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NSP통신)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 지리산의 봄이 오는 소리가 도심의 자동차 소리처럼 요란하게 들려온다. 겨우내 얼었던 눈이 녹아 흐르는 소리,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산울림이 되어 시끄러운 듯 들린다.
산내면을 출발하여 861번 국도를 따라 성삼재 휴게소를 지나 천은사까지 가기로 한다. 왕복 2차선 도로인 861번 국도는 지리산을 관통하는 길이다.
꼬불꼬불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타는 듯 험한 길이지만 주위의 풍경만큼은 멋스럽다. 한참을 올라가 멀리 성삼재가 보일 즈음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 마을이 있다. 산길을 다시 꼬불거리면서 내려간 마을의 집이 드문드문 있다.
이웃이라 하지만 거리가 만만치 않다. 겨울을 지낸 회색의 나뭇가지 끝에 이제 막 물이 올랐다. 어떤 나무는 발그레하게, 어떤 나무는 수줍은 노란색이 감돈다. 봄을 맞이하는 새색시의 모습이다. 봄이 오는 자연의 소리가 지리산의 울림 때문에 시끄러운 소음처럼 들린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을 지나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엄마의 품속처럼 산봉우리 속에 안겨 있는 작은 동화마을 같이 보인다. 귀가 먹먹해지고 구름마저 쉬어갈 것 같은 높은 곳에서 지리산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이 산을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이곳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노고단, 반양봉을 시작으로 천황봉까지 등산로가 이어진다. 지리산 아래는 구례~광양~하동~산청~함양~남원~구례에 걸친 둘레길이 있는데 아직 걸어보지 못했다.
올해는 짧은 구간이라도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 볼 예정인데 지금부터 마음이 설렌다. 성삼재 휴게소는 한 시간에 경차는 500원, 중소형은 1100원, 대형은 2000원을 받는다.
성삼재 휴게소를 넘어 시암재 휴게소를 지나 340도 가량 돌아가는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와 다달은 곳은 천은사다.
일주문을 지나 수홍루에 올라 바라본 천은저수지는 햇볕을 받아 보석을 깔아 놓은 듯 반짝인다. 천은사 경내로 들어가기 전 기념품을 판매하는 아주머니는 차 한잔씩 하고 가라며 친절한 호객행위를 한다.
못이기는 척 안으로 들어가 차를 한잔 하는데 아이들은 대나무로 만든 얼레빗 하나를 골라 잡는다. 주인은 절 마당에 염주를 만드는 오래된 보리수 나무가 있으니 찾아 보라고 권한다.
천은사의 보리수는 수령이 약 200~300년이 된 나무로 이 나무의 열매로 만든 염주는 모양과 색이 아름다워 신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천은사는 천은사 괘불(보물 제1340호), 천은사 극락전 아미타 후불탱화(보물 제924호), 나옹화상 원불불감(보물 제1546호)가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서 출발해 전라남도 구례로 넘어오는 861번 국도는 원래 군사목적으로 사용하던 길이다.
지리산을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만 시암재 휴게소에서 천은사까지 내려오는 길은 무척 험하다. 매년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자동차로 인한 공해문제로 폐지논란이 일고 있는 길이다.
지리산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로쇠물은 4월까지 채취를 한다. 고로쇠는 채취한지 14일 안에 마셔야 한다. 예전에는 커다른 물통을 들고 산을 오르내리며 고로쇠 물을 채취했지만 지금은 나무에 가느다란 호수를 연결해 산 아래에서 꼭지만 돌리면 수액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고로쇠 물은 고로쇠 나무의 수액을 받은 것이라 비가 많이 온 다음 채취한 물은 단맛이 덜하다.
NSP통신/NSP TV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ygr632@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