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연 소상공인연구소장)

(서울=NSP통신) 출범과 함께 중·소상공인 88%가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독 복지정책 재원 마련 대책과 관련해서는 부족한 포플리즘성 복지 확대 공약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소득세, 상속·증여세 및 법인세율 인상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 정부는 세수 증대와 관련해 재산소득 과세 강화와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 도입을 통한 세율 인상 없는 세수 증대 방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기고에선 새 정부의 복지정책 재원마련과 관련해 시급해 개선해야 할 세법으로 재산소득 과세 강화와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 도입에 관해 기술한다.


◆재산소득 과세 강화

자본소득 증가율이 노동소득 증가율보다 높아 발생하는 소득 양극화 현상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주장이 학계를 풍미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장기간 지속 되려면 점점 악화돼 가고 있는 소득양극화 현상을 반드시 해소해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자나 배당 또는 부동산 소득 등의 재산소득에 대한 과세는 땀 흘려 번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한다는 주장이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제는 자본소득에 대해 근로소득보다 훨씬 더 관대한 처우를 보장하고 있어 조세 정의 차원에 반하는 이런 불합리한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첫째,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 2000만 원 이하의 이자나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과세하지 않고 14% 분리과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1% 수준의 정기예금 금리를 감안하면 20억 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연 2000만원의 이자소득을 수취할 수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최고세율은 40%다. 과연 이런 고액 재산가들에게 세제상 우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둘째, 연 2000만 원 이하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제도다. 주택 임대소득도 재산소득인데 전월세 입주자에 대한 임대료 전가 우려 때문에 이런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전월세 입주자에 대한 임대료 상승부담은 공공주택 등의 건설 확충 등을 통해 별도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모든 소득에는 과세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국민개세주의나 조세형평성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상장법인의 1%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거나 시가총액 25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20%의 단일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 또한 조세 형평성을 왜곡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한 바 있는데 수천억 원의 재산소득에 대해 세제상 혜택을 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넷째, 현행 가업상속 공제는 10년 동안 지속해온 기업을 상속 받은 후 10년 동안 자산과 기업, 고용 등을 유지하면 최대 500억 원까지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고액 재산가들에 대해 금 수저 지위를 보장해 주는 지나친 혜택이 아닌가 싶다.

다섯째, 은닉 재산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해 탈세 제보와 해외 도피 자산에 대한 신고포상금 상한을 없애야 할 것이다.

영국의 조세정의 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법 해외자산 도피금액은 800조원에 달하고 있다.

GDP 규모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해외 재산도피 규모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에는 오래 전부터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해외로 도피한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조세피난처에서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펀드 등으로 위장해 국내로 들어와 증권시장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보면서도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여섯째, 재벌의 2세 또는 3세들의 편법적 부의 상속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나 주식인수권부 사채 등을 통한 사전 상속 현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할 것이다.

재벌 가족들이 이른 바 세테크를 통해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천문학적 규모의 부를 대물림 받는 현상은 조세 정의에 반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일곱째, FIU에 축적된 고액현금 거래정보(CTR)나 의심 거래정보(STR)를 선진국 사례와 같이 관련 부처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접속해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FIU제도는 미국의 9·11 테러 후속대책으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OECD내 FATF라는 기구를 통해 마련되었다.

여기에는 OECD회원국을 포함해 수십개 나라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관계기관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수집된 거래를 검토하고 혐의가 의심되는 거래를 선별적으로 관계기관에 제공하고, 관계기관은 제공받은 정보에 한해 탈세나 범죄 수사 등의 목적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취합된 정보에 대한 양적 또는 질적인 분석수준은 턱없이 낮은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청 등의 권력기관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몇 해 전 FATF는 우리나라를 방문해 우리나라의 FIU제도 전반에 걸쳐 검토를 하고 FIU 제도를 더욱 강화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차제에 부분적인 제도개선을 하는 것 보다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FIU 운영체제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 도입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1년 기준 VAT갭을 11조 2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VAT 갭이란 이론적인 징수총액에서 실제 징수금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이는 조세범칙, 체납 또는 징세오류 등으로 구성된다.

VAT 범죄는 담세자와 납세자가 다른 간접세제의 허점을 이용해 조세를 포탈하는 행위이다.

유럽에서는 2005~2006년 중 최대 148억 유로(한화 약 20조 7000억원) 규모의 VAT포탈 사건이 발생한 바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2006년 5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EU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가 개최하였고, EU 회원국들은 관련 법령 개정작업을 통해 VAT 탈루를 방지하고 있다.

2006~2007년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에서 발생했던 범죄와 동일한 수법으로 금 거래를 통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국세청 출신 전문가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연간 VAT 징수총액의 10%에 육박하는 약 4조원 규모의 VAT포탈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8년 7월부터 금사업자 VAT 매입자 납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란 대금결제가 이루어질 때 은행을 통해 전자적으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국고로 납부 받는 방식이다.

동 제도가 시행되면, 사업자들은 부가가치세를 임의적으로 체납하거나 포탈을 할 수 없게 된다.

이후 동일한 수법으로 동 스크랩을 이용해 VAT를 포탈하는 범죄가 발생하자 정부는 2014년 1월부터 VAT 매입자 납부제도가 시행한 바 있고 철 스크랩을 이용해 VAT를 포탈하는 현상이 발생하자 2016년 10월부터 제도를 시행했다.

이렇듯 우리 세정 당국은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조세포탈 행위가 발생해 상당한 국고손실을 경험하고 난 이후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 입법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VAT가 정상적으로 국고로 회수되지 않는 몇 가지 경우를 적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악의적으로 VAT를 포탈하는 거래 행태다.

덤핑시장에서 상품을 무자료로 매입한 사업자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저가판매를 해 대금을 회수한 이후 VAT를 국가에 납부하지 않고 도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사업자들은 당초부터 VAT를 포탈하려는 악의를 품고 바지사장을 이용해 이런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바지사장을 활용한 이런 유형의 조세포탈현상은 오프라인 거래에서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정상적으로 VAT를 납부하면서 사업을 영위하는 선의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유발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른 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둘째, VAT 포탈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재활용 산업의 사례다.

고물상은 동 스크랩이나 철 스크랩 등을 세금계산서 수수 없이 폐지 줍는 노인이나 철거업자로부터 매입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재활용품은 중간 유통상을 거래 최종 매입처인 제철회사 등에 납품되고 있는데 최종 매입거래 시에는 때는 세금계산서가 발행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이른 바 ‘세금폭탄’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세제상으로는 폐지 줍는 노인 등을 통한 최초 매입거래 활성화를 위해 의제매입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 등은 기존 복지혜택 축소를 우려해 인적사항 노출을 기피하고 있어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재활용산업 전체가 VAT 포탈 현상 발생을 방조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은 채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대기업에 납품을 하거나 임가공 또는 운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중소업체들이 VAT를 납부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경우다.

대기업들은 하청기업과 매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어 종국에는 VAT를 납부하지 못하고 도산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넷째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담세자인 고객으로부터 VAT를 포함해 신용카드로 결제를 받았지만 납세자인 자영업자가 도산을 하였을 경우 정부에 VAT를 납부하지 못하고 VAT를 체납하는 경우다.

국세통계 연보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매년 약 35만개에 달하는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폐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폐업한 사업자들은 국세체납자로 전락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호연 소상공인 연구소장)

영세 사업자들이 VAT와 관련해 자금 활용 기회를 상실해 자금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세액공제 혜택 제공 등을 통해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세수확보를 위해 유럽에 비해 현저하게 VAT 세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VAT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데 줄줄이 새는 조세 탈루 행위부터 우선 차단을 하고 세율 인상은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조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동 제도의 시행으로 2011년 기준 약 7조 8000억 원 상당의 VAT 탈루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정책 시행에 턱없이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조속히 관련 세법이 개정되기를 희망한다.

NSP통신/NSP TV peopl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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