차장에 내려 상가들을 지나 일주문에서 천황문까지의 길은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길 다음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도 선정된 전나무숲길 밑에는 9월이면 노랗게 피는 꽃무릇이 파릇하게 잎을 키우고 있다.

꽃무릇하면 붉은 색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김제 내소사의 꽃무릇은 노란색의 꽃이 피는 곳이다. 내소사 천왕문을 들어서니 석가탄신일을 준비하는 연등이 오색찬란하게 달려 있다. 그 모습은 어린아이의 색동저고리 같이 초록의 나뭇잎들과 잘 어울렸다.

고려시대에 만들었지만 신라 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는 삼층석탑의 뒤로 대웅보전과 산머리의 안개가 멋스럽게 어우러졌다. 내소사의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단청이 없고 못을 쓰지 않고 나무만으로 조각해 만들어졌다.

문 창살은 연꽃을 조각해 놓은 모습은 마치 연꽃밭의 화려함이 보이는 듯 하다. 수수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의 대웅보전은 말없이 기다려준 노승과 정성을 다해 법당을 지은 목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지만 안개처럼 흩날리는 비는 어느덧 우리의 옷을 적시고 만다.

대웅보전 옆으로 올라가면 지장암, 청년암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걸음이 늦은 나는 내소사 경내에서만 빙빙 돌다 내려와야 했다.

일행 중 지장암에 올라서니 내소아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고 자랑하는데 못내 아쉬운 마음만 남았다. 다음에 이곳에 오면 반드시 지장암과 청년암까지 오르리라 마음먹어본다.

내소사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의 길 옆에는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 있다. 너무 작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모습으로 초록의 풀잎과 잘 어우러져 있다. 비가 내린 직후의 모습이라 더 싱그러운 모습이었다. 오르지 못한 지장암과 청년암에서 내려다보는 내소사의 전경은 어떨까 상상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NSP통신/NSP TV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ygr63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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