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헌 WANNA 편집장.

[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산토끼의 반대말이 뭘까? 장의사는 죽은토끼, 화학자는 염기토끼, 지리학자는 바다토끼, 애완동물업자는 집토끼라 말한다고 한다. 말의 중의성을 이용한 농담이지만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같은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매한가지다. 이해당사자는 말할 것 도 없고 가문과 계파, 이념 차이에 따라 같은 사안을 달리 본다. 특히 근과거의 역사일 수록 그 이견이 치열해서, 근현대사의 경우 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도 그래서 나온다. 진보 정권 10년 간 국사를 배운 아이들의 정치관이 진보적이니 교과서를 갈아 엎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 금성교과서의 근현대사에 대해 좌편향 교과서라는 비난이 인 바 있다. 또 2013년 현재는 교학사의 근현대사에 대해 우편향 교과서라며 출판 금지 요구가 거세다. 이는 개별 출판사에 교재 집필의 자유를 허했기 때문인데, 출판사가 집필을 의뢰한 사학자의 역사 인식이 다양할 수 있으니 이런 논쟁이 일어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과서에서 집필자의 이념과 사관을 드러내 서술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역사가 아니라 이념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 교육과정에서는 이견이 없거나 가장 인정받는 학설을 교육하게끔 돼 있다. 또 논쟁의 여지가 있다면 특정 학설을 부각해 지지하기보다는 의견을 배제한 채 사실만을 다루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학에서만큼은 각기 다른 교재가 저마다 강조점을 달리 두어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음은 분명한 문제다.

정설을 특정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해설을 생략하고 사실관계만 기술하는 것이 옳다. 이 경우 교사가 재량껏 사안에 대한 해설을 해 줌과 동시에 학계의 다양한 의견들을 짚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모든 이견들을 함께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 청소년은 정설이라 해서 곧이곧대로 믿지도, 이견이라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관심만 있으면 검색을 해서라도 찾아 나서는 세대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판단은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숨기거나 하고싶은 말만 하는 것은 역사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교과서에서 한국 점령기 당시의 독도 영토권을 아직도 주장하는 일본이나 현재 영토를 기준으로 고구려사를 자국에 가져가려는 중국과 다를 바 없다. 이기적인 사관으로 국민을 세뇌시키려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이제라도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학생들에게 판단을 맡겼으면 한다. ‘역사가 판단한다’는 말을 이제 후손들에게 맡기자는 말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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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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