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최인락.

[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밤과 음악을 한데 어울리게 했던 사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사람,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을 웃고 울고 설레게 했던 DJ 이종환 씨가 지상의 주파수에서 떠났습니다”(TV조선 뉴스)

지난 달 30일, DJ 이종환의 별세 소식에 이어 어제 오전, 발인 소식이 전해졌다.

라디오를 사랑하는 국민과 가수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최성수, 남궁 옥분 등 쉘부르 출신의 가수들은 쉘부르 콘서트에 추모적 요소를 가미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MBC에서는 ‘DJ이종환’의 생애를 조명하는 특집프로그램을 차례로 방송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한 PD는 ‘전설이 떠났다’ 는 말로 DJ 이종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전설이 떠났다. 이 말은 이종환의 존재가 방송 문화 분야에서, 또 사회적으로도 전설적이었으며 그가 남긴 발자취가 하나의 전설로 전승될 것이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이종환은 전설적인 인물인가?

전설(傳說)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이야기(전설) 속의 사실을 믿으며,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기념물이나 증거물이 있어야 한다.

20세기 ‘이종환의 전설’은 서울 종로의 디쉐네에서 음악감상실 DJ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로 특유의 목소리를 내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이종환의 여성시대’ ‘이종환의 음악살롱’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 지난 50년간 늘 최고의 DJ자리를 지켰다.

누구나 라디오를 말할 때 이종환을 떠올리고 Frank Pourcel의 ‘Merci Cherie’와 ‘Adieu Jolie Candy’는 이종환의 전설을 뒷받침하는 생생한 증거물로 우리 귓전에 살아 있다.

‘국민 DJ’, ‘국민 방송인’ 이종환은 쉴 새 없이 라디오의 매력을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늘 젊고 새로움으로 가득한 즐거움을 선사해 줬다.

우리는 (다른 방송인들이 말하기를 꺼려하는)사회 전반에 대한 가려움을 긁어주는 이종환의 ‘속 시원한’ 한 마디를 기대하기도 했다. 혹자는 이종환의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들을 두고 방송 권력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이종환이기에 들을 수 있었던 평가일 것이다. 때로 그런 요구는 ‘국민 DJ’ 이종환의 부침으로 이어졌다.
돌출 행동과 시사 관련 발언 파동, 음주 방송 의혹 등으로 한동안 마이크 앞을 떠나 있었다가도 열정에 찬 모습으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장점은 존중하고, 단점은 잊어버린다(貴其所長 忘其所短)고 했던가. 옥에도 티가 있다는 말로 그 허물을 덮어 주자. 방송을 향한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이야기는 추억하고, 다른 모습들은 묻어뒀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그 허물조차도 전설의 한 요소가 될 것이다. ‘전설’은 다른 문화현상과는 달리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살아남은 것’만 전승하는 특징을 지녔기에 말이다.

故 DJ 이종환.

◆ 이종환의 방송은 ‘50년에 걸쳐 전해오며 널리 파급된 문화형태’ 그 자체다.

멋모르던 20대 시절, 당시 ‘살아 있는 전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 방송사가 주최한 DJ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이었던 ‘전설’은 단 한 마디, 이렇게 말했다. “최인락 씨는 소리는 좋은데 자고저가 많이 부족해서 아쉽네요”

늘 잘한다는 평가만 받았고 예선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기에 내심 큰 상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자존심이 크게 상하고 말았다. 결국 그 일에서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전설’의 방송을 듣는 한편 언어 공부에 관심을 쏟게 됐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고마운 스승과 같다.

그리고 부산 광복동 무아(無我)에서 음악 감상실 DJ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DJ로, 지금도 여전히 ‘전설’을 좇고 있다. ‘밤과 음악을 한데 어울리게 하며,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찾게 되는,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을 웃고 울고 설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 가청주파수(可聽周波數, audio frequency)와 컨버팅(變換 Converting)

개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즉 가청주파수는 대략 60khz 정도여서 개는 작고 먼 데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돌고래는 최대 160khz이며 박쥐는 200kHz의 초음파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사람은 16~20000Hz 정도가 가청주파수 대역인데 그보다 작거나 큰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음악을 통해 듣는 소리는 대개 10khz보다 작은 소리들이다. 말하자면 ‘지상의 주파수’는 16~20000Hz인 셈이다.

DJ 이종환의 목소리는 이제 ‘지상의 주파수’, 즉 가청주파수 대역을 벗어났다. 그리하여 우리 귀에만 들리지 않을 뿐 그 목소리와 노래는 여전히 살아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우리 사회는 급격하게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컨버팅(AD Converting)과정을 겪었다. 그 과정은 개인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가정이 무너지고 교육이 흔들리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모든 것을 거꾸로 돌릴 수도, 또 돌릴 필요도 없다. 그나마 남아 있는 우리 기억 속 아날로그 문화를 간직하고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것으로 믿는다.

지난 며칠간 인터넷을 장식했던 이름인 ‘DJ 이종환’이 오늘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이렇게 쉽게 잊히고 마는 존재인가, 사람은 가고 전설만 남은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설’이 떠난 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

Adieu! Jolie Candy...


최인락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부산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1983년 CBS를 시작으로 부산MBC, 부산TBN 등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낭만이 있는 곳에’ 등을 진행한 30년차 방송인이다. 다문화사회를 위한 '한누리방송(kmcb)'을 운영하며 6월 말 개국을 목표로 지역공동체라디오 ‘라디오 절영’을 준비 중이다. (사)한국다문화예술원 부산본부장. 한국방송언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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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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