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형사록’ 시즌 2를 마무리한 이성민 배우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나이를 모르는데 그것이 나만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오직 ‘연기’에 집중해 새로운 ‘케미’를 만들어 내는 것. 그렇기에 전작 ‘재벌집막내아들’에서 부녀 관계였던 김신록 배우와도, MZ세대 배우인 이학주, 경수진 배우와도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다.
지난 31일 NSP통신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 배우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형사록’ 시즌 2를 마무리한 소회를 밝혔다. ‘형사록 시즌2’는 ‘친구’라는 신원미상의 인물로부터 걸려오는 협박전화로 시작해 그 뒤에 숨은 배후를 쫓는 강력계 형사 김택록(이성민 배우)의 반격을 그린 형사드라마다.
경수진, 이학주 등 젊은 배우들과의 케미에 대해 이성민은 “좋다”고 확답했다. 그는 연기를 할 때 나이를 무시하는 편이다. 오직 작품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성민은 “경수진 배우의 나이를 아직도 잘 모르는데 전에 물어봤을 때 수진 배우가 ‘선배님 저한테 세 번째 물어보시는거에요’라고 말하더라”라며 “그게 제 방식. 후배들과 작업을 할 때는 나이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나이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이성민 배우는 과거 ‘혼자하는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함께하는 연기’를 한다. 어린 배우도, 나이가 많은 배우도 한 팀이며 협력하는 관계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는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성민은 “옛날에는 촬영을 하면 내가 평가를 받는 것 같고 스텝들과 감독님들 상대로 내가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면 지금은 동료 배우와 현장 스텝들을 신뢰한다”며 “그들은 내가 멋있게 잘 나오도록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현장이 편해졌고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잘못 판단하거나 선택을 잘못하더라도 이것을 되잡아줄 감독님과 상대 배우들이 있다는 신뢰가 생기고 믿음이 생기니까 촬영 현장이 편해졌다”며 “그래서 제가 선택하고 표현하는 것들을 예전보다 스트레스 없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의지를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그가 가장 부담을 느꼈던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인 강당에서 피를 흘리며 증거를 갖고 숨가쁘게 걸어오는 씬을 표현할 때에도 이 생각은 통했다.
그는 “그 장면은 지금까지 회차가 쌓였던 모든 내용을 다 녹아내야 했던 장면인데 대사도 짧고 순간 폭발적으로 표현해내야 했던 것”이라며 “갑자기 등장해서 짧은 몇 마디로 표현해내기가 부담도 되고 여유도 없었는데 일단 제 결과물에 대해 디렉팅을 해 주실것이라 생각하고 한동화 감독님을 믿고 제 방식대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별 걸 안해도 어떤 표정이나 행동이 근사할 때가 있다”며 “그런 것들은 배우의 연기도 연기이지만 촬영방식이나 조명이 도와준 것이고 그러한 노력이 있어서 배우가 돋보이구나 생각한다. 그렇게 믿으니까 예전보다 많이 편해졌다.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평가하고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임을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택록은 회고하고 자책하는 형사, 매력적인 캐릭터”
그는 ‘형사록’에 대해 “기존에 연쇄살인범을 쫓는 많은 작품들과는 달리 범죄의 시작이 택록 자신이었고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누군가의 협박으로 다시 찾아가게 되고 그 일을 끄집어 내 제자리에 돌려놓는 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제가 ‘늙은형사’였는데 이 제목부터 좋았다”며 “캐릭터 상으로도 택록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을 메모하고 보관하고 자책하는 모습과 과거 일 때문에 그가 앓고 있는 병까지도 특이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라면서도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이혼, 홀로 고시원살이를 택한 ‘늙은 형사’, 그가 바로 ‘김택록’이라는 캐릭터다. 승진에서 누락되고 좌천돼도 오직 형사의 길만을 걸어온 김택록을 보며 이성민 배우는 동질감을 느꼈다.
이성민은 “처음 경찰 역할을 맡았던 ‘체포왕’ 작품에서 촬영을 하기 전 실제 강력계 형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형사들은 가족들을 지키려고 아파트도 3층 이상에 살고 있다고 한다”며 “그런 지점에서 택록 역시 자신으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봤고 자기 가족까지 협박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이 숭고해보인다”고 말했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배우 이성민 자체가 택록과 일체 돼 보여 더 감동을 받기도 했다는 반응이다. 이성민 역시 나이도 같고 삶을 사는 태도도 택록과 비슷하다는 반응이다.
이성민은 “얼마 전 딸이 여행을 좀 가자는 얘기를 했는데 그 전까지는 지금이 휴가철이라는 것도 잘 몰랐다”며 “그런 지점에서 택록과 제가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조직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으로 운명이 엇갈려 택록처럼 힘들게, 그러면서도 정의롭게 살아가기도 하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엇나가기도 하는데 저는 택록의 삶을 선택할 것 같다”며 “욕망으로 인해 스트레스받으면서 살고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성민은 “김택록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걸어온 길, 그의 수사방식, 동료에 대한 태도 등 어딘가에는 김택록같이 열심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진되지 않고 채워가는 배우, 그것이 꿈”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온 이성민 배우는 앞으로의 꿈에 대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인연’을 꼽았다. 그는 “돌이켜보면 제 삶이 지금까지 제 뜻대로 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오래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선이 굵고 감정이 찐한 역할, 이른바 ‘짠한 역할’만 해온 것을 언급하며 “다음에는 촬영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작품, 즐겁고 유쾌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다작 배우’라는 호칭에 대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가 가진 원동력이며 제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마”며 “나이가 많아도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 이 일이 재밌고 좋아서 끊임없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매듭지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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