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 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작심발언으로 세인의 주목을 끌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듯 싶더니 이준석 전 대표를 디스하는 발언으로 여운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출현은 핵심 윤 핵관의 하나였던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선언을 연출했고 김기현 당대표의 페북사퇴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직후부터 소문이 낭자했던 비대위 출범설을 현실화시켰다.
인요한의 혁신위가 가져다 준 ‘후폭풍의 말로’다. 그리고 이 태풍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예상치 않게 불똥 튀긴 건지는 몰라도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은 총선승리를 통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실현과 정권 재창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압도적 다수의 집권 여당을 만드는 것이 사활을 건 목표일 수밖에 없는 당과 정부가 강서구청장 선거에 이은 부산엑스포 유치전 참패, 병목현상에 걸린 대통령 지지율과 예상되는 특검 정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 노릇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무력감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넘어선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했던 모종의 사생결단으로 이런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로써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과정을 뒤흔들었던 김장 연대는 끝을 보고 말았다. 즉 장제원 의원은 기사회생했고 김기현 당대표는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모두 놓치고 결국은 자멸하고 말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혁신 요구를 즉각 받아들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지역 불문, 맞짱 결전을 선언하면서 험지출마를 선언했어야 했고(이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헌납했다.), 그리고 장제원 의원이 인요한 위원장의 험지출마 요구에 반발하며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을 운집시킨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의 의미를 곱씹어 읽어내지 못했고(이 집회는 장제원 의원이 자신의 몸값을 불리고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반전을 설정한 기획물이었다.), 대통령과의 오찬 전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한 불출마선언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다.(장제원 의원은 총선 불출마선언 기자회견과 눈물의 마지막 의정보고회로 친윤 핵심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당의 혁신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김기현 당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혁신 요구와 대통령과의 두 번의 오찬에서 강력히 권고(설)받았다는 총선 불출마와 당대표직 유지를 거부하고 페북으로 사퇴를 선언하고 바로 잠행한 것은 대표직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구 재출마를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총선 이후 겪게 될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권력이 자연스럽게 국회로 이동할 것이 필연일진대 그때 ‘잊혀짐’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당대표 사퇴를 선택한 것이리라. 실제로 페북 사퇴한 김기현 당대표가 빠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는 비대위의 즉각적인 출범을 선언했고 의원총회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치열했다고 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적합도 논쟁이었다고 한다.
이제 용산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여당의 대표주자랄 수 있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답안지를 내놓게 된 혁신안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혁신안의 목표는 간단히 말해 당을 혁신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의 레임덕을 극복하고 후반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 그리고 정권 재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혁신의 내용과 구체적인 적용 절차에 있다. ‘혁신의 대상’이 될 기득권 세력에게 있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지역구에서 이유없고 명분없이 ‘통째로 뿌리뽑혀짐’은 사생결단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내건 혁신안에 빠져있는 것이 무엇이길래 그런 것일까?
장제원 의원에게는 총선 불출마라는 명예로운 퇴진 뒤에 같은 지역에 부산시장 출마라고 하는 화려한 복귀가 그려져 있다. 또한 그가 빠진 자리에는 새 시대에 맞는 정치 유망주가 자리함으로써 여의도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민의 신임을 받는 선량 확보라는 멋진 그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험지출마라고 하는 지역구 자리바꿈 역시 험지 탈환이나 지역단위 선거전략에 있어 정치적 거점 확보를 통한 종합적인 의석 확보라는 큰 그림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들에게 선당후사의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희생에는 그에 걸맞는 포상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줄 수 있어야 국민 보기에 그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인요한의 혁신위원회에게는 결정적으로 그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원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는 알 수 없다.
당이 왜 그런 설득력 없는 혁신을 지금 당장 해야 하는지 그리고 불출마나 험지출마를 왜 아무 조건없이 저항없이 받아들여야 하는지와 같은 토를 달지 못하게 밀어부친 것이다. 그 설득력이라는 것은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가 압도적이거나 국민들의 변화와 혁신 요구가 1987년 6.10 항쟁처럼 당 밖에서부터 밀려들어오는 경우 외에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쉽게 망각하는 이야기 즉 혁신의 계기를 불어 넣어 준 지나온 과정, 집권 2년 차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답보와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그리고 최근의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등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한 비판적 분석과 냉철한 대안 모색 과정이다.
그것이 국민의힘 인요한에게도 더불어민주당 김은경에게도 없었던 것이다.
불출마든, 험지출마든 당사자들을 어떤 국민적 명분과 전략적 원칙으로 설득, 적용하고, 그 빈 자리에 어떤 인물을 배치하고, 어떤 전략과 전술로 선거에서 승리를 쟁취해낼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캠페인만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지역구 인물 선출, 즉 공천에 대해서도 밑으로부터의 민주적 경선에 의해 공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설명 이외에 아무런 비전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거기까지는 눈감고 넘어간다 해도 공천 후 본선 경쟁력은 또 다른 문제다. 그 부분에 대한 것도 아무런 그림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선은 후보 문제가 아니라 후보를 벗어난 정치적 역학 구도나 이슈에 대한 여론, 즉 선거 당시의 당과 대통령 지지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공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과 대의를 가지고 지역에 사람을 낙점한다 하더라도 지역은 지역 나름대로의 명분, 즉 평생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당에 헌신하고 충성을 다바쳐도 단지 ‘유명인사’나 ‘신인=청년, 여성, 전문가 등’이라는 이유로 ‘낙하산 인사’에게 선당후사를 요구받고 선거집사로 전락되는 다람쥐 쳇바퀴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통신사의 충성고객이 새로운 모델이 나왔을 때 충성고객이란 이유로 가장 천대받는 통신사마케팅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평생 충성을 다해온 당으로부터 배신감으로 온몸 떨게 하는 그런 현실을 말한다.
결국 당이 어떠한 명분과 내용을 가지고 험난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후보의 당락여부를 결정 짓는 것은 지금 현재 어느 당에도 속해 있지 않지만 일정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20% 내외의 정당 중립적인 국민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당에 있어서는 그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답을 당이 내세우는 공약과 인물로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고 국민에 있어서는 당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답에 적합한 후보를 흔들림없이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 시민, 주민으로 표현되는 일반유권자들과 그들의 일원이자 정당의 구성원으로 표현되는 당원으로서의 유권자가 갖고 있는 ‘딜렘마’이자 ‘이중의 역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선량’을 뽑는 선거에서 당에서의 ‘선량’ 선출 과정이나 선출 후 본선 과정에서 그리고 선출된 이후 그 ‘선량’의 ‘선량짓’이 국민적 잣대에 걸맞는지 여부에 따라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거나,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권력의지’와 ‘힘’으로 무장되어 있을 필요가 있다.
국민으로 대변되는 ‘시민사회’가 소박한 권력의지 하나만으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몸을 던지면 정치혁신도 좌절하고 시민사회도 힘을 잃는다. 오히려 시민사회가 정치를 바꾸는 소용돌이가 되어야 비로소 정치의 근본 환경이 변화하게 되고 그제서야 정치의 가능성의 장이 확대된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정치적으로 올바름과 그름을 타협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독립하여 정치권력의 주변인이 아니라 시민정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가 추구해야 할 정치참여의 기본방향이다.
인요한의 혁신위원회가 내건 혁신안, 즉 ‘불출마와 험지출마’ 그리고 김기현 당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 구성 결정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김병준 공관위원장 내정설 등 공천과 선거에 대한 전략이 자체 혁신이 아닌 상대당의 악수(惡手)만 바라보고 선거에 임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인요한의 혁신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달걀을 밖에서 깨면 ‘달걀후라이’가 되지만 달걀을 안에서 깨면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부화’가 된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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