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월롱면 용치(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사진 = 경기문화재단)

(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총탄의 위협을 막던 콘크리트 벽은 세월 속에 풍경이 됐다. 그 자취를 따라가며 우리는 분단의 기억이 평화로 이어지는 바람 길을 마주한다.

파주시는 오는 3월 18일부터 4월 6일까지 금촌3동 행정복지센터 기획전시실에서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잠든 용치와 평화의 바람’ 사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한국전쟁 이후 비지정 근대문화유산으로 남은 ‘용치(龍齒:Dragon Teeth)’를 통해 분단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됐다.

파주 눌노천3 용치(파주시 파평면 덕천리, 적성면 마지리) 사진(左)과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예배당(의정부시 가능동) 사진(右) (사진 = 경기문화재단)

‘용치’는 적군의 전차 침입을 막기 위해 하천이나 도로 주변에 세운 콘크리트 장애물이다. 그 모양이 용의 이빨을 닮아 이름 붙여졌다. 1968년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 소속 무장 공비 31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과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서울에 침투한 사건으로 명명 ‘1·21사태’ 이후 경기도 전역에 약 40여 개가 설치됐고 그중 25개가 파주에 남아 있다. 이 전시에 선보이는 사진들은 경기문화재연구원이 경기도 내 전쟁·분단 관련 문화유산 실태조사 과정에서 기록한 것이다.

평화원(남양주시 진접읍) 사진(左)과 파주 두포천, 임진강 합류 용치(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사진(右) (사진 = 경기문화재단)

이번 사진전에는 파주의 눌노천·두포천·임진강 등지에 남은 용치를 비롯해 도내 39곳의 현장을 담은 작품이 전시된다. 또한 전쟁의 흔적을 보여주는 5개 시설 사진이 함께 소개된다.

미2사단 사령부가 주둔했던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예배당, 전쟁고아를 돌보던 평화원(남양주시 진접읍) 등은 당시의 건축과 시대상을 고스란히 증언한다. 특히 평화원은 유럽식 목구조 천장과 지붕 형태가 남아 있어 한국 근대 건축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로 의미가 깊다.

전시 관란 정보 (표 = 강은태 기자)

파주 파평면 두포리의 두포천·임진강 합류 용치는 강줄기와 맞닿은 지점에 조성돼, 후에는 교각 역할을 하며 사람의 삶터와 전쟁의 흔적이 공존했던 공간임을 보여준다.

용치는 한때 전차를 막기 위한 방벽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전쟁의 기억보다 평화의 상징으로 남았다. 이번 사진전은 그 구조물이 품고 있는 시간의 층위를 통해, 분단의 땅 위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삶의 흔적을 바라보게 한다. 콘크리트의 회색빛 안에 스민 바람은 과거의 긴장을 넘어, 평화로 이어지는 길을 조용히 비춘다.

NSP통신 강은태 기자(keepwatch@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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