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남면 읍천항>

(서울=NSP통신 염공료 프리랜서기자) = 경주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은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으로 경주 내륙에 있는 문화유적들이다.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으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다녀와 본 기억이 있지만 그 이외의 기억할 만한 거리는 없었다. 역사의 흐름을 알고 다시 방문한 경주의 느낌은 이 전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 동안 경주로 여행을 떠날 때는 내륙에 있는 문화유적을 돌아보는데 시간을 보냈던 반면, 이번 여행에서는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펼쳐진 주상절리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상절리의 대표지로는 제주, 철원, 울산, 무등산, 경주가 꼽히는데 철원과 제주에 이어 경주의 주상절리를 둘러보았다. 경주 주상절리는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으로 불국사에서는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첫 날은 경주시내를 여행하고 시내의 한 펜션에서 묵었다. 밤 사이 비가 내려 주상절리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걱정과는 달리 하늘이 맑았다.

읍천항은 양남면에 위치한 작은 항구로 주차장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벽화마을이 있으며 오른쪽에 위치한 빨간 등대가 있다. 주상절리는 빨간 등대와 연결된 해안가를 시작으로 차로 5분 거리인 하서항까지 펼쳐져 있다. 읍천항에서 시작해 천천히 걷다 보면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상절리를 따라 걷는 둘레길의 이름은 파도소리길. 입구에 들어서기 전 방파제에서 바라본 파도소리길의 모습은 이름과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약 1.7km가 되는 거리, 둘레길을 걷기 전 왕복 3.4km 정도 되는 거리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6년을 10리나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를 걸어 다녔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지나간 세월은 작은 일에도 덜컥 쉽게 겁을 먹게 만든다.

파도소리길로 들어서 조금 걷다 보면 흔들 다리가 나온다. 단단히 고정돼 있음에도 한 걸음마다 흔들리는 다리의 흔들거림에 마음을 졸이게 된다. 다리를 지나면 동백나무를 몇 그루 만날 수 있는데, 삭막한 겨울에 만나 볼 수 있는 상쾌한 푸르름에 흔들 다리로 무서웠던 기분이 가벼워졌다.

이 곳은 약 2000만년 전 이 지역 일대에 현무암의 용암이 흘러 식으면서 형성된 곳이다. 주상절리는 철원이나 제주의 절벽형태가 아닌 해변에 넓게 펼쳐진 수평형태다. 해안 길을 걸으며 그 형태를 살펴보면 신비한 자연의 현상을 느낄 수 있다.

<부채꼴주상절리>

이 곳에서는 위로 솟는 주상절리, 누워있는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가 가장 볼만하다. 동해의 꽃으로 불리는 부채꼴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관광객들의 셔터 누르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잠시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있다 보니 회색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무리 지어 나타났다. 이 곳은 군사지역이었는데 지난 2012년 9월 25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며 군사지역이 해제되고 언론에 알려지면서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인근 부대원인듯한 여러 명의 군인들도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부채꼴 주상절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은빛의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겨울바다라 그런지 푸른빛 보다는 태양에 빛나는 은색이 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반짝이는 바다에 비친 햇볕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아름답다. 길게 펼쳐진 파도소리길과 푸른 바다의 은하수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곳은 자연 훼손을 우려해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해변으로 내려가 걷거나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푯말이 무색하게 바닷가로 나가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같이 동행한 지인도 내려가 사진을 찍고 싶다며 내려 가려 했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하기에 양팔을 걷어붙이고 만류하였다. 아름다운 것일수록 함께 보존하고 공유하는 마음이 필요 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연이 만들어낸 그림 같은 모습에 빠져 한참을 감상하던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엄마물개와 아기물개의 모습을 닮은 바위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많은 사람들이 보기 위해서 우리에겐 앞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파도소리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출출함이 느껴졌다. 하성항 근처에는 달콤한 츄러스를 파는 곳이 있는데 잠시 허기를 잠재우고 읍천항으로 돌아와 점심으로 매생이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바다의 향기를 가득 머금은 대게 빵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대게 살이 들어있어 게 살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주상절리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모두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사진에 미쳐 담지 못한 아름다움은 마음에 담고 읍천항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ygr632@nspna.com, 염공료 프리랜서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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