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박사)

(서울=NSP통신) = 올해 여름의 무더운 날씨가 지난 2018년 혹독한 더위에 버금갈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연일 열대야가 이어지며 밤낮으로 일하는 물류 현장의 근로자들은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름철(6월~8월) 평균 기온은 24.2도로 평년(1991년~2020년) 대비 0.5도나 상승했다. 폭염일수도 2000년대 평균 9.1일이었던 것이 2010년대 이후에는 14.5일로 늘어났다고 한다.

따라서 근로자의 근로 여건과 안전 그리고 건강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는 산업현장의 온열 질환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온열 질환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물류 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전 산업계와 기업들에 준수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작년 7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지부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물류센터 및 실내작업장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올해도 공공운수노조는 물론 각 노조와 비정규직 근로자 전체에서는 물류센터 내의 냉방시설 부족을 거론하고 이에 대한 시설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여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이 예상되므로 물류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 질환으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온열 질환 가이드라인은 물류센터나 공항, 항만 등 물류 현장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공장, 건설 현장 등 모든 실내, 실외 작업 현장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물류 기업과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온열 질환자 방지를 위해 온열 질환 가이드 라인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온열 질환에 대한 적절한 예방조치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에 명시돼 있지 않고 단지 고용노동부의 온열 질환 가이드라인 단계에 따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1, 폭염주의보(체감온도 33도 이상) 발령 시 매시간 10분씩 휴식 시간 제공,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단축 또는 작업 시간대 조정.

2, 폭염경보(체감온도 35도 이상) 발령 시 매시간 15분씩 휴식 시간 제공, 무더위 시간대 불가피한 경우 제외하고 옥외작업 중지.

3, 폭염경보(체감온도 38도 이상) 발령 시 매시간 15분씩 휴식 시간 제공, 무더위 시간대 재난작업 또는 안전관리 작업 외에는 옥외작업 중지.

그런데 언론 보도에 따른 쿠팡 물류센터 노조의 주장은 “현장에서 폭염주의보와 경보 관련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온열질한 가이드라인은 준수하지 않으면 법적 또는 행정적 처벌을 받거나 하는 강제 의무사항은 아닌 것으로 안다.

온열 질환과 관련된 법적 근거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휴식 등)로 폭염이 의한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해 실내작업 근로자에게 휴식을 부여토록 한 법적 근거다. 동법 제566조는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거나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일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적절한 휴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휴식’의 구체적 기준은 없다는 부분이 법적 구체성과 명확성이 결여돼 있다. 고로 고용노동부의 온열 질환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물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근로자와 사업주 양쪽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입법 미비 상태가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559조는 열을 사용하는 작업 혹은 작업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경우를 고열 작업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제559조가 규정하는 고열 작업에 ‘열경련, 열탈진 또는 열사병 등의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는 덥고 뜨거운 장소’를 신설해 물류센터를 포괄토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어 쿠팡 물류센터 노조는 “물류센터처럼 날씨 영향으로 고온에 노출되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별도로 인정해야 포함될 수 있다”라며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난 7월 28일 MBC 방송의 보도와 같이 현행법에서는 물류센터는 단순한 창고에 속하고 창고는 물품을 적재 및 보관하는 장소로 정의돼 있어 건축법상 냉난방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수십 년간 우리나라 통계청의 산업 통계를 보면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H. 운수 및 창고업(49~52) 즉 운수창고업으로 분류하고 현재 널리 통용되고 있는 용어인 물류센터는 법률적 또는 행정적인 용어가 아니었다. 그리고 창고란 정의와 개념이 이 한국표준산업분류 상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과 ‘물류 터미널 운영업’이 추가됐다.

따라서 수십 년간 사용해온 창고의 개념은 ‘화물의 보관과 저장 및 반·출입’이 주된 기능인데 1990년대 물류(logistics)란 용어가 출현하면서 물류창고나 물류센터의 용어가 도입되고 과거 단수한 화물의 보관 가능 위주의 창고에서 이제는 미국의 유통물류 공룡기업 아마존이 도입한 ‘라스트 마일 딜러버리(last mile delivery)’라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해주는 말단의 물류센터나 풀필먼트센터(FC)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그 안에 수천 명 이상의 현장 근로자들이 하나의 물류센터 내에서 물품을 반입, 분류, 적치, 보관, 피킹, 적재해 배송하는 복합적인 물류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러한 물류센터에서는 수백 또는 수천 명의 현장 근로자들이 일하므로 여름철 무더운 날씨에 적절한 휴게 공간과 시간의 부여는 물론이고 냉난방기 가동을 통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데 적용되는 관련 법에 창고는 사람이 일하는 곳이 아닌 물품을 보관하는 것이어서 냉난방기의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처구니없는 법률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창고에서 근로자가 일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 되어선 안 되며 무인 로봇을 배치해 근로자 없이 화물의 보관과 반·출입 업무를 수행하면 될 것이다.

위의 통계는 현재 지역별 창고 현황인데 물류단지, 물류 터미널, 내륙물류단지 등은 제외되어 있다. 또 국토교통부의 창고업 등록제 시행 이후 정식으로 창고로 등록된 창고에 한정된 것이므로 실제 창고는 이보다 더 많다고 본다. 하루속히 정부와 국회는 입법을 통해 물류창고와 물류센터의 건축과 운영에 관한 법규에 수많은 현장 근로자가 근무하므로 창고 부대시설 중에 냉난방 시설에 대한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물류 기업과 물류센터 운영사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이 물류 현장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물류센터 작업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물류 기업과 물류센터 운영사들의 애로도 있는 것으로 안다.

첫째, 노동부 가이드 라인처럼 매시간 휴식 시간을 제공하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져 전 국민이 이용하는 생활 택배와 같이 신속한 고객 배송을 위한 배송 시간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긴급한 배송물량이 있으면 물류 현장에서는 매시간 휴식 시간 없이 2~3시간 연속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못하게 되므로 고객에게 긴급 배송 약속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 셋째, 최근 물류센터의 초대형화로 인해 물류센터 내 면적이 광활하다 보니 센터 내 전체 냉방시설 확충 시 기존 한전과의 계약전력량 한계나 계약전력량 변경 시설 시 최근 상당히 인상된 전기료를 물류 업체들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쿠팡,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상당수 물류센터가 임대 운영 중임을 감안할 때 건축주인 물류센터 소유자와 냉방시설의 확충이나 내부 구조변경을 설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알리와 태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직구와 역직구 전자상거래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외 수출입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오히려 물류현장 근로자에게 무더운 날씨에 더욱 가혹한 근로 환경을 제공할 뿐인 데 비해서 물류 기업들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전자상거래물동량 처리를 담당하는 물류 현장으로부터 거두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아무리 물류 기업들이 관련 법령 운운하면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 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푹푹 찌는 무더운 물류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다수의 현장 근로자에게 특별 위로금을 지급하지 못할망정, 노동부의 가이드 라인과 관련 법만을 탓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물류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온열 질환 예방에는 기업들도 공감하고 있으며 이동식 에어컨 설치, 냉음료 비치, 냉감조끼 등을 지급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일정 시간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난 코로나 펜데믹 기간은 물론 최근 중국발 전자상거래물동량의 폭증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물류 기업의 경우에는 대형 물류센터를 전국적으로 다수 운영하면서 양호한 영업이익을 실현 중이므로 좀 더 현장 근로자들의 보건과 안전에 대한 시설개선과 휴식 시간 제공 등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물류 기업과 물류센터 운영사들이 고용노동부와 노조에서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100% 이행하기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고용노동부가 이를 적절히 반영해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온열 질환 가이드라인을 보완, 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건축법 등 관련 법의 개정을 통해 근로자가 일정 수 이하는 물류창고, 물류센터 등 현장에는 면적과 무관하게 냉난방 시설을 갖출 것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드넓은 물류센터에 냉난방 시설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기술적인 차원이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물류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여름철 온열 질환 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해 물류 기업과 물류센터 운영사들이 업무 및 시설개선이 필요하므로 이와 관련해 지속적인 관심과 근로 여건의 개선과 근로자 보건 휴게 시설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근로자 보건에 힘써야 할 것이며 고용노동부 역시 업체들에만 맡겨서 휴식 시간 준수와 시설개선 요구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열악한 물류 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비용 보조나 시설투자 시 보조금 지원 등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도 서둘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올여름 무더운 날씨에 1년 365일 밤낮없이 물류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더위와 싸우면서 일하는 수많은 현장 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물류인들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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