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DIP통신] 강은태 기자 = 지난 4.27 재보궐 선거가 약 150여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소모하고 그 막을 내렸다.

총 38개 지역에서 치러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무효로 재선거를 실시한 지역은 24곳. 혈세 보선이라는 말이 새삼 무섭게 다가온다.

물론 국민주권의 원론에 입각해보자면 공석이 된 국민대표의 충원은 즉각 이루어져야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재보선으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데 있다.

더욱이 100억원이 넘는 혈세 투입의 원인 제공이 선거 결과 불복에 따른 발목잡기 문화에 있다면 그 문제는 더욱 커진다.

뇌물, 정치자금 등 비리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계속되어야 하지만 선거 후 당선자를 겨냥한 고소, 고발은 지양해야한다.

선거가 끝난 후 만연하는 선거결과 불복은 주민들의 선택에 대한 기만이며, 재보궐 선거는 지역과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극이다.

거액의 보궐선거 비용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해당 지자체의 재정을 축나게 하고, 단체장 선거로 인한 행정공백으로 지역발전이 지체된다.

여기에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 불신까지 따지면 지역사회가 재보궐 선거로 치러야 하는 비용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재보궐 선거는 주민참여도도 낮아 대표성 문제까지 생긴다. 고비용에 저효율까지 따져보면 선거에 투입되는 억대의 혈세는 더욱더 아깝다.

여러 후보와 정책들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시간은 이제 선거과정에서 끝나야 한다.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에 등 돌린 채 또다시 의미 없는 싸움을 이어나가는 것이 과연 진정 주민의 행복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지자체의 곳간을 비우는 재보궐 선거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상처뿐인 영광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금 양천구가 그렇다. 선거 당시 지역사회에서 전혀 회자되지도 않았으며, 선관위에서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내용이 선거가 끝난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허위사실 공표’로 양천구청장을 법리다툼에 빠뜨렸다.

1심 재판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6.2 지방선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구청장이 현장을 누비며 구정에 전념해야 할 시간도 모자란 이 시점에서 양천구는 아직도 소모적인 법정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꼴이다.

지난 2007년 민선4기 구청장 재보궐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는 양천구 주민들은 이제학 양천구청장의 2심 판결에 대해 충격이 크다.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는 걱정과 우려를 넘어 정치적 불신, 지역갈등으로 심화되고 있다.

양천구는 지난 2006년 5.31 동시지방선거를 치른 후 1년 만인 2007년에 12억원의 선거비용을 들여 4.25 재보궐 선거를 치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양천구에서 또다시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되면 약 15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15억원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양천구의 민원부서 예산의 1.5배도 넘는 금액이다. 결국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지자체의 예산이 허무하게 낭비되는 셈이다.

재보궐 선거비용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단 한 푼이 아까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엄청난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뜻하지 않은 재난이나 주민복리를 위해 쓰여져야 할 예산이 치르지 않아도 될 선거로 낭비되는 것은 큰 문제다.

비리사범과 뇌물수수 등은 근절돼야 하지만 선거 당락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작은 일로 재보궐을 치르는 것은 혈세낭비다.

파당과 정파적 논리로 발목 잡히는 정치가 돼서는 안된다.

재보궐 선거는 수억대의 세금 낭비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행한 현상이며, 자치행정의 차질과 행정공백으로 인한 피해 역시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간다.

주민들이 원하는 건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지속되는 소모적인 싸움이 아니라 뽑힌 구청장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해서 내가 사는 곳이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투표는 주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임을 믿고, 그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믿어야 한다. 낙선 후보 등의 터무니없는 고발과 진정 때문에 불필요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책임정치의 시대다.

국민들이 권리와 의무인 한 표를 행사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쪽은 정치다.

선거가 끝난 후에 필요한 것은 의미 없는 법정싸움이 아니라 주민들의 손에 의해 뽑힌 사람들이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일이다.

주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치러야 하는 재보궐 선거는 양천구에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사진 = 양천구 교육자치시민대표 김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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