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NSP통신) 조현철 기자 = 긴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는 동안 정서적으로 지친 시민들 사이에선 반려식물이라는 새로운 문화도 함께 태동했다.
도시생활을 하던 인간은 본래 자연에서 태어났기에 유전자 속에 남아있는 숲에서 자란 기억과 생활습관은 나도 모르게 자연으로 마음을 잡아 끈다. 신호등의 초록불과 녹색칠판 등 녹색이 편안하고 익숙한 것도 본능속에 남아있는 숲과 같은 색이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시(시장 이재준)는 도심에서 시민들이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 숲을 선물한다. 2015년부터 8년간 준비해 온 도심속 숲은 오는 19일 정식으로 문을 열고 사람들을 품는다.
동·서에 자리잡는 일월저수지 바로 옆 일월수목원(장안구 일월로)과 영흥숲공원이 둘러싸고 있는 영흥수목원(영통구 영통로)에서 언제든 내 마음을 뉘일 수 있다.
◆수원의 자연 특색 총망라한 일월수목원
일월수목원은 10만1500㎡ 면적에 2016종 5만2000여주 42만9000여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수원의 생태 랜드마크이자 대도시에 위치한 도심형 거점수목원으로써 자생식물 등 식물자원 수집 및 보전을 통해 식물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다. ‘더 살아있는 자연을, 시민의 일상으로’라는 미션을 내세우며 시민들이 진짜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운영을 시작한다.
일월수목원은 입구부터 시원한 개방감이 인상적이다. 방문자센터 유리창을 통해 잘 정돈된 수목원 전경은 물론 고즈넉한 저수지 풍경까지 시야가 트여 일상에서 느끼는 갑갑함을 한 번에 날릴 수 있을 정도다.
입구를 통과해 야외로 나가면 수목원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온실’이 보인다. 전시온실까지 가는 길목에 위치한 장식정원은 계절별로 아름다운 화원이 꾸며진다. 지금은 만개한 장미가 시민들을 기다린다. 크기와 모양, 색깔이 천차만별인 장미가 분수와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포토존이 따로 없다.
전시온실의 문이 열리면 건조기후대를 주제로 한 이국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3000여㎡ 규모의 온실 내부에 300여 종의 식물이 전시돼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식물존에서는 유칼립투스와 방크시아 등을 볼 수 있고 캥거루 앞발과 닮아 명명된 캥거루포우도 다양한 색을 뽐내며 자리잡고 있다. 이어 크고 작은 선인장을 관찰하며 사막정원을 오르면 붉은 꽃이 닭 볏을 닮은 닭벼슬나무가 눈을 즐겁게 한다.
습지식물을 볼 수 있는 오아시스가든 뒤로는 그리스식 기둥 형식의 구조물을 배치해 지중해 느낌을 더한다. 최근 인기 드라마 ‘더글로리’의 소재로 이름이 잘 알려진 천사의나팔도 출구 부근에 있으니 실물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온실 외 외부공간에는 정원별로 다양한 생물종이 자라고 있는데 곳곳에 수원지역의 특성을 살린 식물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나무들을 보전해 구성한 숲정원 근처에는 히어리가 있다. 한국 특산종으로 광교산에 자생지가 있어 특별하게 관리 중이다. 한쪽에 마련된 한국식 정원은 수원화성을 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한 정약용을 기리기 위해 ‘다산정원’으로 이름 짓고, 정약용 시구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주로 심었다.
일월저수지와 인접한 지역은 산림습원과 습지원이다. 저수지를 따라 내부에 물길을 내 습지에 서식하는 식물을 구성했는데 벌써 오리 등 습지 동물들이 둥지를 틀었다. 조류관찰대에서 일월저수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새를 탐조하거나 습지 위 데크를 걸으며 수변식물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구간에는 칠보산 산지형 습지식물인 해오라비난초를 이식해 두었다. 해오라기를 닮은 하얀 꽃이 피면 수변 습지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건물과 습지 사이는 키가 작은 식물들이 가득하다. 그라스원, 관목원, 초지원, 건조정원, 산채원, 채소원 등 주제별로 관심이 가는 식물을 보기 좋다. 품종마다 다른 특색을 비교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
겨울정원은 수피가 특이한 나무들이 배치돼 겨울에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헌법재판소 옥상에서 옮겨 심은 백송은 군복을 입은 듯한 모습이 독특하다. 이영미술관에서 기증받아 곳곳에 설치된 석재 조각품은 넓은 공간에 재미를 더하는데 한국 1세대 추상 조각가인 고 한용진의 작품이다.
◆산책하며 정원문화 즐기는 영흥수목원
영흥수목원은 14만6000㎡ 면적에 1084종4만2000여주 11만8000여본의 식물이 있다. 산지 지형을 살려 조성된 식물원으로, 교육과 휴양 등 시민들이 직접 즐기는 정원문화보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민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 속 고품격 정원문화 창출’이 미션이다.
기존 산지를 살려 조성된 영흥수목원은 영통지구 아파트 숲 사이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숲 속 산책로를 구현해 낸 공간이다. 방문자센터 자체가 커다란 산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입구부터 산장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일월수목원처럼 전면에 유리창을 통해 수목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양 쪽 산지가 양 팔로 감싸 안은 모양이라 개방감보다는 아늑함이 느껴진다.
입구에서 내려다 보이는 공간은 꽃과 들풀 전시원이다. 방문자센터부터 온실까지 원래 계단식 논이었던 공간에 다양한 정원이 만들어졌다. 크고 작은 돌과 함께 건조에 강한 식물들이 심겨 이색적인 암석원부터 블루밍가든, 그라스원, 계절초화원 등 주제별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잡았다. 맨 아래쪽에는 본래 이 지형과 농업연구의 산실이었던 수원의 역사성을 살려 논을 일부 남겼다.
이 논에는 우리나라 16개 도에서 대표적으로 길렀던 품종들과 농진청에서 기증한 품종 등 20개 품종을 심을 계획이다. 품종별로 다른 벼이삭의 모양과 빛깔 등을 한데 모아 비교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특히 논 생태계의 핵심인 둠벙(웅덩이)을 그대로 남겨둬 교육적 가치도 훌륭하다.
가장 아래쪽 수연지와 온실은 물을 테마로 연결돼 열대지방 느낌을 물씬 풍긴다. 온실은 아열대식물을 주제로 꾸며졌다. 입구에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는 문구가 온실에서 봐야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준다. 내부에 완만한 경사로 관람로를 만들어 눈높이에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잎을 관찰할 수 있다.
수박 줄무늬를 그대로 닮은 잎, 열매로는 익숙하지만 해외여행에서나 볼 수 있는 망고나무와 코코넛야자, 코끼리 다리를 닮은 줄기를 가진 덕구리난 등 이색적인 식물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한여름이 되면 지름 2m 이상으로 수생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자랑하는 빅토리아 수련이 풍기는 파인애플 향기가 기대된다.
온실을 바라보고 왼쪽 산은 전시숲이다. 십자모양 꽃이 특징인 산딸나무, 대표적인 정원수목인 단풍나무, 목련나무 등이 산책로를 따라 전시돼 있어 계절마다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보기 좋다. 오른쪽 숲은 생태숲이다. 기존 수림을 생태적으로 관리해 중부온대수림의 자연스러운 천이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땅에서 풀이 자라기 시작한 뒤 관목이 자라고 소나무 등 양수(陽樹)와 음수(陰樹) 등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볼 수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편안하게 숲속을 걷기 좋다. 주기적으로 방문해 계절감과 식물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좋은 수목원이다.
◆카페인 듯 전시관인 듯 시민에 열린 공간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은 수원시민 누구나 자연과 더 가까운 삶을 누리는 공간을 꿈꾼다. 수목원 입구에 무료로 개방되는 방문자센터가 이런 의지를 잘 드러낸다.
수목원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방문자센터에서 수목원을 조망하거나 카페를 이용하고 전시공간에서 머무르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은 개원 기념으로 ‘수원의 식물’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해오라비난초, 칠보치마 등 수원시에 자생하는 식물을 그린 세밀화(일월)와 보타니컬아트(영흥) 작품이 전시 중이다. 수원시 연관 식물학자를 소개하는 식물학자의 방도 있어 식물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들이 자주 찾아 확인할 수 있겠다.
특히 일월수목원 로비 가운데에 만들어진 햇빛정원에는 매산초등학교 교정을 지켰던 네군도단풍나무가 자리잡아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00년의 세월을 지내고 쓰러진 나무 줄기를 가공해 양치식물들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일월수목원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해 둔 상담실도 수원수목원만의 특화 서비스다. 식물상담실(일월), 정원상담실(영흥)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돼 전문가에게 병해충이나 관리법 등 식물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답을 찾을 수 있다. 가든숍, 가드너스룸 등이 마련돼 나만의 반려식물 키우기에 도전하기도 쉽다.
수목원에서 책과 함께하는 시간은 힐링 그 자체다. 일월수목원 옆에는 일월도서관이 있고 영흥수목원에는 책마루가 마련돼 언제든 아늑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사색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이 가능하다. 영흥수목원 책마루에는 구하기 힘든 정원 관련 도서가 많아 정원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수목원은 일반 공원과 달리 관람 시 지켜야 할 점을 유의해야 한다. 야영, 취사, 음주, 흡연, 쓰레기 투기 등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식물 식재구역에 출입하거나 삼각대, 자전거, 킥보드도 사용 불가다.
수원수목원 입장료는 성인(19세 이상)의 경우 5000원이며, 청소년(13~18세) 3000원, 어린이(7~12세) 2000원 등이다. 6세 이하,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독립·참전유공자 등은 무료다. 20인 이상 단체는 1000원씩 할인하고 수원시민 30%, 다자녀가정 50% 등 할인혜택이 있으니 증빙서류를 챙겨가면 좋다. 연간 회원도 모집 중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두 곳의 수목원이 개원하면서 수원특례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다양한 자연을 만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가볍게 찾아와 1년 내내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녹색문화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NSP통신 조현철 기자(hc1004jo@nspna.com)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