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지난 한 주 음악계와 인터넷은 대한민국 힙합씬 래퍼들의 전쟁으로 뜨거웠다.

플로우와 라임으로 잘 짜여진 랩음악으로 상대방을 ‘디스’하는 이번 이른바 ‘컨트롤 대란’이 참 반갑다.

사랑놀음 아니면 사회비판 일색이었던 힙합음악의 외연이 확장됐다는 점, 그리고 쇼미더 머니가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언더에 있던 래퍼들이 컨트롤 비트에 가사를 입혀 공개하면서 기지개를 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래퍼들이 컨트롤 비트에 래핑한 곡을 공개하면서 네티즌들도 매번 상황을 정리하느라 바쁘다.

그 중 흥미로운 것은 슈프림팀의 前 멤버 이센스와 다이나믹듀오 멤버 개코의 컨트롤 비트를 타고 흐르는 ‘디스’ 싸움이다.

소속사 계약문제 등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흘러가는 면이 심상찮다.

디스라기보다는 사실상 ‘폭로전’에 가까운데...두 사람 다 억울한게 많았나보다.

(아메바컬쳐)

미국 힙합씬에서 ‘디스’가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워낙에 땅덩어리가 커서 한번 욕하고 뒤돌아서서 보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여기에 대입해보면 우리 힙합씬에서는 도저히 문화로 자리잡을 수 없는 것이 이 ‘디스’ 문화가 아닐까...

좁은 땅덩어리에 한정된 방송과 공연...반드시 마주치게 돼있다.

살인청부업자와 총기까지 사용된 미국의 50cent와 자룰의 싸움을 보더라도 이들은 랩으로 싸우고 실제로도 싸웠다.

이들이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말그대로 안보면 그만이니까.

사실 이러한 디스전은 ‘힙합’이라는 음악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

우선 여말 선초(고려말 조선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플로우와 라임으로 잘 짜여진 한편의 디스전이 펼쳐진다.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조선건국에 반대하는 정몽주를 설득하기 위해 시조를 읊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 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

‘리’로 끝나는 라임으로 그만 뻗대고 이제 우리편으로 넘어오는게 어떠냐는 이방원의 시조였다.

이에 정몽주는 답가를 보내는데.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죽더라도 그리는 못한다는 말이었다.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대로 정몽주가 이방원 수하의 철퇴에 선죽교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목숨까지 건 살벌한 디스전이 아닐 수 없다.

(아메바컬쳐, 스노우볼미디어)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볼까.

중국의 삼국시대. 제갈량은 남만을 정벌하고 출사표를 내고 위를 공략한다. 여기서 제갈량은 위군의 왕랑과 입담 대결을 펼친다.

먼저 왕랑은 “(중략) 그대는 어찌 섞은 풀더미 속의 한낱 반딧불로 하늘의 밝은 달빛과 견주려 하시오? 귀공이 지금이라도 창을 꺼꾸로 잡고 갑옷을 벗고 항복한다면 봉후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며, 더구나 나라와 백성이 안락하리니 이보다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소이까?”

여기에 제갈량은 “(중략) 너는 아첨하는 신하가 됐으면 그저 몸을 숨기고 머리를 숙여 구차히 목숨이나 이어갈 일이지 어찌 감히 황제의 군사 앞에 나타나 망령되이 천수를 논하느냐? 이 머리 센 필부야, 수염 푸른 늙은 도적아! 네 머지않아 황천에 갈 터인데 무슨 얼굴로 스물네 분 역대 황제를 뵈려 한단 말이냐? 네 늙은 도적은 속히 물러가고, 즉시 역적의 무리를 내보내 나와 승부를 겨루게 하라!”

이 말에 충격을 받은 왕랑은 말위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는 삼국지의 한 대목이다.

이 외에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흐르는 비트에 라임을 꼬아 상대방의 목을 비트는 배틀이 역사의 한 대목을 차지한 경우가 숱하게 많다.

랩을 이용한 디스외에 상대방을 공격하며 서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송대관-태진아, 박명수-정준하의 경우 서로의 과거를 들추며 공격했는데, 싸움의 과정에서 감정의 폭발없이 지켜보는 사람도 즐거운 귀여운 디스 공방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이센스-개코는 서로 억울한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일마저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모아놓고 “얘들아 내 얘기좀 들어봐”하는 것처럼.

하지만 디스 이상의 폭로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지금, 50cent-자룰 이방원-정몽주 제갈량-왕랑의 사례에서처럼 폭력으로 이어질게 아니라면 이제는 두 사람, 전화랑 카톡으로 싸웠으면 한다. 이제 우리 모두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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