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NSP통신) 조현철 기자 = 경기 수원시(시장 이재준)가 행정학과 대학생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현장에 접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교육과 실무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이같은 갭을 줄이기 위한 시의 노력이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며 역량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아주대학교 학생들은 최근 수원시 공직자들과 만나 킥보드 등 개인용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의 활용과 안전도를 높이는 정책등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함께 모색했다.
관·학 협력으로 첫 싹을 틔운 자리에서 앞으로 젊은 인재들의 제안이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삶에서 체감할 나도 머지 않아 보인다. 들어봤다 해봤다 할줄안다를 넘어 잘한다로 갈 수 있는 지식의 첫 관문을 관·학이 어떻게 열어가는지 살펴봤다.
◆행정학과에서 실습을? 학생-공무원 멘토링 ‘주목’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2~3학년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먼저 구상한 정책 개선안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킥보드 등 PM 주차공간이 인도에 있어 주행도 인도로 하게 된다고 분석한 뒤 스페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활용한 PM전용 주자창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안전한 이용을 위한 헬멧 사용과 보관을 용이하게 하려면 편의점에 보관함을 설치하는 시범사업이 필요하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겸용도로에서는 속도 제한과 가변속도표출기 등 시설물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PM교통공원 조성으로 안전 의식을 높일 인프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학생들의 개선방안 발표가 끝나자 멘토 최성혁 팀장이 조언을 시작했다. 그는 “제안한 정책들이 왜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으려면 문제점을 인식하는 방법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제안한 방안의 문제점과 현실적 어려움을 조목조목 짚어줬다. “우선 인도 또는 자전거도로에만 변화를 주겠다는 자동차 중심적인 인식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의 극적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유럽 등 도심에서 자동차가 없어진 사례들을 찾아보길 권한다”며 “수원시에서도 행궁동에서 자동차 없는 거리를 시작해 행리단길이 탄생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안전모의 경우 강하게 제한하면 오히려 이용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동차가 줄면 자전거 이용자가 더 안전해진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시설물 설치의 경우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선도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하고 교통공원 등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더했다.
멘토링을 경청한 2학년 함동화 학생은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배웠던 정책 개발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실무자 입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시각을 다양하게 넓히고 균형을 잡아 과제를 열심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시-아주대 협업으로 청년정책 개발 참여 ‘쑥쑥’
아주대 학생들과 수원시 공무원 팀장의 멘토링은 공식적인 수업시간이다. 2023년 2학기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된 3학점 교과목 중 ‘행정 인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정식 과정의 일환이다. 교과목 이름은 ‘정책사례연구(캡스톤디자인)’. 수원시와 아주대학교가 청년주도 정책개발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개설한 관-학 협력 과목이다.
해당 수업 개설을 위해 시와 아주대는 올해 초부터 협업을 시작했다. 산업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현장실습형 문제해결 방식 ‘캡스톤디자인’을 행정학과에도 도입하기로 뜻을 모으면서다. 시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행정학과 정책론 등 이론을 배운 학생들이 정책발굴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정책 참여를 높이고자 시와 아주대가 수차례 사전협의를 거쳤다.
일반적으로 실습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행정학과에서 현장실무 경험을 할 수 있는 전공선택 과목이 개설되자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2학기 개설을 위해 1학기부터 사전 수강신청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일찌감치 관심 있는 주제로 팀을 구성해 과제를 선정하고 담당 교수의 면접까지 진행한 끝에 20여 명의 수강생이 선발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자유로운 정책 제안과 의사결정과정을 실습하고 있다. 조별로 과제 계획을 발표하고 시에서 실무 경험을 20년 이상 쌓은 팀장급 공무원들이 분야별로 특강을 했다. 수업을 위해 필요한 수원시 정책 개발 관련 사업에 대한 내용은 물론 일반 행정과 도시교통, 사회복지 등 지방행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을 실무자의 입장에서 알려주는 유익한 강의가 진행됐다. 현재는 팀장급 공무원들이 조별 면담을 통해 과제를 다듬는 멘토링 과정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학생들은 수원시 팀장급 공무원들의 검토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다듬을 예정이다. 의견 참여와 팀장급 평가가 모두 평가 대상이 되며 올해 연말 수원시에서 정책토론회를 열어 최종 정책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와 아주대는 이번 협력을 통해 시정 협치의 양적 확대는 물론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학생들에게 주체적인 과제 수행 및 수업활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 청년 제안 정책 소통 ‘톡톡’
청년이 주도하는 정책개발 수업은 수원시의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있다. 시와 아주대의 관-학 협력을 넘어 주민의 의견을 더하며 정책을 다듬는 민-관-학 확장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시는 지난 9월 해당 수업 개설 당시 수강생들을 ‘수원시 정책 청년참여단’으로 위촉했다. 청년참여단은 자유롭게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며 공론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 새빛톡톡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6개 조별로 학생들이 다듬고 있는 과제들이 새빛톡톡 제안토론에 게시돼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창구로 기능한다.
앞서 소개된 수원시 PM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비롯해 ▲청년세대의 전통 시장 이용 활성화 방안 ▲수원시내 공중전화 부스를 청년창업 요람으로 재탄생시킬 방안 ▲수원시 내 부주의 교통사고의 통합적 예방책 ▲수원시 청년정책의 방향성 제시 ▲청년 중심으로 ‘청년의 날’ 기념행사를 개선하는 방안 등 총 6개의 제안이 게시돼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학생들의 제안은 한달여간 시민들에게 공개돼 댓글로 의견을 더할 수 있다. 제안에 공감하는 경우 ‘좋아요’를 눌러 응원할 수도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자신의 제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며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새빛톡톡의 역할은 시민 의견 수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빛톡톡을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즉 새빛톡톡이 수업 평가도구로 활용되고 이를 주관하는 시의 의견도 중요하게 반영된다는 의미다.
해당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정유진 학생은 “새빛톡톡에 제안이 게시된 뒤 공감해 주시는 시민들의 의견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실제 정책 개발에 필요한 과정을 모두 경험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정책을 잘 만들어 실제로 반영되는 것까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활용해 아주대 행정학과 학생들에게 정책 개발과 실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참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며 “새빛톡톡이 아주대와 수원시, 수원시민의 상생과 협력을 이끄는 모델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NSP통신 조현철 기자(hc1004jo@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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