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린 제4회 수원시 시민배심법정 모습. (사진 = 수원시)

(경기=NSP통신) 조현철 기자 = “공동주택에서 흡연으로 인한 갈등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입주민들의 고통은 크지만 대책은 미흡합니다. 시민배심법정에서 시민의 상식과 지혜를 모아 해법을 제시해 주길 바랍니다”

경기 수원시 소재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연암관 601호)에서 지난 15일 개정한 ‘제4회 수원시 시민배심법정’ 안건은 ‘공동주택 흡연 갈등 해소방안 모색’이었다. 배심원들이 선서한 후 판정관이 신청인의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8년 만에 다시 열린 시민배심법정은 수원시아파트입주자대표협회 이재훈 회장 등 30여 명이 공동주택 흡연으로 인한 입주민 간 갈등을 합리적인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공동주택 흡연 갈등 해소방안 모색’ 안건을 신청하면서 열리게 됐다.

청구 내용은 ▲흡연자 인식 개선과 금연문화 조성을 위한 홍보·캠페인 시행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 선정·운영 가이드라인 배포 ▲공동주택 금연 구역 범위 지정 확대를 위한 법 개정 권고 ▲관리 규약에 ‘간접흡연 관리위원회’ 규정 신설 권고 ▲간접흡연 예방·조정·교육 등을 위한 아파트 자치조직 활동 가이드라인 제공 등이었다.

시민배심법정에는 판정관 최선호 변호사, 부판정관 김영운 변호사, 시민배심원 16명, 이해당사자 2명, 양측 변호인(김정훈·김한준 변호사), 참고인, 시민, 관계 공무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피신청인 측은 “흡연자라는 사실만으로 ‘가해자’로 비치는 현실이 안타깝다. 흡연자의 흡연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간접흡연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공동주택 흡연구역 설치비에 대한 보조금 신청 홍보’ ‘공동주택 흡연구역 설치 가이드라인 제공’ 등을 청구했다.

오전·오후 두 차례에 걸쳐 총 3시간 동안 심리절차가 진행됐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추천으로 모집한 현직 변호사가 양측 변호를 맡아 변론했다. 심리절차가 끝난 후 시민배심원들이 평의·평결을 했다.

시민배심법정은 청구 내용 중 ▲흡연자 인식 개선과 금연문화 조성을 위한 홍보·캠페인 시행 ▲소통의 부재로 심화하는 흡연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 선정·운영 가이드라인 배포 ▲간접흡연 예방·조정·교육 등을 위한 아파트 자치조직 활동 가이드라인 제공 등 3건을 “시정에 반영하라”고 평결했다.

평결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수원시는 정책을 결정할 때 평결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서로 다른 주장과 전문가·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최종 평결의 내용을 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시민이 공감하는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배심법정에 참여한 한 배심원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흡연 갈등을 둘러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흡연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내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가 2011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한 ‘수원시 시민배심법정’은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시민 생활과 밀접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제도다. 시민배심법정이 열리면 시민배심원 후보자 중에서 10~20명을 추첨해 시민배심원으로 선정하게 된다. 시민배심원은 시민배심법정에서 숙의를 통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NSP통신 조현철 기자(hc1004jo@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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