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박광신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재용 회장의 첫 항소심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월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을 승계 목적으로 단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무죄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법리 판단에 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검찰 기소 이후 총 96회나 법정에 섰다. 결론을 얻기까지 3년 5개월의 시간이 걸렸으나 검찰의 항소로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운신의 폭이 좁아진 이 회장은 반도체 업황 악화 등 글로벌 경제 위기에 제대로된 대처를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가 11.7% 줄어드는 동안 삼성전자 매출은 35.9% 감소했으며, 삼성의 강점이던 초격차 기술이나 낸시플래드 수익 격차도 줄어들었다. 또한 파운드리 점유율도 지난해 4분기 11.3%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주도권이 많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반도체 업계의 불황 탓도 있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에 삼성 측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한 활동의 제약이 지금 반도체 위기설의 제일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위기론이 있었다. 그때마다 기업 총수의 강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타개해왔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런 때 그룹 총수를 사법리스크로 발목을 잡아 둔다면 이는 국가적 손실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키는 일이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나 된다는 점은 삼성이라는 그룹이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인지 짐작게 한다.
이 회장은 4년 전 공개석상에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이자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과감한 결단이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기회를 달라” 이 회장이 1심 최후진술에서 한 말이다. 이 회장의 바람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삼성의 '경영시계'를 또다시 멈춰선 안된다.
NSP통신 박광신 기자(only-ks1@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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